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방서 왕따 시키고선 "이게 왜 학폭?"…청소년들 반성 안 하는 이유
"그냥 단체방에 초대해서 몇 마디 나눈건데 왜 폭력이에요?"
이른바 '사이버불링'이라 불리는 온라인상의 폭력 행위에 가담한 청소년 100명중 3명만 처벌이나 제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폭력이 물리적 폭력보다 피해가 덜 하다는 인식 때문에 제대로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12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미디어 속 학교폭력 양상 분석을 통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응 방안 도출' 보고서를 보면 청소년 5명 가운데 1명 이상은 온라인상에서 따돌림이나 욕설 등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응답자 중 20.1%가 '최근 6개월간 온라인 공간에서 누군가가 나를 따돌리거나, 욕하거나, 감정을 상하게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10번 넘게 겪었다고 답한 비율도 3%였다.
조사에 참여한 청소년 중 '누군가 내가 싫어하는데도 이메일이나 쪽지를 계속 보내거나, 블로그·SNS(소셜미디어)에 계속 방문해 글·사진을 남긴 적이 있다'는 항목에 12.2%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카카오톡 등에서 나를 퇴장하지 못하게 막고, 욕하거나 대화에 참여하지 못하게 한 적이 있다'는 항목에도 10%가 경험이 있다고 했다.
특히 전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 카카오톡을 사용한 사이버 괴롭힘 피해가 꾸준히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이른바 '카톡감옥'이나 '떼카' 등으로 불리는 사이버 폭력 행위가 성행한다.
사이버 괴롭힘 행위에 제대로 된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에서 '최근 6개월간 카카오톡 등에서 다른 사람을 퇴장하지 못하게 막고, 욕하거나 대화에 참여하지 못하게 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7.4%였다. 또 '나는 상대방이 싫다고 했지만 이메일이나 쪽지를 계속 보내거나, SNS를 계속 방문해 글이나 사진을 남긴 적이 있다'는 항목에는 16.3%가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최근 1년간 학교폭력 가해자나 가담자로 제재나 처벌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청소년은 3%에 불과했다.
'카감', '카따' 가담자는 형법상 강요나 협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노윤호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는 "피해 학생이 원치 않는데 강제로 카카오톡 방에 초대를 반복하면 강요죄가 될 수 있다"며 "초대 해놓고 협박이나 모욕같은 공격행위가 있으면 추가 죄명 적용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협박이나 모욕죄로 처벌하려면 캡처를 해서 피해사실을 증명해야 하는데 피해 학생이나 학부모 대다수가 급하게 카카오톡방을 나가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엔 피해 접수를 위해선 증거가 필요해 사설 포렌식 업체를 찾기도 하지만 10건 중 8~9건이 포렌식에 실패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카카오톡 사이버 폭력 피해가 발생하면 해당 대화방에 일정기간 머물면서 캡처해가면서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해 말까지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교폭력전담교사로 근무했던 A씨는 "카감이나 떼카 등으로 피해를 받은 학생이 2주이상의 치료를 필요로 한다는 정신과 진단서를 받아오면 학교에서 처리하지 않고 교육지청에서 판단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교육지청에서도 1~3호 조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현행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조치는 1~9호까지 내릴 수 있다. 1~3호는 교내 선도 조치로 각각△1호는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피해학생 및 신고 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 △학교에서의 봉사 등에 해당한다. 1~3호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되지 않는다.
박옥식 한국청소년폭력연구소장은 "요즘 청소년들은 거의 사이버공간 속에 살기 때문에 오히려 신체 폭력보다 사이버 폭력의 고통이 더 크다"며 "24시간 시달림 받을 수도 있는 폭력인데도 '그냥 단체방에 초대해서 몇 마디 나눈건데 왜 폭력이냐'고 묻는 친구들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이미 법과 규정이 있음에도 제대로 된 처벌이 안 되고 있다"며 "폭력이 일상화될수록 아이들이 심각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강하게 처벌할 수 있는 지침 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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