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처럼… 제어장치 고장 대비 여러개 설치해야” [심층기획-급발진법 개정 청원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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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기록장치(EDR)를 믿을 수 없는데 이걸 의무화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개정법은 제조사에 EDR 장착 의무를 부과하고 화재뿐만 아니라 급발진 의심 사고에서도 제작자 등이 사고에 관한 입증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자동차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도록 규정했다.
반 교수는 EDR과 관련한 해외 연구와 자료를 국내에 소개하는 등 급발진 의심 사고의 원인과 해법을 연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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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 블랙박스, 근본적인 해법 아냐
EDR에 입력되는 정보 확대 방법도”
“사고기록장치(EDR)를 믿을 수 없는데 이걸 의무화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반 교수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2022년 의회 제출 보고서에 주목했다. NHTSA는 1616건의 실제 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EDR 데이터의 양적 신뢰성을 분석했다. 해당 보고서를 보면 가장 빈번한 사고 유형인 후방추돌의 경우 사고 발생 5초 전부터만 기록되는 EDR 데이터로는 가속페달의 신뢰성이 91%를 기록했지만, 브레이크 페달은 65%에 불과했다.
전자제어장치(ECU)로부터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는 장치에 불과한 EDR에 의존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반 교수의 주장이다. 2013년 미국 도요타 캠리 급발진 관련 소송에서 소프트웨어 컨설팅업체 바그룹(Barr Group)의 마이클 바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증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수천 시간의 코딩 검증으로 급발진이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하고, 급발진 발생 시 EDR에 브레이크 페달 정보가 잘못 기록될 수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반 교수는 ECU 다중화가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봤다. EDR 신뢰성 문제를 보완할 방편으로 꼽히는 페달 블랙박스 역시 ‘사후책’이라는 것이다. 다중화는 고장 날 상황에 대비해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여분의 장치를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이미 비행기에는 ECU가 2개 이상 들어가고 5개까지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며 “요즘은 자동차 전자 브레이크도 이중으로 설계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중화 개념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중화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제조사도 보호할 수 있다”며 “완전한 입증은 어렵더라도 ECU가 두세 개 들어가 있으면 오작동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단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EDR에 입력되는 정보를 늘리는 방안도 해법으로 제시했다. 반 교수는 시동부터 착륙까지 모든 걸 저장하는 비행기처럼 운전자가 사고 전 어떤 환경에 놓여 있었는지 알 수 있도록 정보량도 늘어나야 한다고 부연했다.
윤준호·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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