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미 사라졌을 것" 33세333일 주민규, 감격의 첫 태극마크…비정상의 정상화 '첫 길'

김성원 2024. 3. 12.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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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말이 필요없다.

주민규(34·울산)는 인생 역전의 신화다.

주민규가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K리그1 대표 스트라이커로 자라잡은 주민규는 지난해 홍명보 감독이 내민 손을 잡고 4시즌 만에 울산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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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긴 말이 필요없다. 주민규(34·울산)는 인생 역전의 신화다. 그토록 바라던 꿈이 마침내 현실이 됐다. 주민규가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스트라이커로 한 시대를 풍미한 황선홍 축구 A대표팀 임시 감독의 설명도 간단, 명료했다. "축구는 여러 요소들이 있지만 득점력은 다른 영역이다. 3년간 리그에서 50골 이상 넣은 선수는 전무하고,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먼 길을 돌아왔다. 1990년생인 주민규는 '2부 인생'이었다. 2013년 2부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도박같은 도전도 선택했다. 포지션을 미드필더에서 스트라이커로 보직을 변경했다. 상무 시절 1부를 경험했지만 원소속은 2부였다.

2019년 시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만년 2위' 울산 HD가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가 꿈꾸던 세상이 아니었다. 28경기에 출전해 5골-5도움에 그쳤다. 주민규는 또 다시 2부행을 선택했다. 제주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2020년 제주에서 반전이 시작됐다. 첫 시즌은 우승으로 1부 승격의 감격을 누렸다. 2021년에는 22골을 터트리며 득점왕에 올랐다. 토종 스트라이커의 득점왕 수상은 정조국 이후 5년 만이었다. 2022년에도 경기당 득점에서 뒤져 2년 연속 득점왕 등극에는 실패했지만 조규성(당시 전북)과 함께 나란히 17골을 기록했다.

질문에 답하는 황선홍 감독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K리그1 대표 스트라이커로 자라잡은 주민규는 지난해 홍명보 감독이 내민 손을 잡고 4시즌 만에 울산에 복귀했다. 출발부터 감격이었다. K리그1 첫 우승과 함께 득점왕(17골)을 탈환했다. "우승은 꿈도 안 꿨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계속 뛰었다면 하부리그를 전전하다 주민규는 사라졌을 것이다." 벅찬 환희가 느껴졌다. 하지만 태극마크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에 이어 위르겐 클린스만도 K리그 득점왕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그 또한 실망감이 컸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울산에 집중하다보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 결국 그 매듭이 풀렸다. 주민규는 황선홍 감독이 지휘하는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태국과의 홈·원정경기에 처음으로 A대표팀 승선했다.

한국 축구에도 새 역사다. 주민규는 33세333일 만에 A대표로 발탁됐다. 최고령 태극마크의 기록을 새롭게 작성했다. 기존 기록은 2008년 10월, 32세131일에 처음 발탁된 허정무 감독 시절의 송정현(당시 전남)이었다. 또 태국전에 출전하면 최고령 A매치 데뷔전 기록도 세우게 된다. 최고령 데뷔전 기록은 1954년 스위스월드컵 튀르키예전에 나선 한창화(32세168일)였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충분히 뽑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한 번 정도는 대표팀에 들어가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힘을 실어줬다. 주민규는 12일 전북 현대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 2차전을 앞두고 있어 소감은 담담했다. 그는 "기쁘지만 오늘 소식과 무관하게 내일 경기를 잘 치르겠다"고 했다.

울산 이명재도 A대표팀 새 얼굴이다. 30세128일로 역대 6번째 최고령 선수로 첫 발탁의 영예를 누렸다. 광주FC의 '핫가이' 정호연(24)도 처음으로 A대표팀과 연을 맺었다. 권경원(32·수원FC) 김문환(29·알두하일) 조유민(28·샤르자) 백승호(27·버밍엄시티) 엄원상(25·울산)도 A대표팀에 재승선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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