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 ‘차이나커머스’ 빠른 잠식에… 정부 부랴부랴 전방위 압박

세종=박소정 기자 2024. 3.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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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조정실, ‘해외 직구 종합대책 TF’ 구성
공정위 필두… ‘C커머스’ 범정부 단속 행보
전자상거래·표시광고·상표법 등 위반 살펴
이미 관련 앱 2위 오른 알리… 테무는 4위에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중국 e커머스 플랫폼, 이른바 ‘C커머스(차이나+e커머스)’가 최근 한국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시장 잠식 속도가 빨라진 만큼 소비자 불만이 늘어난 데다, 이들이 국내 업체보다 느슨한 규제를 받으면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국내 유통업계의 불만도 커지자 정부가 최근 이들을 겨냥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지난 7일 ‘해외 직구 종합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정원 국조실 국무2차장을 팀장으로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공정거래위원회·관세청 관계자가 참여한다.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로고. /로이터

◇ “CS·광고 문제없나” 가장 먼저 겨눠진 공정위 ‘칼날’

가장 먼저 나선 것은 공정위다. 공정위는 지난주 서울 중구 알리코리아(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법인) 사무실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이어 국내 법인이 없는 테무에 대해 서면 조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우선 따져볼 수 있는 부분은 전자상거래법과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다. 전자상거래법에는 ‘통신 판매 플랫폼은 소비자의 불만·분쟁 해결을 위해 원인 및 피해 파악에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시행해야 한다’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 불만을 접수하고 처리하는 인력·설비를 제대로 갖추고, 관련 기준을 소비자에게 고시하는 등 고객 서비스(CS) 운영을 제대로 했는지 공정위가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표시·광고법 위반 행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플랫폼들이 입점 업체들로부터 돈을 받고 해당 업체 제품을 상단에 노출하거나, 광고 상품인데도 ‘광고’라고 명기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다만 최근 가장 큰 논란이 되는 ‘짝퉁’(가품) 문제의 경우 공정위가 현행법으로 알리·테무 등을 제재하기에 다소 애매한 구석이 있다. 이들이 ‘통신판매 중개업자’란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짝퉁을 판매하면서 허위·과장 광고한 행위를 제재할 수 있으나, 행위 당사자가 ‘통신판매업체’일 경우에만 문제 삼을 수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직접 판매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중개만 하고 있다”면서 “이런 경우 알리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문제가 되는 판매업자는 대부분 중국 내에 위치한 수많은 영세 입점업체일 텐데, 한국의 행정력이 미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만약 이번 조사 결과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에서 위법한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적발된다면 경미한 경우 과태료 부과에 그칠 수 있다. 사안이 중대한 경우 대규모 과징금 부과에 ‘사이트 폐쇄’와 같은 영업정지 명령도 내려질 수 있다.

지난 2월 22일 찾은 평택세관에 지식재산권 침해 의심 물품(짝퉁)이 쌓여있는 모습. /이신혜 기자

◇ 소비자원·관세청·정보보호위도 가세… 알리는 이미 2등으로 ‘우뚝’

공정위가 조치하지 못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공정위 산하 한국소비자원이 업체의 협조를 바탕으로 시정에 나서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알리 등 플랫폼 업체 본사와 간담회를 열고 짝퉁·불량제품 등 문제 된 판매 사업자들과의 거래를 걸러내고 차단하는 조치를 해달라고 요구했다”며 “이에 알리 측이 본사 직원을 동원해 7만여건에 대해 즉시 차단 조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밖에 관세청은 최근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복제한 가품을 걸러내는 등 상표법 위반(지식재산권 침해)과 관련한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중국 플랫폼들이 국내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 등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외 업체를 가리지 않고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법규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2018년쯤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한 C커머스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영향력을 무섭게 키워 나가고 있다. 앱(애플리케이션) 조사 기관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앱은 사용자 수 기준 지난달 국내 종합몰 앱 순위 2위(818만명)에 올랐다. 1위 앱인 쿠팡(3010만명)과 아직은 격차가 크지만, 11번가(736만명)를 앞지를 만큼 확장 속도가 빠르다. 또 다른 커머스 앱인 테무는 4위(581만명)에 올랐는데, 이는 G마켓(553만명)보다 높은 순위다.

한편 우리보다 앞서 C커머스의 공습을 받은 미국·유럽 등지에서도 비슷한 잡음이 일었다. 미국에선 테무가 판매하는 상품이 강제 노동의 산물이라며 ‘위구르 강제 노동 방지법 위반자 명단’에 올리자는 움직임이 일었고, 유럽에선 중국 패션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이 과도한 지출과 불필요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며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도 준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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