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상혁처럼 작지만 강한 인도 육상 영웅, 파리올림픽에서도 메달 따내면 신처럼 대우받는다

김세훈 기자 2024. 3. 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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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라즈 초프라. 게티이미지



2021년 8월 7일 세계 스포츠 팬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창던지기에서 사상 최초로 아시아 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이다. 당시 무명에 가까운 니라즈 초프라(27·인도)는 87.58m를 던져 시상대 맨 위에 섰다. 인도가 올림픽 육상에서 사상 처음으로 딴 금메달이었다. 인도 정부는 그날을 ‘인도 창던지기의 날’로 지정했다. CNN은 “초프라가 만일 파리올림픽에서 또다시 금메달을 따면 신처럼 대접받을 것”이라고 12일 전했다.

인도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는 크리켓이다. 그런데 인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초프라다. 베테랑 저널리스트며 지난해 초프라에 대한 책을 쓴 노리스 프리탐은 “인도에서 현재 가장 좋아하는 운동선수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만장일치로 초프라”라며 “크리켓이 대중적이며 종교 같은 스포츠지만 초프라는 최고 스포츠맨이자 인도의 진정한 영웅”이라고 말했다. 초프라는 온갖 광고 포스터와 광고판에 등장한다. 책과 잡지, TV에서도 마찬가지다. 프리탐은 “그는 위생, 교육, 텔레비전 제품 판매 등 수백 가지 분야에서 브랜드 홍보대사”라며 “움직이는 광고판”이라고 덧붙였다.

니라즈 초프라. 게티이미지



초프라는 시골 마을에서 자라며 10대 초반 크리켓과 배구를 했다. 어릴 때 과체중이었고 스포츠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말도 자주 들었다. CNN은 “2011년 당시 14세인 초프라가 인근 육상 경기장에서 하늘을 가로질러 반짝이는 창을 본 순간 모든 것이 바뀌었다”며 “그때부터 초프라는 창던지에 꽂혔고 독학했다”고 전했다. 농부인 아버지와 삼촌은 강철 투창을 사기 위해 돈을 모았다. 초프라가 처음으로 창을 던진 곳도 집 근처 밭에서였다. 그는 어떤 훈련도 받지 못했고 창던지기를 가르칠 수 있는 정규 학교도 없었다. 결국 그는 유튜브 등을 통해 스스로 기술을 연마한 뒤 인근 스포츠 아카데미로 옮긴 후 급성장했다. 그는 CNN에 “인도 사람들은 원래 팔을 휘두르는 게 빠른 것 같다”며 “빨리 팔을 휘두르면 어쨌든 창을 멀지 던질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가 처음 시작한 종목도 크리켓과 함께 배구였다.

초프라는 오는 7월 파리 올림픽에서 타이틀 방어에 도전한다. 그의 현재 기록은 89.94 m다. ‘마의 거리’로 평가받는 90m를 눈앞에 뒀다. 역대 90m를 넘긴 선수는 총 24명. 초프라는 바로 뒤 세계 25위 기록 보유자다. 키 1m82, 체중 86㎏로 다른 선수들에 비해 체구는 무척 작다.

초프라는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100% 마음을 다해 훈련하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 누가 메달을 딸지는 그날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인들의 기대가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면서 “사람들이 나에 대해 ‘좋아. 초프라는 멀리 던질 수 있고 메달을 딸 수 있어’라고 말하는 걸 들을 때 기분이 좋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는다”고 덧붙였다. 그가 파리올림픽에서도 메달을 딴다면, 프리탐은 “그는 신처럼 대우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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