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돈'에 내려진 추징금 안냈다면…법원 '과세 정당'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행정법원청사 전경.

위법하게 얻은 돈에 대해 부과된 추징금을 내지 않았다면 세금을 걷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제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알선수재 혐의로 징역형과 추징이 확정된 A씨가 추징가액을 과세 대상으로 보는 게 부당하다며 제기한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대출 알선 수수료로 1억1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2019년 1월 징역 1년6개월과 추징금 1억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항소심, 상고심도 패소해 이같은 판결 내용은 확정됐다.

과세당국은 A씨의 추징가액이 구 소득세법에서 '알선수재에 의해 받은 금품'으로서 기타소득에 해당한다고 보고 2017년 귀속 종합소득세로 약 3600만원을 고지했다. A씨가 이의신청하면서 과세당국은 이미 추징금으로 낸 17만9600원을 뺀 나머지 금액 1억982만원에 대해 과세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A씨는 "위법 소득을 얻었지만 그 소득을 종국적으로 보유하지 못했음에도 이를 과세대상으로 하는 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추징이 확정되면서 위법 소득에 대해 현실적으로 이익을 얻을 게 없는데 세금을 내는 게 부당하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추징가액에 대해 국가기관이 집행을 완료했다는 사정을 확인할 수 없다며 과세당국의 처분은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2015년 나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과세 금액은 위법 소득에 대해 환수 완료가 확인된 후 이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고 봤다. 뇌물, 알선수재, 배임수재 등 범죄에서 몰수나 추징을 하는 건 범죄 행위 이득을 뺏어 부정한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몰수나 추징이 이뤄졌다면 이익이 없어진 것이기 때문에 납세의무가 있던 돈이더라도 이에 대한 감액 청구 등을 할 수 있다.

재판부는 "A씨가 이 사건 추징가액을 수수한 뒤 17만원 이외에 나머지 1억982만원의 추징금을 납부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추징가액 중 1억982만원을 과세 대상으로 한 이 사건 처분에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정진솔 기자 pinetree@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