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한번 충전에 서울~부산 왕복”…게임 판 바꾸는 꿈의 배터리는 ‘이것’

강민호 기자(minhokang@mk.co.kr) 2024. 3. 12.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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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로 주목 전고체배터리
내연기관 대체할 것으로 전망
짧은 수명 등은 극복해야
한국, 배터리 경쟁력 충분
이공계 인재 유입 이어져야
최장욱 서울대 교수 2024.01.17 [이충우 기자]
“1회 충전에 1000km까지 꿈의 배터리, 실험실 수준의 준비는 이루어졌습니다. 이제는 양산 단계의 경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지난해 7월 현대차그룹과 서울대가 공동으로 설립한 ‘현대차그룹·서울대 배터리 공동연구센터’가 문을 열었다. 현대차는 이 곳에 2030년까지 총 300억 원 이상을 투자한다.

그룹내에도 이차전지 연구소를 두고 있는 현대차는 왜 이와 같은 외부 연구센터에 투자를 했을까? 현재의 배터리 전쟁에서 한발 떨어져 ‘꿈의 배터리’에 다가갈 수 있는 초격자 기술에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실제 공동연구센터가 현재 수행하고 있는 22개 연구과제 중 14개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와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높은 리튬메탈 배터리 관련 연구다.

공동센터를 이끌고 있는 최장욱 서울대 화학생물학부 교수의 목표도 ‘한번 충전에 1만km, 10년 가는 배터리’에 맞춰져 있다.

최근 방문한 연구소에서는 연구원들이 화합물 합성을 둘러싸고 격렬한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최장욱 교수는 “실제 합성을 진행하기 전에 합성 설계 단계를 진행한다”며 “옛날에는 실제 합성을 통한 시행착오를 거쳤다면 요즘은 AI를 통해서 미리 합성해본 후에 실제 합성에 들어가는 게 일반화됐다”고 말했다.

최장욱 교수는 휘어지는 배터리 소재를 개발하고 사용 시간 연장을 위한 고용량 전극소재 및 포스트-리튬이차배터리 기술을 개발하는 등 배터리의 미래를 개척하는 세계적인 석학이다. 노벨화학상에 가까이 가있는 한국인 연구자로 꼽힌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이지만 잦은 발화 사고, 긴 충전 시간, 수명의 한계 등 단점이 명확해 내연 기관 시대를 끝내지 못하고 있다. 최장욱 교수는 “배터리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한 가지 기능을 향상시키면 다른 기능이 저하되는 트레이드 오프의 문제”라며 “에너지 밀도, 장기 내구성, 충전 속도 등 다양한 요소를 충족시켜야 하는데 주행거리가 늘어나며 내구성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의 유력 후보 중 하나가 전고체 배터리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의 매개체인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배터리다. 이 경우 고체 전해질이 분리막을 대신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배터리가 구조적으로 단단해져 화재가 날 일이 없고 심지어 포장이나 전해질이 훼손되더라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어 폭발이나 화재의 위험성이 낮아진다.

특히 고체 전해질을 사용할 경우 현재까지 알려진 음극재 중 가장 큰 용량을 가졌지만 불안정해 사용하지 않았던 리튬금속을 음극재로 쓸 수 있게 돼 배터리의 용량을 크게 늘릴 수 있게 된다. 최 교수는 “현재 나오는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기술적으로 500~600km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전고체 배터리를 활용한다면 900km~1000km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가능해져 현재 가솔린 기반의 내연기관 수준까지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고체 배터리에도 극복해야할 과제는 있다. 전해질 재료의 성능이 아직까지는 불충분하고 고체라서 사용할수록 내부 전기 저항이 증가해 수명이 짧아진다는 한계가 있다. 일본의 도요타, 독일의 폭스바겐 등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를 비롯해 배터리업체들이 2030년 이전에 이 같은 단점을 없앤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최장욱 교수는 “실험실 단계에서는 전고체 배터리는 이미 상당 수준에 올라간 상태”라며 “하지만 양산단계는 다르기 때문에 얼마나 경제성 있는 공정과 소재를 확보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최장욱 서울대 교수 2024.01.17 [이충우 기자]
현대차·서울대 공동연구센터는 리튬이온배터리가 아닌 리튬메탈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는 세계적 스타트업 ‘SES’와 협업 중이다. 최 교수는 “전고체전지와 리튬황전지 등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체하기 위한 소재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며 “소재에서 제조까지, 배터리를 위한 최적화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기업이 세계시장을 주도하며 한중일 배터리 삼국지를 이끌고 있는 우리나라는 차세대 배터리 대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교수는 “한국의 가장 큰 경쟁력은 기술과 제조에 대한 충분한 노하우가 있다는 점”이라며 “소부장부터 셀 메이커까지 공급망이 갖춰져 있어서 미래 배터리 경쟁에서도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서운 속도로 치고 나가는 중국에 대한 우리 배터리 업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최 교수는 “배터리 기술도 중요하지만 원재료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며 “중국은 경쟁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협력을 모델도 고려해야 할 파트너”라고 정의했다. 이어 “중국의 배터리 연구 커뮤니티 자체도 어마어마하고 내부 경쟁도 치열하다”고 평가했다. 일본에 관해서는 “파나소닉, 도요타 등 전통의 강자들이 일본에 자리잡고 있으며 오랜 기간 다진 기본기도 탄탄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차세대 배터리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결국 인재라는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 교수는 “산업적인 인프라 측면에서는 이미 차세대 배터리 선진국으로 갈만한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며 “결국 배터리 산업도 이공계 인재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당 분야에 흥미와 재능을 가진 인재가 계속 유입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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