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처분’ 사전통지서 날린 정부… “처분 전 복귀하면 선처” 회유책도

조희연 2024. 3. 1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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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부터 전공의 4944명에 발송
합당한 이유 제시 않으면 면허정지 처분
행정처분 정확한 날짜에 대해선 말 아껴
“조기에 복귀해 환자 진료 매진해 주길”
전공의 복귀 저해 행위엔 엄정대응키로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전공의 4944명에게 사전 통지서를 발송하고 경찰이 ‘전공의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에 박차를 가하며 의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행정처분 완료 이전에 복귀하면 선처하겠다”며 전공의를 회유하고 있다. 사법처리 및 행정처분이 점증·선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사전통지서가 발송된 전공의들은 20일의 의견제출 기간에 합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으면 면허정지 3개월 처분을 받게 된다. 지난 5일부터 4일간 매일 1200여명씩 사전통지가 이뤄졌고, 일부 반송 사례 등을 감안하면 전공의들은 순차적으로 면허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공중보건의사(공보의)와 군의관을 상급종합병원에 파견한 11일 서울 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행정처분이 내려지는 정확한 날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행정처분 절차를 밟고 있는데, 4000건이 넘는 처분이 처리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처분을 내리기 앞서 전공의가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수령했는지, 의견제출서를 보냈는지 파악하는 과정에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행정처분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에 복귀한 전공의에 대해서는 그 기간에 맞게 정상참작하겠다는 입장이다. 전 실장은 “행정처분할 때 소명이나 기간을 감안해 조치할 예정”이라면서 “행정처분 예고 전이나 진행 중에 복귀하게 되면 처분을 완료할 때까지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와는 다른 처분이 나간다”고 했다.

전 실장은 정상참작을 거론하는 이유에 대해 “조기에 복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는 의미”라면서 “(전공의들이) 가능하면 조기에 돌아와서 업무에 복귀를 해서 환자 진료에 매진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공의를 처벌하기보다 복귀시키고 싶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반면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전 실장은 “복귀를 준비 중인 전공의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고발 등 엄정하게 조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복귀 전공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겁박한 사례는 경찰에 수사 의뢰됐고, 이와 유사한 일에 대해서 형사고발할 방침이다.
전병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11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룸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이날 ‘집단행동 불참 전공의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문건이 게시된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도 같은 취지다.

지난 7일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명의로 게시된 이 문건에는 집단행동에 불참한 전공의 명단을 작성해 유포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반대하는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지침도 포함됐다. 해당 문건엔 의협 회장 직인이 찍혀 있어 의협이 전공의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를 허위사실 유포로 규정하고 최초 게시글을 퍼뜨린 성명 불상자를 사문서위조 및 행사,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이날 고발했다.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사실관계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 문건”이라며 “강제 수사로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압수한 자료 등을 토대로 블랙리스트의 진위 및 의협의 사주 여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경찰은 조만간 일부 전공의들이 현장에 복귀하려는 동료를 방해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의사 커뮤니티에서 벌어진 복귀 전공의에 대한 악성 댓글 등과 관련해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고, 복귀를 방해하면 형사 고발을 통해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협 관련 다수의 고소·고발건을 맡고 있는 서울청 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일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전공의 집단 사직 공모 의혹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출석하기 전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복지부가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발한 의협 전현직 간부 5명 중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박명하 의협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을 12일 소환할 예정이다. ‘사직 전 병원 자료를 삭제하라’고 종용하는 게시물을 의료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작성자에 대해서는 지난 9일 소환조사를 마쳤다. 서울 소재 의사로 확인된 게시물 작성자는 조사 과정에서 “본인이 작성한 것이 맞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조희연·이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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