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규제진단] ③ “시장 하락기인데 대출은 ‘고강도 규제’ 그대로”

이미호 기자 2024. 3.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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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우려에 “DSR 40% 유지”
스트레스 DSR 도입 ... “저소득 대출자에 가혹”
“생애 첫 주택 구매자·청년층엔 풀어야”

윤석열 정부 부동산 분야 국정 과제는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다. 투기 세력과 다주택자에 초점이 맞춰진 규제를 언제, 얼만큼, 어떻게 완화할 것인지에 정책의 방점이 찍힌 것이다.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대출 및 세제 등 현재 시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부동산 규제책 3가지를 꼽아 불합리한 점과 개선 방향을 찾아본다.<편집자 주>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문재인 정부 때 규제를 완화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그대로 두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대출 규제다. 현 정부는 ‘총부채원리금상황비율(DSR) 40%’ 고삐를 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시장이 가장 활황일 때 도입한 고강도 규제를 침체기에도 유지하는 것은 정책 시점상·내용상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거래 활성화를 위해 대출 규제를 푸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에는 가산금리를 더한 ‘스트레스 DSR’까지 도입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는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영업점 외벽에 부동산 담보대출 금리표가 붙어 있다./뉴스1

◇’DSR 40% 유지’가 가져다 준 것

DSR 40%는 2021년 7월 하반기, 집값이 급등할 때 등장했다. 연 소득 대비 부채 잔액 비율을 뜻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달리, DSR은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신용대출 원금까지 포함해서 대출 가능 금액을 따진다. 즉 대출 받을 수 있는 한도가 큰 폭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불과 1년 뒤 2022년 하반기, 주택시장이 침체기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의 금융정책은 금리 변화에 영향을 덜 받도록 하는, 즉 ‘변동성을 줄이는’ 정책을 구사하는 방향으로 다듬어져 왔다고 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연구원은 “금리가 올라가든 내려가든 그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가계부채 급증은 전체 시장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부채를 잡으면서도, 고정금리는 우대해주고 변동성이 크면 제한 장치를 더 두는 식으로 운영했다”고 했다.

특히 DSR 40% 유지로 부동산 시장에서 공공금융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특례보금자리론, 신생아특례대출 등이 대표적이다.

김 연구원은 “공공금융 정책이 발표되면 거래가 몰리고 그렇지 않으면 시장이 급랭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했다. 실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작년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전년보다 13만 건 가량 늘어난 39만 여건으로 집계됐는데, 특례보금자리론이 거래량을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금리 기조 속 ‘저리 대출 상품’으로 매수심리가 살아난 효과를 본 것이다.

이처럼 공공금융 영향력이 커진 것을 ‘변칙적 운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DSR 40% 유지에 따른 부작용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DSR 40%는 문재인 정부에서 나온 대출 규제 중 가장 강도가 높은 것인데 아이러니하게 현 정부가 하락 조정기에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DSR 40%라는 틀을 그대로 두고 보금자리론 등을 한시적으로 푸는 것은 변칙적 정책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DSR 60%로 정상화하고 청년층은 70%까지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는 시장에 돈이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대출 및 세금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가계부채 증가를 염려한 것인데 핵심은 총량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리스크 관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가계대출 연체율은 0.3~0.4% 밖에 안 된다. 주택담보대출이나 기업신용대출도 0.4~0.6% 수준”이라며 “그런데 신용카드 연체율 같은 경우는 1.5%라서 이러한 부분에 타깃을 두고 관리하면 된다”며 “옥상옥 규제 보다는 은행에서 돈을 회수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대출하도록 자율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전월세 시세가 붙어있다./뉴스1

◇ “스트레스 DSR, 진짜 스트레스 받아요”

최근 도입된 스트레스 DSR은 그나마 최근 고개를 든 주택 거래량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트레스 DSR은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고려해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더욱 보수적으로 추정한다.

조선비즈가 NH농협은행에 의뢰한 결과, 연 소득이 5000만원인 사람의 대출 가능 금액(금리 4.82% 적용, 가산금리 미적용)은 1억1800만원이다. 그런데 스트레스 DSR 1단계 적용시 1억1300만원으로, 하반기에 2단계가 적용되면 1억900만원으로, 내년 3단계 적용시 대출금액은 1억원으로 줄어든다.

특히 연 소득이 적을수록 기존에 보유한 부채의 영향이 커지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일례로 연봉 5000만원인 사람과 7000만원인 사람이 받을 수 있는 대출 가능 금액은 1.4배 정도인데, 기존 신용대출이 5000만원 있다고 가정한 시뮬레이션을 적용하면 금액 차이가 2배 이상 벌어진다.

김 수석은 “연 소득이 적을수록 기존에 보유한 부채의 영향이 매우 커지는 구조”라며 “소득이 적은데 대출까지 많은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공공금융이 있지 않는 이상은 어렵다”고 했다.

생애 첫 대출자와 청년층을 대상으로 별도의 대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교수는 “DSR 40% 유지는 세대간 형평성 문제를 촉발할 수 있다. 이는 저출산 문제와도 직결된다”며 “청년층에게 저리 대출을 통한 내 집 마련이 수월하도록 한시적 상품이 아닌 상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스트레스 DSR은 규제 강화보다는 규제 대상의 상환 능력을 봐가면서 차츰 완화해주겠다는 취지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대출 관리를 해야 하니 대출 한도를 이전 정부보다 완화해주고, 대출자의 질을 보겠다는 맥락”이라며 “거래량 증가를 위해 정부가 대출규제를 무작정 푸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세제와 관련해서도 윤석열 정부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정책은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완화’다. 이와 관련해 지방세법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3주택(조정지역 2주택) 8%, 4주택(조정지역 3주택) 이상 및 법인은 12% 적용하고 있는 취득세를 각각 4%, 6%까지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전반적으로 규제 완화 기조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시급 사안이 아닌 데다, 투기 방지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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