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특례시, 관심 시들… 세계유산 소나무 ‘고사 위기’ [현장, 그곳&]
1억5천만원 투입했지만 ‘관리 부실’
전문가 “가로수와 다른 법 따라야”
市 “예산 확보해 경관 유지·보호 노력”
“세계문화유산에 썩은 소나무라니 관광객 보기 부끄럽습니다.”
11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영화동 장안공원. 수원화성 보호구역에 속하는 이 공원에는 몸통이 썩어 절반가량 사라진 소나무가 서 있었다. 가지치기가 되지 않은 다른 나무가 소나무를 덮었고, 결국 햇빛 등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한 소나무가 고사한 것. 매일 이곳을 산책한다는 주민 김홍준씨(71)는 “지역을 대표하는 유적지에 심어둔 나무가 허술하게 관리되는 것 같다”며 “관광지일수록 더 신경 써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팔달구 행궁동의 소나무도 비슷한 상태였다. 길거리 전선과 맞닿아 썩은 줄기가 힘겹게 매달려 있었다. 풍경을 찍던 관광객은 온전한 나무를 찾기 위해 카메라 렌즈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도 했다.
수원화성을 둘러싼 소나무가 변색된 채 방치되고 있다. 소나무는 수원특례시가 지정한 상징목인 만큼 더욱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11일 시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화성 내에는 소나무 1만250주가 있다. 이 소나무들은 수원화성 보호구역에 있어 지자체가 별도 예산을 들여 관리한다.
그러나 보호구역의 일부 소나무는 썩거나 마른 채 문화재 경관을 해치고 있었다.
지난해 시가 이곳의 소나무 관리를 위해 들인 예산만 1억5천만원에 달하지만, 곳곳의 소나무가 고사 직전에 처하는 등 부실하게 관리된 셈이다.
게다가 현재 시에는 수원화성 인근 소나무들에 대한 별도의 관리 체계도 없어 같은 문제가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소나무의 배경이 수원화성이라는 점에서 가로수 조경과 다른, 전통 조경 공간에서의 조경법을 따라야 한다”며 “지자체 매뉴얼이 없다면 문화재수리 표준관리법이라도 규율로 삼아 나무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소나무 관리는 격년으로 병해충 방지용 약을 주고 가지를 치는 게 이상적인 관리법”이라면서도 “예산 문제로 우선순위를 세워 관리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병해충 발생 시기 현장에 나가 나무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으로만 운영하고 있다”며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해 문화재 경관 유지와 소나무 보호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한수진 기자 hansujin0112@kyeonggi.com
금유진 기자 newjean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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