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록] 용산 대장주 기대 산호아파트… "공사비 복병"
[편집자주] [정비록]은 '도시정비사업 기록'의 줄임말입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해당 조합과 지역 주민들은 물론 건설업계에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도시정비계획은 신규 분양을 위한 사업 투자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장을 직접 찾아 낡은 집을 새집으로 바꿔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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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방문한 산호아파트는 노후화가 심각하게 진행된 상태였다. 군데군데 뜯긴 벽과 녹이 슨 창호에서 세월의 흔적이 드러났다. 여러 차례 보수공사를 마쳤음에도 흘러내린 녹물 자국이 그대로였다.
중앙난방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겨울이 되면 난방비 폭탄을 맞고도 따뜻하게 지내기가 어렵다는 것이 주민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이날 단지에서 만난 한 주민은 "수도관 문제로 녹물이 자주 나오기도 하고 2년 전쯤에는 일부 동의 꼭대기층 천장에서 물이 샌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관리비가 타 단지에 비해 많이 나오는 편인데 엘리베이터가 느리고 주차가 불편한 게 단점"이라고 말했다.
산호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산호 조합')은 현재 12층, 6개 동 554가구 규모인 단지를 지하 3층~지상 35층, 7개 동 647가구(임대 73가구) 규모로 재건축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월 용산구청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위한 공람을 시작해 다음 달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조합은 입찰 참여 시공사가 반드시 최상위 브랜드(하이엔드 등)를 제시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놨다. 최근 아파트 브랜드를 일반과 고급으로 분류해 운영하는 시공사가 많아진 만큼 하이엔드 적용을 통한 고급화를 꾀하겠다는 목적이다. 입찰보증금은 120억원, 마감일은 다음 달 1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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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송파구 가락동 가락삼익맨숀은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건설업체 참여가 단 한 곳도 없었다. 해당 단지의 재건축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는 3.3㎡당 810만원이었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하이엔드 브랜드 재건축 단지들의 3.3㎡당 공사비는 최소 900만원대로 알려졌다. '공사비 1000만원 시대'가 열렸다는 말도 흔히 나온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말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하이엔드 '푸르지오 써밋' 공사비 3.3㎡당 1070만원을 제시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2차는 2017년 현대엔지니어링과 3.3㎡당 약 500만원으로 공사비를 협의했으나 최근 13000만원대로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브랜드를 종전 '힐스테이트'에서 하이엔드 '디에이치'로 변경한 데에 따른 조치다.
공사비 상승 시 분담금 증가의 우려도 커진다. 한 조합원은 "3.3㎡당 800만원대 공사비에 하이엔드 브랜드를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산호아파트는 과거에도 분담금을 놓고 조합원 내 갈등을 겪었다. 2022년 113㎡(이하 전용면적)를 보유한 조합원이 재건축 후 기존과 유사한 112㎡를 선택할 경우 분담금 7억2000만원을 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시공사 선정을 앞둔 현재 분담금 걱정은 여전하다. 조합원들 사이에선 평수를 늘리려면 최소 몇 억원이 필요해 돈이 없어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조합 측은 사업성이 좋은 위치인 만큼 시공사 유찰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반포 1·2·4주구와 잠실우성4차 등 재건축 추진 단지 다수가 3.3㎡당 800만원대 공사비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시공사 선정 후 47층으로 설계변경을 추진해 일반분양분을 늘리고 분담금 걱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분양분이 적은 아파트일수록 수익성이 떨어져 조합원에게 분담금을 더 받아야 한다"며 "분양시장이 침체인 시기엔 시공사들도 수주를 줄이게 된다"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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