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지·샴푸도 알리·테무가 싸대"…된서리 맞은 대형마트 매출 '뚝'

유엄식 기자 2024. 3. 12.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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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대형마트 매출 9.2% 감소... 오프라인 채널 중 유일하게 하락
생활용품 등 비식품군 매출 2년여 만에 최대 낙폭... 中 플랫폼 저가 공세에 밀려 매장 축소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의류와 속옷류 등이 전시돼 있다. /사진제공=뉴스1
올해 1월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 대형마트가 유일하게 전년 대비 매출액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류, 스포츠용품, 생활용품 등 비식품군 매출이 20%가량 줄어든 영향이 컸다. 설 명절 기저효과를 고려해도 이례적으로 매출이 급감했는데, 중저가 생활용품을 앞세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플랫폼의 영향력이 확대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저가 생필품 팔던 대형마트, 점점 설 자리 잃는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 매출은 지난해 1월보다 9.2% 감소했다.

이 기간 온라인 이커머스 매출이 전년 대비 16.8% 증가하며 27개월 만에 최대 성장률을 기록했고, 백화점(0.7%) 편의점(6.1%) 기업형슈퍼마켓(7.1%) 등 다른 오프라인 채널 매출이 증가한 가운데 대형마트만 매출이 크게 줄었다.

대형마트의 구매 건수는 5.3%, 구매 단가는 4.1% 각각 감소했다. 식품(-7.4%)보다 비식품(-13.6%) 매출 감소 폭이 더 컸다. 대형마트 비식품군 매출은 2022년 2월(-14.6%) 이후 23개월 만에 가장 많이 감소했다. 세부 품목별 매출 감소율을 보면 의류(-14.0%) 스포츠용품(-19%) 생활용품(-19%) 잡화(-21.0%) 등으로 집계됐다.

설이 작년은 1월 22일이었고, 올해는 2월 10일이어서 명절 특수가 제외된 점을 고려해도 이례적으로 낙폭이 크다. 이는 알리, 테무 등 중국 플랫폼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해 1월 유통 채널 중 유독 대형마트 매출이 부진한 것은 명절 시차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중저가 생활용품 시장에서 이커머스에 밀린 상황에서 알리, 테무 등 중국 플랫폼 이용자가 늘어나며 수요층이 더 옮겨간 영향이 크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유통사들은 의류와 생활용품의 경우 백화점은 고가 제품군 위주로, 대형마트는 중저가 제품 위주로 판매해 왔다. 하지만 중저가 제품군의 경우 국내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점차 밀려나게 됐고, 이보다 더 낮은 가격대를 제시하는 중국 플랫폼까지 합세하며 더욱 설 자리를 잃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도 이런 현실을 인정한다. A 대형마트 관계자는 "신선식품은 여전히 매장을 찾아 직접 눈으로 품질을 확인하고 사려는 소비자가 많지만, 생활용품 등 비식품군은 마트 매대에 진열하는 데 한계가 있고 온라인몰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어렵다"고 했다. B 대형마트 관계자는 "예전에는 의류 PB(자체 브랜드)를 운영할 정도로 수요가 뒷받침됐지만 최근엔 이런 매장을 거의 정리했고 그 자리에 식당이나 키즈카페 등 고객 편의시설을 배치하는 추세"라고 했다.
롯데마트가 지난해 말 리뉴얼 오픈한 서울 은평구 진관동 롯데마트 은평점 내부. 매장의 90%를 식료품으로 구성한 '그랑 그로서리(Grand Grocery)'로 특화 매장으로 구성했다. /사진제공=뉴스1
대형마트 그로서리 전문화로 승부수…비식품군 매장 축소 가속화할 듯
대형마트는 오프라인이 강점을 지닌 신선식품 위주로 주력 제품군을 배치하는 그로서리 전문 매장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3월 리뉴얼한 연수점 내에 그로서리 매장 면적을 4297㎡로 확대하고, 매장 안에 신선한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스마트팜을 설치했다. 축산 매장에는 이마트 점포 중 가장 큰 30m 길이의 쇼케이스를 도입했고, 수산 매장에선 매주 직접 참치를 해제해서 판매하는 '오더 메이드' 공간을 마련했다. 지난해 7월 새단장한 더 타운몰 킨텍스점엔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를 도입했고, 이마트 리뉴얼 점포 중 최대 규모인 4298㎡ F&B존에 32개 맛집과 식음시설을 배치했다.

롯데마트도 지난해부터 매장 내 신선식품 판매처를 늘리는 데 주력한다. 일례로 지난해 말 '그랑 그로서리' 콘셉트 1호점으로 새롭게 오픈한 은평점은 전체 매장 면적의 90%를 그로서리 분야로 채웠다. 롯데마트 은평점은 개장 후 2개월간 방문객 수는 약 15%, 매출은 약 10%가량 늘어났다. 롯데마트는 향후 다른 점포들도 그로서리 특화 매장으로 새단장할 계획이다.

홈플러스도 식품 매장을 '메가푸드마켓'으로 리뉴얼해서 백화점 식품관 수준의 전문 매장으로 탈바꿈하며 그로서리 분야에 역량을 집중한다. 메가푸드마켓으로 리뉴얼한 24개 점포는 오픈 1년 차에 평균 20%대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현재 약 70% 수준인 대형마트 식품 매출 비중은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 그로서리 전문 매장은 전체 매출의 80~90%를 식품군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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