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커브 KKK→150km KK, 슈퍼루키들의 '압권투'…"미르가 훨씬 잘 던졌어요" 친구 손 들어준 김택연, 왜? [MD부산]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전)미르가 저보다 훨씬 잘 던졌어요!"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시범경기 맞대결이 벌어진 11일 부산 사직구장. 두산 '좌완 에이스' 브랜든 와델의 4이닝 퍼펙트 투구, 올해 주전 유격수를 맡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박준영의 시범경기 첫 홈런 등 다양한 볼거리가 쏟아졌지만, 가장 이목을 끄는 장면은 경기 막바지에 나온 두 명의 투수였다. 바로 '특급유망주'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전미르(롯데)와 김택연(두산)의 투구였다.
먼저 투구에 나선 것은 전미르였다. 전미르는 롯데가 0-3으로 뒤진 9회초였다. 당시 먼저 마운드에 올랐던 구승민이 김인태의 강습 타구에 오른쪽 어깨를 강타하면서 갑작스럽게 마운드를 내려가는 일이 벌어졌다. 이때 전미르가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10일 SSG 랜더스와 맞대결에서 연습경기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데뷔전을 치른데 이은 두 번째 등판. 너무나도 갑자기 마운드에 오르게 됐고, 연투였지만, 전미르의 투구는 임팩트를 남기기에 충분했다.
전미르는 무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첫 타자 이유찬과 맞대결에서 2구째 142km 직구를 공략당해 2루수 방면에 내야 안타를 내주며 경기를 출발했다. 무사 1, 2루의 실점 위기에서 전미르의 투구는 본격 시작됐다. 전미르는 후속타자 김대한과 5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125km 커브로 루킹 삼진을 솎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그런데 이어나온 조수행에게 5구째 143km 직구에 다시 한번 안타를 허용했고, 상황은 1사 만루의 대량 실점 상황으로 연결됐다.
하지만 전미르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장승현과 맞대결에서 빠르게 0B-2S의 유리한 카운트를 점했고, 3구째 126km 커브를 위닝샷으로 던져 '3구 삼진'으로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전미르는 '강정호스쿨'을 다녀온 뒤 남다른 타격감을 뽐내고 있는 김재환과 맞붙게 됐는데, 긴장한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전미르는 1B-2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다시 한번 결정구로 커브를 택했고, 김재환의 방망이를 이끌어내면서 삼진 세 개로 이닝을 매듭짓는 훌륭한 투구를 펼쳤다.
전미르가 펼친 투구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압권'의 투구가 나왔다. 이번에는 김택연이었다. 9회말 브랜든에게 마운드를 이어받은 김택연은 첫 타자 빅터 레이예스를 상대로 3B-2S의 풀카운트에서 위닝샷으로 146km의 직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뽑아내며 이닝을 출발했다. 그리고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김택연은 후속타자 손성빈을 상대로 3B-0S의 매우 불리한 카운트에서 연달아 두 개의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냈고, 6구째에 다시 한번 직구를 던져 삼진을 뽑아냈다.
김택연의 투구는 마무리까지 완벽했다. 김택연은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날 '멀티히트'를 터뜨릴 정도로 타격감이 좋았던 나승엽을 상대로는 2B-1S에서 4구째 147km 직구로 좌익수 뜬공을 유도, 삼자범퇴로 경기를 매듭지었다. 지난 9일 시범경기에서는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의 등판이었지만, 이날은 3점차 이내의 세이브 상황. 김택연은 흔들림 없이 롯데의 타선을 묶어냈고, 시범경기이지만 기록으로 남는 공식전에서 세이브를 수확하는 기쁨을 맛봤다.
청소년 국가대표 시절 짧지만 한솥밥을 먹었고, 나란히 스카우트들의 눈을 사로잡은 끝에 2024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김택연), 3순위(전미르)로 프로의 선택을 받은 동갑내기 '특급유망주'들의 투구는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 장면은 김택연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지난 2일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만났던 김택연은 "(황)준서와는 호주에서 돌아오는 공항에서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전)미르와는 연락만 나눴다. 그래서 '시범경기 때 롯데와 경기를 하면 보자'는 이야기를 했었다. 청소년 국가대표 시절 미르와는 같이 운동도 하고 정말 잘 지냈다. 만약 신인인 우리 둘이 모두 마운드에 오른다면, 정말 재밌을 것 같고, 기분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청소년 국가대표 시절의 인연을 통해 지금까지도 연락을 주고받는 등 친하게 지내고 있는 김택연. 꿈에 그리던 순간이 이루어진 순간은 어땠을까. 경기가 끝난 뒤 만난 김택연은 "불펜에서 몸을 푼 뒤 (전)미르가 던지는 것도 봤는데, 앞에서 (전)미르가 너무 잘 던졌다. 삼진 세 개로 이닝을 깔끔하게 막는 것을 보고 '나도 열심히 던져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새어 나오는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1이닝 2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의 전미르,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의 김택연. 두 선수 모두 훌륭한 투구를 펼쳤지만, 김택연은 친구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재차 "미르가 나보다도 훨씬 잘 던졌다. 삼진을 세 개나 잡았지 않느냐"고 활짝 웃었다. 김택연이 이렇게 말한 데는 이유가 있다. 결과는 좋았지만, 투구 과정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까닭이다. 김택연은 "볼이 많았던 것이 조금 아쉬웠다. 결과적으로 볼넷을 기록하지 않은 것은 잘한 것 같지만, 안일한 공들이 너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김택연의 겸손함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힘 대 힘'으로 선배들을 찍어 누르는 모습이었다'는 말에 "내 공을 처음 보는 형들과 선배들이었다. 처음 만나게 되면 당연히 투수가 유리하다. 이렇게 볼을 많이 던지다 보면, 시즌 때는 반드시 맞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 집중해서 던져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완벽한 투구였음에도 과정을 돌아보며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친구의 투구에 엄지를 치켜세운 김택연도 전미르의 투구에 못지않게 매우 훌륭한 투구를 펼친 것은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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