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놀란, 적수가 없네”…오스카 트로피 7개 싹쓸이했다
크리스토퍼 놀런 ‘오펜하이머’
작품·감독상 등 트로피 싹쓸이
영상미 탁월한 ‘가여운 것들’
미술·의상·분장상 등 4관왕
11일(현지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는 최고상인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7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당초 ‘오펜하이머’는 13개 부문 후보에 올랐는데 이중 7개 트로피를 챙겼다. ‘오펜하이머’의 주연 킬리언 머피와 조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나란히 남우주연·남우조연상을 차지했다. ‘오펜하이머’는 여기에 촬영·편집·음악상 트로피까지 추가하면서 7관왕에 올랐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장직을 제안받은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미국의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나치보다 먼저 핵개발을 완수해야만 이 전쟁을 끝마칠 수 있다’는 사명감으로 오펜하이머는 핵무기 개발의 마에스트로가 된다. 놀런 감독의 페르소나로도 유명한 배우 킬리언 머피는 핵개발 과정에서의 중압감, 아울러 ‘나치와 일본이라는 괴물을 이기기 위해 핵을 만들지만, 우리가 만드는 핵이 오히려 더 괴물이 아닌가’라는 윤리적 고뇌를 연기해냈다.
상영시간 3시간에 달하는 ‘오펜하이머’의 압권은 핵폭발 실험 장면이다. 평소 컴퓨터그래픽(CG)를 지양하는 놀런 감독이 정말로 핵무기를 터뜨리진 못했어도 재래식 폭약으로 핵폭발 장면을 구현하면서, ‘오펜하이머’의 오스카 촬영상 수상은 일찌감치 예견돼 왔다. 특히 놀런 감독은 이날 오스카 감독상을 처음 수상했는데, 평단과 대중을 동시에 사로잡았던 놀런의 명성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함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부문인 여우주연상 트로피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 ‘가여운 것들’의 주연 엠마 스톤에게 주어졌다. ‘가여운 것들’은 앨러스데어 그레이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엠마 스톤은 벨라 백스터를 연기해 호평받았다. ‘가여운 것들’은 여우주연상과 함께 미술·의상·분장상을 휠쓸어 총 4관왕에 올랐다.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올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의 수상은 아쉽게도 불발됐다. ‘패스트 라이브즈’가 후보로 올랐던 각본상은 ‘추락의 해부’에, 작품상은 ‘오펜하이머’에 주어졌다.
이날 시상식에선 이색적인 장면이 여럿 연출됐다. 30년 전인 1994년 ‘쉰들러 리스트’로 오스카 7관왕에 오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이번 오스카 감독상 시상자로 연단에 서서 놀런 감독을 호명해 큰 박수를 받았다. 1등상에 해당하는 작품상 시상자로는 83세 나이로 53세 연하의 아내와 결혼해 최근 2세를 본 알파치노가 깜짝 등장했다. 영화 ‘대부’ 50주년을 기념해 오스카 주최 측이 팬들을 위해 준비한 깜짝 선물이었다.
다큐멘터리상은 러시아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 갇힌 사람들의 기록 작업을 그린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이 수상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수상의 영광과 맞바꿔서라도 전쟁은 멈춰야 한다. 이런 영화를 만들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해 장내가 숙연해졌다. 시상식 참석자들은 전원 기립해 “마리우폴의 시민들을 절대 잊히지 않게 하겠다”는 수상자의 말을 박수로 화답했다.
윤여정 배우가 받았던 오스카 여우조연상은 ‘바튼 아카데미’의 다바인 조이 랜돌프, 장편 애니메이션상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게 주어졌다. 조나단 글래이저의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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