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카이스트 그녀' 황정아 "과학자의 유능함, 유성서 보여줄 것"[인터뷰]
"과학자로서의 유능함, 정치에서도 보여주겠습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전 유성을 예비후보는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상암 인근에서 머니투데이 the300(더300)과 만나 오는 4월 총선 출마의 포부를 이 같이 밝혔다. 과학자로만 살아왔던 황 예비후보는 지난 1월 민주당 영입을 계기로 정치인으로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대전 유성을은 1995년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 입학한 뒤로, 그가 약 30년 간 가까이 과학자로서, 그리고 세 아이의 엄마로서 살아온 삶의 터전이다. 황 예비후보는 "오랫동안 살아온 이 곳에서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하고자 한다"고 했다.
황 예비후보는 전남 여수 출신으로 한국과학기술원에서 학·석·박사를 받았다. 이후 2007년부터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인공위성 개발과 우주과학 연구를 수행해왔다. 우주선 데이터 분석에서 인공위성 제작까지 모두 직접 섭렵한 '능력자'다. 과학기술위성 1호인 우리별 4호 탑재체 제작, 누리호 탑재 도요샛(초소형 위성) 개발 주도, 우리나라 첫 정찰위성인 425 위성사업 자문위원 참여 등의 이력을 갖고 있다. 언론에서는 그에게 '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황 예비후보는 지난해 민주당이 진행한 총선 '인재 추천제'를 통해 영입제안을 받았다. 황 예비후보에 대한 현직 과학자들의 전폭적인 추천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당시는 윤석열 정부의 R&D(연구개발) 예산 삭감 추진에 국내 과학계가 크게 반발하던 때다.
그는 영입제안을 받아들고도 두 달이나 망설였다. 황 예비후보는 "연구자로서 충만한 삶을 살아왔고 지금도 여전히 학생들, 동료 연구자들과 호흡하며 우주에 보낼 비행체를 기획하고 설계하는 일을 사랑한다"며 "제가 사랑하는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출마는) 결코 선택하지 않았을 선택지"라고도 했다.
고심 끝에 제안을 받아든 이유는 현 정치권에 과학기술과 연구환경을 잘 아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황 예비후보는 "정치권에 연구자들이 겪는 현실을 잘 아는 사람이 있었다면 이렇게 예산을 깎았겠나"라며 "이제 막 성장하는 주니어 연구자들이 기회와 자리를 잃어 이대로 가다간 과학계 한 세대 전체가 전멸할 것 같았다. 과학계 누군가는 후배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고, 동료들이 저를 인재로 추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과학과 정치는 결이 매우 다른 영역 같아보이지만, 황 예비후보는 의외로 비슷한 지점들이 있다고 했다. 과학계가 이론을 확립하는 과정이나 정치권이 타협을 이루는 과정이 한 가설(정)에 반대 의견(반)이 갈등을 거쳐 합의(합)를 끌어내는 정반합의 논증 방식을 따른다는 점에서다. 그는 "사람이 모이는 곳엔 늘 갈등이 있기 마련인데, 갈등을 풀고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결국 정치 아니겠나"라고 했다. 황 예비후보는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정치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에서 현재 하고 있는 연구활동도 계속 할 계획이다. 정치인이면서도 '과학자'로서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황 예비후보가 출마를 준비하는 대전 유성을은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에 입당한 현역 이상민 의원의 지역구다. 연구단지가 밀집해 있고 대전 다른 지역에 비해 유권자층 연령대가 젊어 민주당 강세지역으로 꼽히지만, 정치권 데뷔 갓 두 달 지난 신인 정치인으로서 내리 5선을 한 중진 의원에 맞서야 한다는 부담감은 적지 않다.
황 예비후보는 지역 곳곳을 누비며 자신의 얼굴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선심성 공약을 내걸며 지역 표심을 호소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는 "30년 간 유성을 지역 주민으로 살아왔고 이 지역에서 세 아이를 키워온 엄마로서 지역 발전을 위한 여러 고민과 구상 등은 이미 있지만, 정말 지킬 수 있는 공약만 내걸 것"이라며 "과학자 출신 정치인으로서 유능하고 실천하는 정치를 하기 위한 다짐"이라고 했다.
만약 선거에서 승리해 22대 국회에 입성한다면 과학기술계 진흥을 위한 정책 개발에 매진하겠다는 구상이다. 황 예비후보는 국회에 입성하면 매년 정부 예산의 5% 가량을 의무적으로 R&D 예산으로 편성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그는 "과학자로서 유능함을 보여왔듯 정치인으로서도 실력으로 성과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황 예비후보는 드라마 '카이스트' 속 여주인공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정작 그는 방송 당시 연구만 하느라 본인이 모델이 된 드라마가 나온 줄도 몰랐다고 한다. 황 예비후보는 "나중에서야 드라마를 봤는데, 실제로도 카이스트 다닐 때 주변엔 드라마에 등장한 여러 인물들처럼 엉뚱하면서도 괴팍한 소위 '똘끼' 넘치는 이들이 많았다"며 "작가도 2년 간 카이스트 기숙사에 살면서 여러 사람을 관찰하며 드라마 각본을 쓴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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