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의 마음PT] 요즘 어린이들이 정신과를 찾는 이유

함영준·마음건강 길(mindgil.com) 대표 2024. 3. 12.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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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과에 다니고 있는 어린이들이 적지 않다. 우울하고 산만하고 두렵고 불안하고 자기 행동을 억제하지 못해 진정제와 안정제를 먹고 다닌다. 비단 어린이만이 아니다. 많은 어른들 역시 항우울제, 수면제를 먹으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도대체 왜 그럴까.

어머니로부터 꾸중을 듣고 슬퍼하는 어린이. 많은 부모들이 어린이에게 필요한 자유와 훈육의 경계선을 잘 모른다. 때문에 정제되지 못한 방법을 통한 다스림 등으로 어린이들의 내면에 상처를 입히고 감정을 억압시키는 우를 범한다. /셔터소톡

세상이 너무 ‘스마트’해졌기 때문일까? 가정에서 정겨운 모습도, 이웃과 격의 없는 관계도 찾아보기 힘들다. 학교에서 아이들간의 있을 수 있는 다툼도 ‘폭력’으로 해석되며, 선생님의 당연한 훈육도 ‘아동학대’로 몰릴 수 있다. 직장 동료간 자연스런 농담도 쉽지 않다. 이성간의 관계도 매우 신중해야 한다. 사회적 이슈를 놓고 대화는 거의 금기사항이다. 21세기 지금은 사람들이 자유분방한 감정 표출 때문이 아니라 겹겹이 억압된 감정들로 고통 받는 시대가 됐다.

1990년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던 ‘신과 나눈 이야기(Conversations with God)’는 미국의 한 전직방송인이 “매일 새벽 신과 대화를 나눴다”면서 그 기록을 3권의 시리즈로 엮어 만든 책이다. 실제 신과 대화를 나눴는지 진위 여부나, 각자 자신의 종교가 무엇이든 간에 인간, 생활, 세계, 영혼, 신에 관해 지혜롭고 통찰력 있는 얘기를 전해주고 있다.

이 책에서 신은 인간의 ‘다섯가지 자연스런 감정’을 언급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난 수천년간 인간들이, 특히 부모들이 억압함으로써 매우 불건강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 참고해볼만 하다. 다음은 신이 저자에게 말한 내용이다.

‘신과 나눈 이야기’를 쓴 전직 방송인 닐 도널드 월시. 현재 나이 80세인 그는 개인적 성장과 영적 깨달음을 도모하는 여러 프로그램과 강연 저술활동을 벌이고 있다. /nealedonaldwalsch.com

# “서러움(grief)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어떤 종류의 상실이든 내면의 슬픔을 표현하게 만든다. 자신의 서러움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서러움에서 벗어난다. 슬플 때 마음껏 슬퍼할 수 있는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을 때 슬픔에 대해 아주 건강한 태도를 갖게 되고, 그만큼 자신의 슬픔을 쉽사리 극복한다.

그러나 ‘자, 자, 울지 마’라는 말을 들으며 자란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서 울음을 삼키는 힘든 시간을 갖는다. 어쨌든 살아오는 동안 줄곧 그렇게 하지 말라고 들어온 그들로서는 자신의 설움을 억누르기 마련이고, 계속해선 억눌린 서러움은 ‘만성우울’이 된다.

노여움(anger)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노여워한다고 해서 반드시 남에게 함부로 대하거나 해를 입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노여움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아이들은 어른이 되면, 노여움에 대해 아주 건강한 태도를 갖게 되고, 그만큼 자신의 노여움을 쉽사리 극복한다.

반면 ‘화내는 건 좋지 않다’, ‘그것을 표현하는 건 잘못’이라고 느끼도록 길러진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을 때, 자신의 노여움을 적절히 처리하지 못하는 힘든 시간을 갖게 된다. 계속해서 억눌린 노여움은 대단히 부자연스러운 감정인 ‘분노(rage)’가 된다.

부러움(envy)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부러워하는 건 대단히 건강한 행동이다. 부러움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을 때 부러움에 대해 아주 건강한 태도를 갖게 되고, 그만큼 자신들의 부러움을 쉽사리 극복한다.

그러나 ‘부러워하는 건 좋지 않다’, ‘그것을 표현하는 건 나쁘다’, 아니, ‘그것을 체험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느끼도록 길러진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을 때, 자신의 부러움을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힘든 시간을 갖게 된다. 계속해서 억눌린 부러움은 대단히 부자연스러운 감정인 ‘질투(jealousy)’가 된다.

두려움(fear)은 자연스런 감정이다. 모든 아기는 딱 두가지 두려움만을 갖고 태어난다. 즉 떨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분리불안)과 큰 소리에 대한 두려움. 그 외의 다른 모든 두려움은 환경이 가져다주고, 부모가 가르친 학습의 반응이다. 자연스러운 두려움은 약간의 주의를 심어 몸이 안전하게 있게 도와주는 도구다.

반면 ‘두려워하는 건 좋지 않다’, ‘그것을 표현하는 건 나쁘다’고 느끼도록 길러진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을 때, 자신의 두려움을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힘든 시간을 갖게 된다. 계속해서 억눌린 두려움은 대단히 부자연스러운 감정인 ‘공포(panic)’가 된다.

사랑(love)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평소에 자연스럽게, 사랑(의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사랑은 기쁨 외에 더 이상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제약당하고 한정되고 규칙과 규제, 관습과 제한들로 뒤틀리고, 통제되고 조작당한 사랑은 부자연스러워진다.

‘사랑(의 감정)은 좋지 않다’, ‘그것을 표현하는 건 나쁘다’, ‘그것을 체험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느끼도록 길러진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사랑을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힘든 시간을 갖게 된다. 계속해서 억눌린 사랑은 대단히 부자연스러운 감정인 ‘소유욕(possessiveness)’이 된다.

사람들은 다섯가지 자연스러운 감정들을 가두고 억누르며 대단히 부자연스러운 감정들로 바꿔왔고, 이런 왜곡된 감정들은 역으로 세상에 불행과 죽음과 파괴를 가져왔다. 사람들을 죽이고, 전쟁을 시작하고, 국가가 무너지게 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지구상에서 오랜 세월, 너희 행동방식의 모델이 되어온 건 ‘자기 감정에 빠지지 마라’였다. 이제 자신을 자유롭게 풀어줄 때가 오지 않았는가.” … …

# 다소 과격한 표현이 있긴 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 아닌가. 어린이 뿐아니라 지금 어른들도 마음 속에 너무 많은 짐과 감정, 욕망을 가둬 놓고 힘들어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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