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정용진 승계작업 ‘주목’…이명희 총괄회장 지분 어디로?
이명희, 아들·딸 지분 10%씩 주면 계열분리…맏손주 해찬씨에게 증여 가능성도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최근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정 회장의 어머니 이명희 총괄회장이 10%씩 갖고 있는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증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승계작업은 정용진 회장이 1995년 신세계에 입사한 뒤 30세가 되던 1998년 이명희 회장에게서 보통주 50만주를 받은 이후 꾸준히 진행됐다. 이 총괄회장은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의 막내딸이자 고 이건희 회장의 동생이다.
2006년 5월 당시 이명희 회장을 대신해 그룹 경영을 총괄하던 구학서 사장은 “회장 부부가 적극적으로 지분을 아들에게 증여하고, 이후 상속하는 과정에서 놀랄 만큼 세금을 내는 등 떳떳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떳떳한 승계론’이었다.
같은 해 9월 이명희 회장의 남편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은 보유 지분 147만4000여주 전량을 아들(84만 주)과 딸(63만4000여주)에게 증여했다. 두 달 뒤 정용진 부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신세계에서는 “오너 역할의 이양이 본격화됐다”고 봤다. 당시 정용진·유경 남매는 증여세로 시가 3500억원에 해당하는 주식 66만2000여주를 국세청에 현물로 납부했다.
2009년에는 정용진 부회장이 신세계 총괄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당시 신세계 지분 보유 규모는 이명희 명예회장 17.3%, 정용진 회장 7.32%, 정유경 총괄사장 2.53% 순이었다. 신세계는 2011년 이마트와 백화점을 분할하고, 2015년 12월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을 백화점 총괄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그 이후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를, 정유경 부사장은 백화점을 경영했다.
2016년 4월 남매간 주식교환으로 정용진의 이마트 보유 지분은 7.3%에서 9.8%로 늘었다. 정유경의 신세계 지분은 2.5%에서 9.8%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는 “책임경영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2018년부터는 이마트와 신세계가 계열사를 양분하는 구조로 됐다. 정재은 명예회장이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150만주를 증여했고, 이마트가 이명희 총괄회장·정용진 회장이 보유한 신세계 계열사 지분을 매입했다. 또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주식 14만주를 추가 매입했고, 이마트의 자사주 90만주도 사들였다.
2020년 9월 이명희 회장이 아들과 딸에게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8.2%씩 추가 증여하면서 정용진·유경 남매는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최대주주에 올렸다.
현재 이마트 지분율은 정용진 회장 18.6%, 이명희 총괄회장 10%, 국민연금공단 8.2% 등 순이다. 신세계 지분율도 정유경 총괄사장 18.6%, 국민연금 11.2%, 이명희 총괄회장 10% 순으로 보유하고 있다.
지난 8일 정용진 회장이 승진할 때 이명희 총괄회장은 증여를 추가로 하지는 않았다. 재계의 예상과는 달리 정유경 총괄사장은 유임했다.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10%를 아들·딸에게 나눠주면 이마트와 신세계는 지분 구조상 계열분리를 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이번 인사에서 이명희 총괄회장이 총수(동일인)로 남고 지분 증여를 하지 않으면 현재의 지배구조 체제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11월 경영전략실 위주의 조직개편을할 당시에도 정용진 부회장의 승진과 총수 지정, 지분 문제가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최근 경영 위기 상황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해 상징적으로 승진 인사를 먼저 한 뒤 나머지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으로 정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명희 총괄회장이 이마트·신세계 지분 각 10%를 모두 정용진 회장에게 모두 증여하거나 맏손주인 정해찬 씨에게 넘겨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용진 회장은 2남 2녀를 두고 있다. 정해찬 씨는 장남으로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작년 5월 육군 현역 제대 후 회계법인에서 인턴을 거쳐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스포츠·피트니스 매니지먼트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정 회장은 작년 12월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내 한지희 씨 플루트 독주회에서 자녀들을 공개했다.
그럼에도 현재 지분구조에서는 이명희 총괄회장이 신세계 지분 10%를 누구에게 넘겨주든 신세계는 정유경 총괄사장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서 현 경영체제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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