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비판 워크숍' KCB, '직장 내 괴롭힘' 조사는 없던 일로

최유빈 기자 2024. 3. 1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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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신용평가회사 코리아크렛딧뷰로(KCB)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인지하고도 가해자를 처벌하는 등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혁재 KCB 준법지원실장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저번 기사(자아비판 워크숍) 관련해서는 일단락이 됐고 지금 점심시간에 하고 있는 부분들(점심시간 시위)은 단체 협약, 임단협 관련 내용으로 알고 있다"며 "노조에서 보통 회사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요구를 하기도 하고 그렇게 밀고 당기고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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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임원 "피해자 위해서 가해자 처벌 안했다… 언론 제보자는 '흉악범죄자'"
지난 2월28일 서울 영등포구 KCB 1층에서 노조원들이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머니S
종합신용평가회사 코리아크렛딧뷰로(KCB)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인지하고도 가해자를 처벌하는 등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는 이에 반발하며 한 달 넘게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회사는 사건을 외부에 발설한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며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12일 머니S 취재를 종합하면 KCB 노조는 지난 1월 말부터 점심시간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본사 1층 로비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9월 KCB의 한 본부장은 '처절한 반성'을 주제로 워크숍을 개최했다. 워크숍은 자신의 잘못과 부족한 점 등을 나열한 자기 비판식 반성문을 작성한 뒤 동료들 앞에서 읽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건 발생 후 노조는 회사 측에 피해자를 보호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지난해 10월11일 KCB의 자아비판 워크숍이 보도되자 그제서야 피해자를 재택근무 조치하고 부장을 보직 해임했다. 반성문 워크숍을 지시했던 본부장은 처벌받지 않았다.

KCB는 본지에 "공신력 있는 외부 기관을 통해 사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으나 적절한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회사는 조사위원회를 꾸리고 기업문화 진단이라는 명목으로 노무법인과 법무법인을 통해 문제가 불거진 부서 직원들을 인터뷰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사건을 법에 따라 처리하지 않은 회사의 문제라고 강조했으나 지금까지도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고 전해진다.

회사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받거나 인지한 경우, 곧바로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객관적인 조사를 할 의무가 있다. 또 직장 내 괴롭힘이 확인된 경우 사용자는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위반 시 각각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노조는 회사가 사실상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KCB 인사 임원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조사하지 않았다고 노조에 통보했다. 조사 후 가해자가 징계를 받을 것이고 이를 유발한 피해자들의 마음이 아플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회사는 언론 제보자를 '흉악 범죄자'라고 호칭하고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제보자가 내부 정보를 유출해 회사에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직원들에게는 내부 정보를 언론에 제보하면 형사 고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KCB 관련 기사가 추가로 보도되면 회사가 직원들에게 성과에 비례해 지급하는 PS가 사라질 수 있다고도 했다. 부장들에게는 노조원들이 휴게 시간을 정확히 지키고 있는지 살피라고 지시했다.

KCB 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시위에서 "(인사 임원은) 조사를 하면 피해자들의 마음이 아플 것이라고 했는데 배려심이 정말 기가 막힌다"며 "우리 노조와 직원들을 얼마나 무시하면 이런 괴변을 늘어놓겠나"라고 밝혔다.

이혁재 KCB 준법지원실장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저번 기사(자아비판 워크숍) 관련해서는 일단락이 됐고 지금 점심시간에 하고 있는 부분들(점심시간 시위)은 단체 협약, 임단협 관련 내용으로 알고 있다"며 "노조에서 보통 회사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요구를 하기도 하고 그렇게 밀고 당기고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길수 KCB 인사 부장은 노조의 피켓 시위의 원인이 지난해 워크숍 때문이냐는 질문에 "임단협때문"이라며"노동조합 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회사에 큰 문제가 있고, 작년에 기사가 난 부분(직장 내 괴롭힘 해결)이 이어져 온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절대 그런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있다"고 했다.

최유빈 기자 langsam4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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