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니다' 한동훈 '원톱' vs '이해찬·김부겸과 3톱' 이재명…선거전 본격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30일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의 지역구 공천 작업을 거의 마무리 짓고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원톱 체제가 유력한 가운데 민주당의 정권심판론에 '정책 실행력'을 전면에 내세운단 방침이다. 민주당은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이해찬 전 대표가 합류한 3톱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로 이른바 '비명횡사'(비이재명계 배제) 공천 파동 수습에 나선다.
국민의힘은 11일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고 4·10 총선 메인 슬로건을 총선 메인 슬로건을 '국민의힘이 합니다. 지금! 합니다'로 결정했다. '지금! 합니다'에 구체적인 공약과 정책, 후보자를 넣어 응용한단 방침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책임감 있는 여당으로서 정책에 집중하고 속도감 있는 실행을 강조하는 방안에 집중해서 만들었다"며 "국민이 즉각 체감할 수 있는 오늘의 삶을 바꾸는 정책에 집중해서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책임감 있게 실천하겠단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난 대선 슬로건 '이재명은 합니다'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나왔으나 박 수석대변인은 "전혀 그런 것은 고려되거나 생각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의 이 슬로건은 집권여당의 빠른 정책 실행력을 강조하는 한편 민생을 전면에 내세우려는 의도로 읽힌다. 민주당은 아직 공식 슬로건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이 대표의 전날 기자회견 등에서 연일 정권심판론을 전면에 띄우는 중이다. 그간 한동훈 위원장은 각종 발언 기회마다 이 대표에 대한 비판, 운동권 및 종북세력 심판 호소에 집중해왔으나 총선 슬로건은 네거티브 대신 포지티브를 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한동훈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수락연설 때부터 이 대표와 운동권 정치인들을 타깃으로 삼았는데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다수의 (87세대) 운동권이 공천 과정에서 정리가 됐기 때문에 운동권 프레임을 불가피하게 전환한 측면이 있다"며 "또 이재명 때리기만 해서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도 최근 민생 토론회에 집중하고 한 위원장도 각종 사업을 제안하며 선거 방향을 포지티브한 쪽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여당이 이 대표 등에 비판을 멈춘 것은 아니다. 도리어 공세를 강화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회의에서 "(이 대표가) 우리 공천을 보고 패륜 공천, 부패 공천, 극우 공천, 음란공천이라고 했던데 국민들은 그 얘기를 듣고 딱 한 사람을 떠올렸을 것이다. 바로 이재명"이라고 했다.
최근 공천 파동을 겪으며 지지율이 급락한 민주당은 '통합 선대위'를 꾸리고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총선 상황실장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선대위의 명칭은 '정권심판·국민 선거대책위'"라며 "성격은 혁신과 통합, 국민 참여, 정권 심판 등이고 이를 담는 구성으로 이 전 대표와 이 대표, 김 전 총리를 선대위원장에 임명했다"고 말했다.
정계 은퇴를 선언했을 뿐 아니라 '비명횡사' 공천에 비판적 입장을 취해온 김 전 총리가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해 윤석열 정권 심판론에 힘을 보탠 것은 민주당의 통합과 외연확장에 기여할 전망이다. 김 전 총리는 "친명이니 친문이니, 이런 말들은 이제 우리 스스로 내 버리자"며 "'무능력·무책임·무비전, 3무 정권'에 분명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고 했다. '선거의 제왕'으로 불릴 정도로 선거 전략에 정통한 이 전 대표의 합류도 의미가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은 아직 선대위 구성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한동훈 원톱 체제에 '경제통' 윤희숙 의원,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 민주당에서 이탈한 이상민 의원 등 국민의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후보군이 선대위원으로 참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한 위원장은 이날 중앙당사에서 "(민주당이) 쓰리톱을 얘기하는데 이재명 대표가 바쁘지 않냐. 재판을 가야 하고 하니 혼자 선거를 지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나는 이 선거를 지휘하기 위해 불려 나온 당 대표"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신청한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국민의미래 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전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당의 이미지는 쉽게 형성되지도 않고 쉽게 바뀌지도 않는다"며 "이해찬, 김부겸의 선대위 합류가 민주당의 고착화된 이미지를 바꿀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해찬 전 대표는 중도층에 대한 소구력이 없고 김부겸 전 총리는 자칫 들러리만 설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한동훈 원톱보다는 보완할 수 있는 여럿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종훈 평론가도 "국민의힘은 한동훈 원톱보다는 중도외연 확장이 가능한, 개혁신당을 압살할 정도의 인물들로 꾸리는 게 좋은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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