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3옵션 밀어낸' 다이어, 주전 차지 후 獨 언론의 공개 밀어주기..."비판한 사람들 다 와서 사과해!"
[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김민재에게는 차가웠던 독일 언론이 에릭 다이어에게는 나서서 사과까지 받아주는 모습이다.
독일의 티온라인은 11일(한국시각) '다이어를 비판한 사람들은 사과해야 한다'라고 보도했다.
다이어는 이번 겨울이적시장에서 바이에른 이적으로 선수 경력의 전환기를 맞이했다. 잉글랜드 국적의 다이어는 지난 2014년부터 토트넘에서 뛰기 시작했다. 팀 내 최고참 선수 중 한 명이지만 기량은 점점 하락하고 있다. 2015~16시즌부터 2017~2018시즌까지 매 시즌 리그 30경기 이상 선발 출전하며 활약했으나 최근 몇 시즌 동안 수비에서 지나치게 불안한 모습을 노출해 팬들로부터 비판 대상이 되고 말았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신임 감독의 계획에 포함되지 못했다. 포스테코글루는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신입생 미키 판더펜을 주전 센터백 조합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결국 바이에른 이적으로 기회를 노렸다.
바이에른 이적설이 나올 당시 팬들의 비판은 거셌다. 바이에른 팬들은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자신의 SNS에 "제발 이적시장을 닫아줘", "투헬을 멈춰야 해", "우리는 진흙탕이다", "그건 진짜 아니다"라며 강한 반감을 표했다.
하지만 다이어는 빠르게 바이에른에 녹아들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특히 독일 언론은 다이어가 큰 활약을 보이지 않은 경기에서도 칭찬을 쏟아내며 다이어를 높게 평가했다. 이후 김민재까지 밀어내며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라치오전을 앞두고 독일 언론들은 김민재가 다이어에 밀려 벤치에 자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투헬 감독은 라치오전에서 다이어와 더리흐트 조합을 꺼내 들었고, 팀은 3대0 승리를 거뒀다.
해당 승리 이후 마인츠와의 리그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로 김민재가 벤치에 자리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독일의 키커는 예상 라인업을 공개하며 주전 센터백 이름에 다이어와 더리흐트를 적었다. 예측은 선발과 다르지 않았고, 투헬은 다시 한번 더리흐트와 다이어를 주전으로 세우며 마인츠전 8대1 대승을 거뒀다. 김민재는 후반 다이어와 교체되며 짧은 출전 시간을 소화했다.
평소 팀에 헌신한 김민재에게 혹평으로 일관했던 독일 언론은 다이어의 활약에 미소를 날렸다. 호평을 쏟아냈다. 독일 SPOX는 라치오전 당시 다이어에게 평점 3점을 주며 '다이어는 크게 눈에 띄지 않고 탄탄한 모습을 보였다'라고 호평했다. 독일의 아벤트차이퉁도 평점 3점과 함께 '안정적인 활약으로 자리 굳혔다. 그는 수비의 큰 지휘자였다'라고 감탄했다.
심지어 팀의 기둥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독일의 아벤트차이퉁은 '다이어와 더리흐트가 팀의 기둥이 됐다. 다이어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바이에른으로 왔다. 이적에 의구심이 있었지만, 그에게 행운이 따른다는 것이 입증됐다. 다이어는 수비를 안정시키고 조직화하며, 그의 의사소통 스타일이 팀에 매우 좋다'라고 칭찬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는 다이어를 향해 비판했던 팬들이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티온라인은 '다이어는 조롱받았지만,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으로 반박했다. 그가 처음 바이에른으로 이적했을 때 대부분의 전문가가 이를 비웃었다. 백업 역할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비평가들은 그가 케인의 오랜 친구로서 계약이 호의를 베푼 것일 수도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다이어는 긴급 상황에서 수비 보스로 변신했다. 이제 그를 과소평가했던 모든 사람이 사과해야 한다. 여기에는 로날드 아라우호 영입을 원했던 바이에른 수뇌부도 포함이다. 바이에른에게 이는 행운이며, 잘 입증된 해결책이었다. 다이어는 자유계약으로 왔고, 재정적인 무리 없이 임대로 왔다. 이미 그의 계약은 자동 연장됐다. 그는 수비진이 안정을 되찾는데 도움을 주고, 바이에른의 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더리흐트와도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라며 그를 비판한 팬들을 질타하고 다이어를 칭찬했다.
다이어를 향한 이런 옹호 여론이 올 시즌 초반부터 주전 자리를 지키며 팀을 위해 헌신한 김민재에게 좋을 수는 없다.
김민재는 올 시즌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하며 큰 기대를 받았다. 기대를 받는 이유는 당연했다. 김민재는 지난 2022~2023시즌 나폴리에서 맹활약하며 세리에A 최우수 수비수로 성장했다. 나폴리를 우승으로 이끈 그의 수비력은 압도적이었다. 우파메카노 더리흐트와 최고의 수비진을 구축할 것이라 여겨졌다. 투헬 감독은 김민재 영입 이후 "그는 너무 침착하고, 바르다. 그의 표정, 멘탈, 게임, 패스까지 너무 루즈하지도 않고, 높지 않으며, 특이하지도 않다. 이는 내가 빌드업에서 정확히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좋다"라며 칭찬하기도 했다.
활약에 대한 기대가 당연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2023년 세계 최고의 남자 축구선수 100인'을 선정할 때 김민재 이름을 포함했다. 매년 가디언이 선정한 최고의 축구선수 100인 안에 이름을 올린 게 이번이 처음인 김민재는 첫 순위 선정에서 37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수비수임을 증명했다.
