“베이스 앞 철벽 치기 안 돼” MLB 주루 방해로 판단…KBO서도 논란 행위, 도입 고려해야
[OSEN=백종인 객원기자] 지난 8일(한국시간)이다. 워싱턴 내셔널스와 뉴욕 메츠의 시범 경기가 열렸다(플로리다 클로버 파크). 0-0이던 2회 초, 내셔널스의 무사 1, 2루 기회다.
순간 투수와 2루수의 눈이 마주쳤다. 픽오프(견제) 플레이 신호다. 2루수 조이 웬델이 기습을 시작한다. 타이밍에 맞춰 투수도 견제구를 쐈다. 화들짝. 깜짝 놀란 주자(일데마로 바르가스)는 얼른 몸을 던진다. 베이스를 향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날린다.
하지만 메츠 내야의 작전은 실패로 끝났다. 견제구가 땅에 튀겼고, 2루수가 공을 놓친 탓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2루심(데이비드 래클리)가 경기를 중단시킨다. 그리고 주자를 향해 3루로 가라고 지시한다. 주루 방해 판정이다. 2루수의 태그 동작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주자를 막기 위한 수비수의 블로킹 베이스(blocking base)를 금지하는 조치가 이번 시즌부터 메이저리그에서 새롭게 강조된다. 앞서 설명한 것이 첫 번째 위반 사례다.
이미 MLB 사무국은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는 지난달 14일 30개 팀 감독에게 공지 사항을 전달했다. 블로킹 베이스, 이른바 철벽 치기를 엄격하게 단속하겠다는 내용이다. 즉, 주자를 막기 위해 발이나 무릎으로 베이스 전체를 가리는 행동을 금지한다는 말이다.
새로운 조항이 생긴 것은 아니다. 이미 있는 규정이다. 6.00(H) 항에 따르면 야수가 공을 갖지 않고, 주자의 진행을 방해한 것으로 판단되면, 최소한 1개의 진루권을 부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주루 방해(obstruction)로 판정한다는 뜻이다. 그동안은 까다롭게 적용하지 않았지만, 올해부터는 엄격하게 본다는 방침이다.
이 조항이 해당되는 범위는 1루와 2루, 3루까지다. 진루와 귀루하는 플레이에 모두 적용된다. 홈 플레이트는 예외다. 홈에서는 이른바 ‘버스터 포지 룰’이라고 불리는 충돌 방지 규정이 2013년부터 시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부상 방지다. 슬라이딩하는 주자의 손가락, 손목, 어깨, 발목 등이 수비수의 무릎이나 다리와 부딪혀 다치는 경우가 많다.
또 있다.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를 장려하기 위한 목적이다. MLB는 최근 들어 활발하고 역동적인 게임을 지향하고 있다. 견제구 제한, 피치 클락, 베이스 크기 확대 등 일련의 조치를 시행 중이다. 덕분에 지난해 도루 숫자가 32.5%나 증가했다.
이를 두고 일본 리그(NPB)는 무척 고무됐다. 자신들은 벌써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모리 겐지로 심판장은 “블로킹 베이스 금지는 우리가 지난해부터 강조하고 있는 조항이다. 아마도 메이저리그보다 우리가 앞서서 적용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은 작년 8월 한신 타이거스와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의 경기 중 문제가 생겼다. 최초 세이프 판정을 받았던 한신의 2루 도루가 비디오 판독을 통해 아웃으로 정정됐던 사건이다.
이후 오카다 아키노부 한신 감독이 “수비수가 발로 가리는 바람에 우리 주자가 베이스를 터치할 수 없었다”라고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고, 열성적인 팬들이 여기에 동조했다. 결국 심판부에서 이를 받아들였고, 이례적으로 시즌 도중에 엄격한 규정 적용을 약속했다.
모리 심판장은 “아마 메이저리그가 시행한다면 다른 나라도 따라가지 않겠나”라며 한국과 대만, 호주 리그에서도 운영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일본 닛칸스포츠가 전했다.
‘철벽 치기’는 KBO 리그에서도 종종 논란이 됐다. 김성근 감독 시절 SK 와이번스의 플레이에 대해 상대 팀 팬들이 분노하기도 했다. 이후로도 다른 팀에서 비슷한 행동으로 “고의냐, 아니냐”, “문제가 있다, 없다” 식의 논쟁이 벌어지기 일쑤였다.
최근에는 많이 좋아졌다. 선수들 간의 의식 전환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베이스로 향하는 공간을 충분히 두고 플레이가 이뤄져 서로가 부상 방지를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급박한 순간에는 여전히 문제의 소지가 있는 태그 플레이가 나오기도 한다. 메이저리그나 NPB처럼 다시 한번 강조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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