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만에 또 사망사고… 영풍 '안전불감증' 도마 위

이한듬 기자 2024. 3. 12.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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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포제련소 하청업체 직원, 작업 중 낙하물 맞아 숨져
시민단체 "문제 해결 의지 없다" 비판… 오너 책임론↑
경북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전경. / 사진=뉴스1 DB
지난해 12월 맹독성 가스 유출로 4명의 사상자를 낸 경북 봉화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불감증 논란이 커진다. 시민단체는 잇단 사고를 근절하려면 석포제련소를 폐쇄하고 영풍그룹의 실질적 사주인 오너를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잇단 사망사고에 시민사회 반발 커져


12일 업계 및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2시 5분께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 제1공장 냉각탑에서 이물질 제거 작업 중이던 A씨(52)가 낙하물에 부딪혀 숨졌다. 이날 사고는 냉각탑 내부를 청소하기 위해 투입된 A씨가 브레이커 작업 도중 벽체에서 떨어진 석고와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다리 골절상 등을 입은 A씨는 동료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에 의해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심정지 상태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영풍 관계자는 "현재 노동당국에서 정확한 사고원인 등을 조사 중에 있다"며 "조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포제련소에서는 지난해 12월에도 근로자 4명이 맹독성 가스에 노출돼 복통과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켜 병원으로 이송, 이 중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후 경찰 및 노동당국은 지난 1월 서울 강남 영풍 본사와 석포제련소 현장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영풍 법인과 박영민 대표, 석포제련소장인 배상윤 영풍 부사장 등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대구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 1997년부터 진난해 말까지 석포제련소에서 일어난 사고는 모두 8건이며 근로자 11명이 숨졌다. 이번 사고로 사망자 수는 12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불과 3개월 만에 같은 사업장에서 또 다시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사업장 안전 문제에 대한 영풍의 개선 노력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중대재해법 입건 부사장, 사내이사 재추천 논란


잇단 사고가 영풍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영국 로이터 등 외신은 최근 석포제련소의 가동 용량이 현재 80% 수준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산재사고로 일부 공정 조업이 중단된 영향이다. 로이터는 석포제련소가 이달부터 최대 용량 대비 50% 수준으로 가동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도 전했다.

영풍은 지난해 169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조업 차질로 생산에 문제가 생기면 올해 실적도 장담할 수 없다. 더욱이 2019년 경북도청이 석포제련소의 수질오염물질 배출을 이유로 내린 60일 조업정지 처분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어서 향후 추가적인 조업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앞서 석포제련소는 2021년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받았을 당시 800억원가량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환경단체 회원들과 영풍석포제련소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이 지난해 12월1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풍석포제련소 노동자의 비소 중독 추정 사망사건과 관련해 제련소 폐쇄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뉴스1 DB
최근 영풍 이사회가 배상윤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추천한 점 역시 논란이다. 배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발생한 사망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인물이다. 잇단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안전 관련 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인물을 사내이사로 재추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예용 소장은 "경영상 책임을 묻기는커녕 사내이사로 재추천한 것은 회사 이사회가 안전사고에 대한 문제 의식도, 해결에 대한 의지도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영풍의 실질적인 사주는 장형진 고문"이라며 "실질적인 사주에게 책임을 묻고 고위험 사업장인 석포제련소를 폐쇄·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실질적 사주에 책임 물려야"


시민단체가 장 고문의 책임론을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시민단체들은 지난 1월 실질적 책임자인 장 고문을 엄벌에 처해달라며 '중대재해처벌법·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북지방경찰청에 고발한 바 있다.

영풍 오너가 내부 경영현안 해결보다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만 관심을 기울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故) 최기호·장병희 창업주가 공동 설립해 75년간 동업관계를 이어왔다.

영풍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일가가, 고려아연은 최씨일가가 독립경영하고 있으나 2022년 말부터 양 가문이 지분확보 경쟁에 열을 올리면서 경영권 분쟁이 점화됐다. 특히 올해 고려아연의 주총을 앞두고 영풍이 정기배당 안건과 정관변경 안건에 공식 반대하면서 표대결을 예고, 갈등이 삼화하는 양상이다.

올해 들어서도 장 고문 측은 지분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장 고문 일가 개인회사로 분류되는 씨케이와 에이치씨 등은 올들어 3월5일까지 44회에 걸쳐 고려아연 보통주 6만4801주를 사들였다.

해당 주식은 이번 주총 표대결과는 무관하다. 12월 결산 상장법인의 정기 주주총회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회계년도의 12월 말까지 주식을 매입해야해서다. 재계 관계자는 "장 고문 측이 올들어 매입한 지분은 최씨일가와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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