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옥 칼럼]中 전인대의 인상적 장면
지난해 중국의 성과를 결산하고 올해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2차 전체회의가 11일 막을 내렸다. 이 회의 개최 이전에 국제사회는 올해 중국경제의 성장률과 추진전략, 왕이 외교부장의 교체 여부, 총리와 정부(국무원)의 역할분담, 코로나 이후의 중국의 사회정책 방향 등에 주목했다. 중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 내외의 경제 성장률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달성하기 어렵다는 외부평가가 있으나, 그렇지 않다는 내부 반론도 만만치 않다. 둘째 낙마한 친강 전 외교부장을 대신해 다양한 외교부장 후보군이 언론에 등장했으나, 일단 시진핑 국가주석의 신임이 두터운 왕이 부장이 당분간 정치국 위원과 외교부장을 겸직하도록 했다. 셋째 당과 정부의 관계에서 당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됐다. 1993년 리펑 총리 때부터 유지해오던 폐막일의 총리 내외신 기자회견을 폐지했다. 이것은 총리 책임제가 약화되고 정부가 정책 해석자에서 정책 집행자로 전락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실제로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국무원 전체회의의 위상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상대적으로 총리의 위상을 낮추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이후 사회정책의 변화다. 중국은 세계 경제 위기, 공급망 압력, 실업과 사회적 격차, 부동산 및 지방정부 채무 등의 리스크로 성장 동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양로·의료·교육·취업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자 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몇 가지 인상적 장면이 추가됐다. 우선 시 주석이 제창한 ‘새로운 질적 생산력’이다. 즉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전통적 생산방식과는 달리 과학기술과 혁신에 기초한 새로운 생산양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 기술을 가져와 중국의 노동력과 결합하는 발전방식은 시효를 다했다는 선언인데, 다분히 미·중 과학기술 경쟁 속에서 찾은 중국식 탈출구로 보인다. 당분간 모든 투자와 기술 그리고 생산성 혁신은 ‘새로운 질적 생산력’의 결과로 포장할 가능성이 크다.
또 하나는 거시경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세울 것은 적극적으로 세우고, 깨뜨릴 것은 세운 기초 위에서 깨뜨려야 한다’는 선립후파(先立後破)의 제시다. 이것은 내수확대전략을 먼저 추진하면서도 공급측 구조개혁을 병행하겠다는 정책이다. 즉 제한적으로 경기부양을 하겠지만 국가채무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미래산업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예고했다. 산업망과 공급망을 업그레이드하고 미래산업 선도구를 설치하고자 했다. 구체적으로 인공지능 플러스 행동(인공지능 진흥책), 디지털 산업 클러스터 육성, 스마트 시티 등 신흥산업과 미래산업에서 획기적 비교우위를 확보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 예산을 전년 대비 10% 늘린 520억 달러를 책정했다.
마지막으로 외교부장은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의 입장을 밝혀왔다. 이번에도 국제질서와 지역 질서에 대한 정책 기조를 설명했다. 일단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에도 불구하고 일단 미·중 관계를 안정시킬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중 전략경쟁의 전선을 확대하는 것이 중국이 경제와 산업정책을 추진하는 데 장애가 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대만 문제에 대해 예의 ‘조국통일대업’ 의지를 강조하는 한편 글로벌 남부와 유럽에 대해 적극적인 정책을 투사하겠다고 밝히면서 중국특색 대국외교의 방향을 구체화했다. 아쉬운 것은 한중관계는 중일관계와 함께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동시에 가동해야 하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한중간 정책 차이를 다시 확인했다.
이러한 중국의 정책변화는 지정학·지경학으로 얽힌 한국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의 노동집약형 산업은 이미 중국을 떠났으나, 중국의 과학기술과 디지털 혁신이 만든 최종소비재와 공급망은 또 다른 신흥시장으로 떠올랐다. 유행처럼 번지는 중국위기론·중국붕괴론·중국정점론·중국철수론에 편승하기 전에 국부와 기업이익은 어디에서 오는지도 생각해 둘 필요가 있다. 늦지 않게 한중관계 모멘텀을 찾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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