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석사 졸업하면 현대차 연구소로… 서울대 첫 기업 채용 연계학과 경쟁률 21대1

김보경 기자 2024. 3. 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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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와 합작한 대학원 석사 과정 “반도체 등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학교 정문./뉴스1

서울대의 첫 기업 채용 연계 계약학과 대학원인 ‘미래자동차모빌리티학과’ 모집 경쟁률이 21대1을 기록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서울대 일반 대학원 평균 경쟁률 3대1의 7배 수준이다. 미래자동차모빌리티학과는 서울대 공대가 현대자동차와 합작해 만든 석사 과정으로 재학생은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졸업생은 현대차에 채용된다. 서울대는 그동안 특정 기업을 위한 인재 양성 과정 개설에 부정적이었다. 이번을 계기로 서울대에서도 채용 연계 계약학과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서울대에 따르면 미래자동차모빌리티학과는 최근 1학기 대학원생 20명을 모집했는데, 420여 명이 지원했다. 미래자동차모빌리티학과는 작년 6월 개설됐고, 9월부터 신입생 모집에 나섰다. 초대 학과장인 민경덕 서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학과 개설 이후 신입생 모집까지 3개월밖에 주어지지 않아 홍보도 많이 못 했는데 이 정도 경쟁률을 보여 놀랍다”고 했다. 현대차 측에서 1차 서류 심사를 했고 서울대가 어학 성적과 면접, 수학능력 평가 시험을 진행해 최종 15명을 선발했다. 선발된 학생들은 전기차·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Software Defined Vehicle), 자율주행 등의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미래자동차모빌리티학과 개설은 현대자동차가 2021년 7월 제안했다. 이전에 몇몇 기업이 채용 연계 계약학과 개설을 타진했지만, 성사된 적은 없었다. 서울대 측은 이번 학과 개설 역시 조심스러웠다고 한다. 서울대 관계자는 “서울대의 목표는 우리나라 산업 환경 전체를 위한 사회 리더를 양성하는 것인데, 특정 기업만을 위한 인재 육성 학과는 목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학생의 미래를 섣불리 정해 앞으로의 진로 선택 자유를 제약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카이스트, 광주과학기술원, 연세대, 고려대 등 다른 대학에서 채용 연계형 계약학과 개설을 가속화하면서 서울대도 마냥 외면할 수 없었다고 한다. 다만, 첫 계약학과 개설임을 감안해 서울대는 최소 인원을 정원으로 정했다. 현대차는 30~40명 규모의 학과 개설을 요구했지만, 서울대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 20명으로 확정됐다.

채용 연계형 계약학과가 첫발을 떼면서 앞으로 서울대 내 계약학과 개설에 대한 논의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서울대 고위 관계자는 “서울대가 기업체와 협력해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전문화된 인력을 양성하기로 한 데 의의가 있다”며 “첫 학기부터 높은 경쟁률을 보인 만큼, 이 학과에서 배출된 인재들이 실제로 산업계 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이 확인되면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과 관련한 분야에 대해서 계약학과 개설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대학은 학문을 하는 곳인데 기업체 이해관계와 타협한 학과를 개설할 수 없다는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며 “학부 수준에서 계약학과를 신설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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