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츠보다가 갑자기 성인물"…모니터링 예산은 16%↓

성인물 영상 필터링 없이 송출
최근 5년간 시정 조치 1만여건
모니터링 예산은 약 16% 감소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 경기 의왕시에 사는 40대 김모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10살 아들과 함께 유튜브를 보다 깜짝 놀랐다. 낯 뜨거운 성인물 영상이 갑자기 나타났기 때문이다. 김씨는 "최근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에 성적인 영상이 아무런 제재 없이 송출돼서 위험하다고 느낀다"며 "아이들이 올바른 성의식이 잡히기 전부터 이런 영상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건 왜곡된 성의식을 키울 수 있어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 성인물 영상들이 필터링 없이 떠돌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알고리즘에 따라 무작위로 추천되는 숏폼(짧은 영상) 영상이 유행하면서 어린아이들도 쉽게 성인물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12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유튜브상에 음란물 등 청소년들이 보기에 부적절한 영상이 제재 없이 돌아다니고 있다.

전날 한 유튜브 A 채널에는 '선생님을 무시한 학생들의 최후'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에는 일본 성인비디오(AV) 영상이 편집돼 올라와 있었고, 영상 중간중간 과도한 신체 노출과 함께 성행위 등을 암시하는 장면들도 송출됐다.

해당 채널의 구독자는 14만9000여명이로, 영상 조회수는 22만여회였다.

또 구독자 27만명을 보유한 다른 유튜브 B 채널에도 지난 1월 '겨울철 대방어마냥 물오른 여배우'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 왔다.

여성의 신체를 과도하게 부각하며 일본 AV를 소개해 주는 이 영상엔 "자고로 여자는 어느 정도 XX이 있어야…" 등의 성희롱적인 댓글도 다수 달렸다. 이 영상의 조회수는 14만여회에 달했다.

최근 유튜브 숏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위주의 영상이 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자극적인 숏폼 영상들이 알고리즘에 따라 무분별하게 추천돼 청소년들이 성인물에 노출되는 상황이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중학생 박모(14)군은 "유튜브 숏츠를 보다가 갑자기 야한 영상이 나와 급하게 휴대전화를 숨겼다"며 "내가 원해서 본 영상이 아니라 갑자기 알고리즘에 따라 뜬 것이라 너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경기 평택시에 사는 초등학생 권모(11)군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을 자주 하는데, 숏츠 같은 걸 보면 가끔 19금 영상들이 나와 당황할 때가 있다"며 "내가 선택해서 본 게 아니라 그냥 추천돼서 갑자기 뜨니까 부모님이랑 있을 때 그런 영상이 나오면 놀라기도 한다"고 전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성의식이 올바르게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제재 없이 성인물 관련 영상에 노출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었다.

슬하에 9살, 7살 아들을 둔 박준범(39)씨는 "특히 아이들은 아직 성교육 등을 통해 성의식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태인데, 무분별하게 그런 영상들에 노출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기술이 발달할수록 이런 부분에서의 규제도 제대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8월)까지 최근 5년간 페이스북·인스타그램·트위터 등에 대한 음란물·성매매 불법 정보 시정 조치는 1만8943건에 달했다.

트위터가 1만292건으로 가장 많았고 구글(6814건), 인스타그램(1473건), 페이스북(346건), 네이버(17건), 카카오(1건)가 뒤를 이었다.

특히 인스타그램은 2019년 24건에서 2023년 8월 기준 1473건으로 56배 늘었고 페이스북도 2019년 8건에서 2023년 346건으로 42배 늘었다. 또 유튜브 모회사인 구글도 2019년 3130건에서 2023년 6814건으로 약 2.1배 증가했다.

그러나 SNS상에서 불법 음란물·성매매 정보를 감시하는 모니터 예산은 오히려 감소했다. 연도별 통신 모니터 관련 예산은 지난 2019년 10억4000만원에서 지난해 8억7000만 원으로 약 16%(약 1억7000만원) 삭감됐다.

방심위 모니터링 및 시정조치를 진행하는 모니터 인력도 총 100명에서 72명으로 축소 운영 중이며, 이 중 음란 성매매·불법 촬영과 관련한 팀은 26명에서 25명으로 준 상태다.

특히 유튜브는 현행 언론법상 언론으로 규정돼 있지 않아 심의나 규제의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시민사회가 협력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최근에 유튜브 등 SNS가 크게 발달하면서, SNS가 정보 습득 매체가 돼버렸다"며 "특히 성의식이 아직 올바르게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이 불법 성인물에 무분별하게 노출된다면 왜곡된 성인식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 같은 불법 음란물 등이 난립하지 않도록 적극 나서야 할 것이며, 시민사회 단체들과 협력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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