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의 '국내 첫 자동화 부두'…개장 전부터 안전성 '논란'

최지훈 2024. 3. 12.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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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컨테이너'로 5개월 만에 시범 운영 마무리…안전성 우려
해운 업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우려…선사에 신뢰 못 줘”
/그래픽=비즈워치

동원산업의 자회사인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이하 동원글로벌터미널)이 이달부터 운영 예정인 부산신항의 자동화 부두가 개장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시범 운영을 단기간 진행한 데다가 그마저도 빈 컨테이너로 하는 등 부실한 준비로 해운업계에서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원글로벌터미널에 따르면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에 위치한 부산신항 내 서컨테이너 2-5단계(자동화 부두)는 지난 5개월간의 시범 운영을 마무리하고 이달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할 계획이다. 

동원글로벌터미널은 지난 2001년 부산 북항에서 터미널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부산항만공사의 북항 폐쇄 계획에 따라 부산 신항에 자동화 부두를 짓기로 하고 2012년부터 건설을 시작했다. 이후 11년간 사업비 1조 1400억원가량을 투입해 지난해 10월 완공했다.

이 부두는 국내 최초의 자동화 부두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동원글로벌터미널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 부두가 무인운반차량(AGV·Automated Guided Vehicle) 등을 도입한 국내 최초 완전 자동화 터미널로서의 입지를 구축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최첨단 장비와 운영 시스템을 통한 전 구간 무인화로 24시간 안정적인 작업이 가능하고 높은 하역 생산성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해운 업계에서는 이 부두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동원글로벌터미널이 부두 운영에 앞서 진행한 시범 운영이 다소 부실하다는 점에서다. 시범 운영 기간이 짧은 데다가 그마저도 짐이 실리지 않은 빈 컨테이너로 진행했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에 위치한 부산신항 내 서컨테이너 2-5단계. /사진=부산항만공사 제공.

먼저 개장 전 시범 운영을 약 5개월 만에 마무리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테스트 기간을 거쳐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중국의 경우 최소 6개월의 시험 운영 기간을 거치고 개장을 했다"며 "특히 사령탑의 사물인터넷과 알고리즘 운영이 명확하게 장비에 전달되는지가 중요한데, 이 알고리즘 시험 운영 기간이 충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보다 앞서 자동화 부두 체계를 마련한 네덜란드와 독일은 단계적으로 개장 절차를 거치며 안전성이 완벽히 확보된 후에 본격적으로 부두를 운영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 APM터미널2(APMT)은 2015년 개장 당시 시간당 컨테이너 처리 능력이 8~9개 수준이었다. 차츰 오류를 개선한 APMT는 현재 25~30개 정도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도 1단계와 2단계로 나눠 개장 시기를 달리하는 등 체계적으로 오류를 줄여나갔다. 두 국가 모두 시험 운영을 철저히 해 단계적으로 자동화 수를 늘렸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동원글로벌터미널의 지주사인 동원산업 관계자는 "네덜란드와 독일이 항만 자동화를 할 당시에 비해 지금은 관련 기술 등이 월등히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충분히 운영과 가동이 됐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이제는 본격적으로 운영을 해도 된다는 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범 운영을 빈 컨테이너로 진행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화주 물건이 들어간 컨테이너에 대해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해운사 업계에서는 이런 점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국내외 선사를 불문하고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부두는 이용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며 "동원글로벌터미널의 빈 컨테이너만을 이용한 시범 운영은 그 자체만으로 선사 입장에서 해당 부두를 기피하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동원산업 관계자는 "빈 컨테이너로 시범 운영을 한 이유는 AGV가 입력된 값에 정확히 도착하는지에 초점을 뒀기 때문"이라며 "컨테이너 무게가 문제가 될지에 대해서는 데이터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컨테이너를 움직이는 데는 안전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최지훈 (jhchoi@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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