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힘 못 써도 안 떠난 외국인…"코스피 2700 간다"
'엔비디아 쇼크'로 인한 반도체 업종의 조정에도 국내 증시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간다. 2차전지와 바이오, 엔터, 방산 등 다른 업종으로 순환매가 일어나며 지수 하방을 받쳐주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순환매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조만간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을 탈피하고 2700선을 돌파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11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0.51포인트(0.77%) 하락한 2659.84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8일 엔비디아 급락의 영향으로 미국 나스닥 지수가 1% 넘게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코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2.75포인트(0.31%) 오른 875.93에 마감하며 상승 반전했다.
그동안 증시를 이끌어 왔던 반도체 업종은 일제히 조정을 보였다.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5300원(3.08%) 하락한 16만66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1.23% 떨어졌다.
AI(인공지능)용 서버에 사용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관련주로 꼽히는 큐알티는 10.55% 하락했고 케이씨텍, 워트,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이오테크닉스 등 역시 6~8%대 하락 마감했다. 반도체 장비, 소재, 부품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나 온디바이스 AI 관련주까지 대부분 약세를 면치 못했다.
가장 큰 원인은 AI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의 조정이다. 지난 8일 나스닥 시장에서 엔비디아는 전일 대비 51.41달러(5.55%) 하락한 875.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 마감 후 시간외 거래에서도 2.07% 추가 하락했다. 10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고점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일각에서는 거품 우려마저 제기된다.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비중이 높은 만큼 반도체 업종의 조정은 증시 전체의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 외국인은 반도체 업황이나 주가 등락에 따라 국내 주식을 사고팔기를 반복했고 이에 따라 다른 업종도 동반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일이 많았다.
최근에는 양상이 조금 달라졌다. 지난해부터 외국인의 매수세는 꾸준히 이어지는 중이고 반도체 외에 다른 업종으로 순환매가 확산하는 중이다. 이날 외국인은 반도체가 속한 전기·전자를 1637억원 순매도했지만 기계 업종은 960억원 순매수했고 NAVER와 카카오가 속한 서비스업은 370억원 사들였다. 외국인 수급 덕분에 NAVER와 카카오는 각각 1.01%, 2.63% 올랐다.
업종별로는 2차전지, 바이오, 방산, 엔터 등이 강세를 보였다. 2차전지 전해액 업체인 엔켐은 이날 17.41% 반등했다. 배터리 부품을 생산하는 신성에스티는 22.46% 상승했다. 제약·바이오에서는 에스텍파마가 20.02%, HLB제약이 14.41% 강세로 마감했다. 유한양행, 지엘팜텍, 화일약품 등 역시 2~3%대 이상 올랐다.
그동안 조정이 이어졌던 엔터주도 반등했다. 판타지오는 13.08% 상승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 JYP Ent., 에스엠, 하이브 등도 강세였다. 방산업종에서는 8.43% 상승한 한화오션을 비롯해 코츠테크놀로지, 에이스테크, 제노코 등이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으로 국내 증시의 기초체력 변화 기대감이 높아지며 하방이 보다 견고해진 것으로 본다. 이전에는 실적과 수급에 따른 변동성이 컸지만 주주환원 강화 등으로 기업가치를 높인다면 변동성은 이전보다 줄어든다. 기초체력이 달라진다면 외국인도 국내 증시에서 차익실현 후 자금을 빼내기 보다 다른 업종으로 순환매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소외됐던 수출주와 성장주로 다시 순환매가 일어나며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을 탈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 부장은 "AI반도체를 제외하더라도 코스피 추가 반등 시도를 이끌어갈 업종이 존재한다"며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 내에서 주주환원정책 기준으로 옥석가리기가 진행 중인 가운데 성장주와 수출주로 순환매가 동시에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장은 코스피의 2700 돌파 가능성을 높게 봤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 경기의 부진은 미국 금리 하락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금리 하락 국면에서는 가치주보다 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건강관리, 미디어, 소프트웨어, 반도체 등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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