글로벌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츠키다'도 '2023년 세계 최고의 센터백 5명'을 거론할 때 김민재를 1위로 선정했다. 매체는 '센터백이 더 이상 수비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현대 축구에서 센터백은 견고한 수비 외에도 빌드업에 참여해 유동성과 창의성을 불어넣어야 한다. 김민재는 이러한 측면에서 아주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김민재가 나폴리의 33년 만의 세리에A 우승에 큰 역할을 했다. 타고난 피지컬과 침착함, 기술이 강점으로 돋보였다. 뮌헨으로 이적해서도 주전을 확보했고 탁월한 기량을 펼쳤다'라고 1위로 선정한 이유를 나열했다.
발롱도르 후보에도 선정됐다. 지난 9월 발롱도르를 주관하는 프랑스 축구전문 매체 '프랑스 풋볼'로 부터 2023 발롱도르 최종 후보 30인에 포함되는 영예를 안았다. 김민재의 생애 첫 발롱도르 최종 후보 등극이며,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명단에 들었다. 프랑스 '레퀴프'는 '김민재가 발롱도르 최종 후보 30인에 선정된 이유는 이번 여름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하기 전, 나폴리에서 보여준 공중에서의 운동 능력과 첫 번째 빌드업 능력으로 전임자 칼리두 쿨리발리를 잊게 만들었기 때문이다'라며 김민재가 후보에 오른 배경을 소개했다. 이후 김민재는 발롱도르 순위에서 22위를 차지했다. 같은 수비수로서 최종 후보에 포함된 그바르디올이 25위, 디아스가 30위를 차지함에 따라 센터백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다만 바이에른에서의 첫 시즌은 순탄하지 않았다. 동료들의 부상이 뼈아팠다. 더리흐트와 우파메카노는 시즌 개막부터 번갈아 부상을 당하며 팀을 이탈했다. 김민재만이 주전으로 자리를 지켰다. 지나친 경기 소화 탓에 어려워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김민재는 불만이 없었다. 뛰지 못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더 컸다.
그럼에도 꾸준히 노력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계속된 풀타임 소화에 김민재도 리그 경기 도중 지친 기색을 보이는 등 어려운 시간이 이어졌었다. 하이덴하임전에서는 후반에 체력 저하를 보이며 연달아 실수를 범해 팀 실점에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으며, 경기 막판 체력 문제를 보이는 듯한 모습도 있었다. 겨우 2주간의 휴식을 취했다. 코펜하겐전을 앞두고 김민재는 엉덩이 타박상 문제로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독일 매체 빌트는 '김민재는 이미 월요일 훈련에 불참했다. 그는 다가오는 코펜하겐전 출전이 불투명하다'라며 김민재가 훈련에 이어 경기에도 나서지 못할 수 있다고 언급했고, 투헬도 명단 제외를 결정했다.
그럼에도 김민재는 포기하지 않았다. 맨유전부터 다시 경기력을 끌어올렸고, 결국 김민재는 슈투트가르트전에서 상대 공격을 틀어막고 공격포인트까지 기록하며 다시금 자신에 대한 여론을 반전시켰다. 맨유전에선 경기 내내 라스무스 회이룬, 안토니의 돌파를 철저히 차단하며 승리를 지켜냈다. 선발 출전한 김민재는 패스 성공 83회, 태클 성공 1회, 클리어링 2회, 공 소유권 회복 5회 등으로 맹활약을 펼치며 프랑크푸르트전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냈다. 특히 맨유 공격수들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무실점 승리에 기여했다. 축구통계매체 풋몹은 김민재에게 평점 7,2점을 부여했다. 팀 내에서 높은 평점은 아니었지만, 마즈라위, 고레츠카, 무시알라, 사네 등보다 높은 위치에 자리하며 평균 정도의 활약을 펼쳤음을 인정받았다. 소파 스코어도 김민재에게 7.1점을 부여했는데, 이는 결승돌을 도운 케인, 결승골 주인공 코망, 키미히, 우파메카노에 이어 팀 5위에 해당하는 평가였다. 슈투트가르트전에서는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한 김민재의 모습이 바이에른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분데스리가 득점 2위 세루 기라시의 공격을 한 치의 틈도 없이 막아냈으며 몸을 날린 수비도 선보였다. 아시안컵 복귀 이후 조금 체력 문제를 호소하기도 했지만, 김민재의 활약은 꾸준했다.
김민재의 활약에도 독일 언론의 평가는 꾸준히 차가웠다. 잘한 경기에서 칭찬보다 조금이라도 아쉬운 경기가 나오면 비판을 쏟아냈다. 레버쿠젠전과 일부 경기들에서 독일 언론은 김민재를 향해 '그는 확신이 없는 것 같았고, 적응에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 많은 것을 다시 시작하고 노력해야 한다', '김민재는 너무 쉽게 압도 당했다. 바이에른에서 다시 자신의 감각을 찾아야 한다'라며 유독 김민재를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김민재가 아시안컵으로 빠진 사이 팀에 합류한 다이어가 호평을 받으며 주전 경쟁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부 언론은 최근 다이어의 주전 도약 이후 김민재가 3옵션으로 전락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아벤트차이퉁은 '지난 여름 나폴리에서 이적한 김민재는 이제 센터백 3옵션에 그쳤다'라고 전했다.
다이어의 등장으로 바이에른 수비진 주전 경쟁 판도가 뒤집혔다. 그를 향한 독일 언론의 꾸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올 시즌 막판까지 김민재와 다이어를 비롯해 바이에른 수비진의 주전 경쟁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큰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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