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에 과자까지’ 치열한 마라 경쟁…중국 소스 수입까지 증가

한전진 2024. 3. 12.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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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팔도 마라 봉지면 출시…“시장 수요 확인”
‘익숙하면서 새롭게’ 소스·과자까지 카테고리 확대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마라(麻辣)’ 열풍이 식품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중국 사천지방의 대표 향신료인 마라는 과거 중국 유학생과 교포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은 뒤 2010년 말 국내 젊은 층 사이에서도 급부상했다. 이젠 마라탕을 넘어 라면, 과자까지 여러 식품에 마라맛 제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식(食)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중국 소스의 수입량도 늘고 있다.

사천 마라탕면 (사진=홈플러스)
◇라면에 젤리까지…알싸·매콤 ‘마라’ 열풍

12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004370)은 지난달 27일 홈플러스 전용 상품으로 ‘사천 마라탕면’을 출시했다. 농심이 마라맛 봉지 라면을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목이버섯, 청경채, 등 건더기와 마라를 첨가한 유성 스프가 특징이다.

농심 관계자는 “최근 마라맛의 인기를 반영해 출시한 제품”이라며 “앞으로 마라탕 콘셉트 제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팔도도 지난 7일 ‘마라왕 비빔면’을 출시하면서 맞불을 놨다. 헹군 면에 액상 비빔장과 분말스프를 함께 넣어 비벼 먹는 방식이다. 팔도는 앞으로 국물라면, 볶음면 등 마라맛 제품군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팔도 관계자는 “올해 초 출시한 ‘킹뚜껑 마라맛’ 한정판 70만 개가 한 달 만에 완판되면서 마라맛 시장 수요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마라를 통한 매운 라면 포트폴리오 확대가 업계의 노림수다. 아직 마라 봉지 라면은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제품이 없다. 그만큼 상품 발굴 여지가 많다는 이야기다. 지난 2020년 업계가 마라탕을 봉지 라면으로 선보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킨 제품은 없었다.

식품사들도 마라맛 신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태제과식품(101530)은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통해 ‘마라링’을 출시했다. 링 모양의 스낵에 매콤 얼얼한 마라맛을 입힌 제품이다. 오뚜기(007310) 역시 볶음밥이나 국물요리, 파스타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소스인 ‘마라장’을 선보였다. 마라맛 젤리도 등장할 전망이다. 롯데웰푸드(280360)는 최근 특허청에 ‘열열마라맛’ 등 상표를 출원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상표 선점차원으로 출원신청을 했던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출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해태제과가 출시한 구운 마라링 (사진=세븐일레븐)
◇마라 인기에…‘중국 소스’ 수입도 상승세

업계가 마라에 빠진 이유는 젊은 층의 인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중국식 마라가 주는 이색적인 경험에 끌렸다면 현재는 ‘한국식 마라맛’에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업계는 그동안 연구개발을 통해 마라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상품을 선보여 왔다. 킹뚜껑 마라맛 등 제품이 대표적이다. 익숙한 왕뚜껑에 마라맛을 입혀 새롭고 신선한 제품을 만들어 냈다는 평이다.

극심한 경기 불황도 연관이 깊다. 답답한 현실을 마라의 매운 맛으로 잊으려는 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은 뇌의 엔도르핀 분비를 증가시킨다. 이는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경감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외환위기 당시 닭발과 떡볶이 등 음식이 인기를 끈 것과 비슷하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마라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런 분위기에 마라 등 중국 소스의 수입량도 계속 증가세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수입된 소스류(소스·소스용 조제품·혼합조미료)는 8만250t으로 나타났다. 전년 (7만8398t) 대비 2.4% 증가했다. 이는 최근 5년 중 최대치다. 중국 소스 수입은 △2019년 6만5795t △2020년 7만2171t △2021년 7만6378t 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마라를 활용한 식품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 마라가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해 인기를 끈 측면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한국적 느낌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며 “대표 상품에 마라를 입히는 등 재해석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세계적으로도 익숙한 맛을 조합해 새로운 맛을 만드는 것이 트렌드”라고 덧붙였다.

한전진 (noretur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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