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상한 에이스, 김광현의 반박 “우리가 7위? 가을에 야구 안 한 기억이 거의 없다”[스경x인터뷰]
김광현(36·SSG)은 포스트시즌 최다 선발 등판 투수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통해 19번째 가을야구 선발 등판, 리그 신기록을 세웠다.
에이스 데뷔 자체가 사실상 가을야구 무대였다. 2007년 대형 고졸신인으로 입단해 정규시즌에는 프로의 벽을 느끼다가 그해 한국시리즈 4차전 역투를 통해 김성근 당시 감독에게서 처음 인정을 받았고 SK를 우승으로 이끌며 리그 새 에이스 반열에 올랐다.
김광현이 뛴 동안 팀도 거의 가을야구를 놓치지 않았다. 2007년 이후로 SK는 2013~2014년, 2016년, 그리고 김광현이 미국에서 뛴 2020~2021년을 제외하고 계속 포스트시즌에 나갔다. SSG가 돼서도 김광현이 돌아온 2022년 뒤로는 한국시리즈 우승과 정규시즌 3위의 좋은 성적을 냈다.
그러나 올해 SSG는 ‘예상 전망’ 안에서 상위권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KIA는 지난해 5강에 포함되지 못했는데도 LG, KT와 함께 강팀으로 기대받고 있고, 한화도 류현진을 영입해 단숨에 기대치를 높였다. 반면 SSG는 지난해 3위였는데도 상위 팀으로 분류되지 않는 분위기다. 김광현의 자존심이 매우 크게 상한 듯 보인다.
김광현은 지난 11일 “팀 분위기는 좋다. 단지 마음에 걸리는 점은 SSG가 하위 팀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 7~8위로 예상한 걸 봤다. 기분이 안 좋다”며 “입단해서 포스트시즌 안 가본 적이 거의 없다. 미국에서도 가을야구를 했다. 가을에는 늘 던지고 있었다. 그런 예상이 맞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올해도 틀릴 거라 예상한다.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SSG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많은 변화를 겪었다. 3위를 하고도 구단이 사령탑을 경질하고 새로 선임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다. 전년도 한국시리즈 MVP였던 베테랑 김강민을 2차 드래프트에 내놓고 한화가 데려가는 과정까지, 비시즌 사이 역대급의 논란을 일으킨 구단의 운영 방식으로 인해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새 사령탑, 새 단장과 함께 새 출발을 했지만 ‘리빌딩’ 아닌 ‘리모델링’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세대교체를 강조하는 것도 결국은 성적에 대한 외부의 기대 심리를 낮추는 요소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세이브왕에 오른 서진용은 재활로 시즌 출발을 함께 못하고, 그 외 보강 요소는 거의 없기도 하다.
그러나 선수들은 자신감은 갖고 있다. 김광현도 팀이 ‘지난 시즌 만큼’은 할 수 있다 자신한다.
김광현은 “객관적으로 작년 정도는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거기서 잘 하면 우승하는 거다. 작년에도 충분히 우승할 수 있었는데 내가 못했다. 외국인 투수들도 부상이 있었다. 그것만 해도 8승은 놓쳤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내가 못해서 우승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올해 우리 팀이 우리의 이 기대치만큼만 하고 내가 좀 더 잘 하면 우승도 할 수 있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광현이 미국에 진출한 2년 동안 하위권으로 처졌다가 김광현의 복귀로 우승권 팀이 됐던 SSG는 결국 여전히, 에이스 김광현이 있고 없고에 따라 극명하게 나뉘는 팀이다.
지난해 김광현은 30경기에서 168.1이닝을 던져 9승8패 평균자책 3.53을 기록했다. 아주 부진한 성적은 아니지만 우승했던 2022년(13승3패 평균자책 2.13)에 비하면 좋지 않았다. 에이스에 대한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 팀이 상위권 예상에서 제외된 데 대해 김광현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지난 시즌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기도 하다.
김광현은 “작년보다 내가 5승은 더 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작년에도 그랬으면 팀이 최소 2위는 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감독님도 아닌데 팀 성적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를 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우리는 자신감 있게 높은 곳을 바라보면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올해도 개막전 선발로서 시즌을 준비한다. 평가절하 된 SSG의 새 시즌 문을 보란듯이 힘차게 열어젖힐 각오를 하고 있다.
수원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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