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안들린다는 87세에 홍콩 ELS 팔더니…"'이해했다' 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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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검사결과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를 판매한 11개 금융회사들이 본점차원의 판매규제 위반, 영업점 차원의 불완전판매 등 다수의 문제점이 확인됐다.
금감원은 홍콩 H지수 ELS를 판매한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 등 5개 은행, 한투·미래·삼성·KB·NH·신한 등 6개 증권사를 상대로 지난 1월8일부터 지난 8일까지 2개월간 현장검사와 민원조사를 실시한 결과는 11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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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가입·서류변조 등 위법행위…금감원 엄중조치
금융감독원 검사결과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를 판매한 11개 금융회사들이 본점차원의 판매규제 위반, 영업점 차원의 불완전판매 등 다수의 문제점이 확인됐다. 예적금 희망 고객에게 "원금손실이 한번도 없었다"고 하거나 은행 직원이 고객인 것처럼 허위녹취했다. 청력이 약한 87세 고령자에 "이해했다"고 답할 것을 반복 요청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홍콩 H지수 ELS를 판매한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 등 5개 은행, 한투·미래·삼성·KB·NH·신한 등 6개 증권사를 상대로 지난 1월8일부터 지난 8일까지 2개월간 현장검사와 민원조사를 실시한 결과는 11일 공개했다.
2021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등으로 금융상품 판매와 관련한 소비자보호 규제와 절차가 대폭 강화됐으나 실제 판매과정에서는 소비자보호 장치가 충실히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금감원 총평이다. 특히 본사 차원에서는 부적정한 영업목표 설정, 고객보호 관리 차례 미흡, 판매시스템 부실이 확인됐으며 영업점 단위에서는 적합성의 위반, 불건전 영업행위, 설명위무 위반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H지수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점인 2021년 본사 차원에서 과도한 영업목표를 설정하고 성과지표(KPI)를 높게 설정한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A은행은 신탁수수료의 최대 2배를 성과이익으로 평가해 ELS 판매를 유도했다. B은행은 ELS를 발행하는 증권사의 증권신고서 내용 중 '투자위험'을 일부러 왜곡·누락했다는 의혹을 샀다. 증권신고서에는 손실위험 분석기간을 과거 20년으로 표기했으나 은행이 운용자산설명서를 작성할 때 과거 10년으로 임의 변경했다. 2007~2008년 금융위기를 제외한 셈이다. 영업점 안내서에도 "과거 10년 동안 원금손실이 단 한번도 없었던 검증된 상품"이라고 홍보했다.
영업점의 개별 판매 과정에선 적합성의 원칙, 설명의무 위반, 대리가입, 고령자 보호 소홀, 서류 변조 등 다수의 불완전판매가 확인됐다. 투자성향이 위험중립으로 나온 고객에게 "이 상품에 가입하고 싶어요"라고 유도하거나 고객 대신 대리가입, 허위 녹취하면서 직원이 고객 역할을 하기도 했다. 청력이 약한 87세 고령 고객이 "들리지도 않고 알지도 못하겠다"고 했지만 "이해했다"고 답하라고 반복 요청했다.
일부 증권사는 71세 고령 투자자 부부의 컴퓨터 원격제어 프로그램에 접속해 고객 대신 가입절차를 진행했다. 증권사 방문 가입을 원하는 70세 투자자에게는 "여기 오셔도 핸드폰으로 해드린다. 녹음할 필요 없이 하려면 핸드폰으로 해야 간단하다"며 휴대폰 조작이 힘든 고객에게 온라인 가입을 시켰다. 가족관계 증명서를 위조해 배우자 대신 가입시킨 은행도 적발됐다.
위반 사례를 확인한 만큼 향후 제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감원은 검사결과 확인된 위법부당행위에는 기관 및 임직원 제재와 과징금·과태료 부과 등 엄중조치도 예고했다. 다만 금융회사가 사적화해 방식의 자율배상에 나설 수 있는데 이 경우 제재와 과징금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사적인 분쟁조정과 법적인 제재와는 독립적인 고려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반드시 연계해야 하는 건 아니다"고 밝혔다. 다만 "제재하면서 양정 기준상 위법 행위자가 적극적인 사후 수습을 하면 여러 가지 참작 할 수 있도록 기준이 돼 있다"고 덧붙였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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