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전환부터 제4인뱅까지… 은행 과점 깨질까

강한빛 기자 2024. 3. 12.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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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iM금융으로 새 간판 다는 DGB금융③] 유뱅크·소소뱅크·KCD뱅크, 기대감 속 우려도
[편집자주] DGB금융그룹이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을 새로운 회장으로 낙점했다. 황 행장은 국내 8개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한 50대 회장에 이름을 올리며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은행은 이달 중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만큼 기존 5대은행 중심의 과점체제를 해소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유뱅크·소소뱅크·KCD뱅크 등이 제4인터넷은행에 도전장을 내밀며 물밑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유뱅크·소소뱅크·KCD뱅크 등이 제4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한다./그래픽=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최연소 50대 금융지주 회장 '황병우'… 세대교체 바람 부나
②'iM금융지주'로 엿본 성장 전략은… M&A로 비은행 강화
③시중은행 전환부터 제4인뱅까지… 은행 과점 깨질까

지난해 금융당국이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체제를 허물고 '신규 플레이어' 진입 문턱을 낮추겠다고 선언한 뒤 이른바 '제4의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제4인뱅)' 설립에 도전장을 내미는 사업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유뱅크·소소뱅크·KCD뱅크 등 3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소상공인, 시니어 등 금융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들을 품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하지만 이들이 첫발을 떼기까지 과제가 산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전히 시중은행 과점체제가 공고하고 이들이 자본력과 노하우를 갖춘 주주사를 찾지 못해 인가까지 지지부진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제4인뱅은 새로운 금융 물줄기를 가르는 진정한 메기가 될 수 있을까.


유뱅크·소소뱅크·KCD뱅크, 3파전으로 굳어지나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과점 구조인 시중은행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경쟁자가 언제든 진입할 수 있는 '경합시장'으로 전환했다. 기존에는 금융당국에서 인가방침 발표 후 신규 인가 신청심사가 진행됐지만 앞으로 충분한 건전성과 사업계획 등을 갖춘 사업자에게 엄격한 심사를 거쳐 신규 인가를 내주겠다는 계획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앞서 "충분한 자금력과 실현 가능한 사업계획을 갖고 있다면 신규 인가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 제4인뱅 인가를 공식적으로 준비 중인 곳은 유뱅크·소소뱅크·KCD뱅크 3곳으로 최근 컨소시엄 모양이 갖춰졌다. 가장 최근 구성된 유뱅크 컨소시엄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 렌딧, 핀테크 플랫폼 자비스앤빌런즈, 현대해상 등이 참여한다.

눈길을 끄는 건 단연 현대해상이다. 현대해상의 인터넷은행 설립 도전은 이번이 세번째로 2015년 인터파크컨소시엄에 참여해 첫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도전한 바 있다. 하지만 예비인가에서 탈락한 데 이어 2019년에는 토스뱅크컨소시엄에 참여한 뒤 견해 차로 중도 하차한 바 있다. 유뱅크는 '당신을 위한 은행'이라는 의미로 '초개인화 금융 서비스'를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시니어·소상공인·중소기업·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포용 금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4인뱅 설립에 가장 먼저 도전장을 내밀었던 곳은 KCD(한국신용데이터)뱅크다. 지난해 7월 핀테크 업체인 한국신용데이터는 소상공인 특화 은행을 만들겠다며 KCD뱅크를 출범했다. KCD는 130만 사업장에 도입된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운영 중인 회사다.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는 "기존 금융기관에게 중·저신용 개인 사업자는 주요 고객이 아닌 탓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소상공인 대상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소상공인에게 맞춤 금융을 제공하는 차별화된 특화은행을 설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외 지난해 12월엔 소상공인과 소기업단체 35곳이 모여 '소소뱅크설립준비위원회'가 꾸려졌다. 소소뱅크는 2019년 인터넷은행 설립에 도전했지만 금융당국의 인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예비인가에서 미끄러진 바 있다.

이들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제4인뱅에 도전하지만 모두 소상공인·자영업자를 핵심 고객층으로 꼽은 공통점이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특화 대출로 사업성을 담보하는 동시에 인터넷은행의 정체성인 포용금융의 명분도 확보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지난해 4월 진행된 기자 간담회 자리에 참석한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사진=한국신용데이터


컨소시엄은 완성됐는데… 자본력은 글쎄


제4인뱅 출범은 각 컨소시엄들이 최소자본금과 자금조달 방안 등 인가 조건을 맞출 수 있을지가 쟁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은 250억원의 최소자본금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대주주의 안정적인 자금조달 방안도 필요하다. 특히 기존 인터넷은행이 영업 전 2500~3000억원의 자본을 확보했다는 점을 보면 이에 준하는 자본금이 우선 확충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5년 11월 예비인가 승인을 받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각각 2500억원, 3000억원의 자본금을 확보하고 2017년 출범했다. 토스뱅크 또한 2500억원의 자본금으로 2021년 영업을 개시한 바 있다.

자본력 이외에도 금융당국이 강조한 '실현 가능한 사업계획' 등 혁신성도 유뱅크·소소뱅크·KCD뱅크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키움증권은 2019년 '키움뱅크'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3인뱅 설립에 나섰지만 기존 제1·2호 인뱅과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 탈락 원인으로 작용했다. 하나은행, SK텔레콤, 11번가, 롯데멤버스 등 대형 업체들이 컨소시엄에 참여하며 자본력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은행 진출 문턱에서 미끄러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들이 금융당국의 기준을 충족해 시장에 나와도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체제를 깨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의 활약에도 여전히 시중은행의 존재감이 월등하다는 이유에서다. 당국의 새로운 인가 기준도 변수다. 금융위는 제4인뱅의 인가 요건으로 ▲자본금 요건 ▲자금조달 방안 ▲주주구성 계획 ▲사업계획 외 중금리대출 계획 ▲신용평가모델(CSS)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4인뱅이 시중은행 과점 해소의 핵심역할을 수행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지만 금융당국이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며 "다만 현재 성패로 지목되는 자본력은 예비인가 이후 향후 영업을 위해서도 중요한 만큼 자본금 요건 달성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강한빛 기자 onelight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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