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동아줄 잡고… 종북세력, 23년전 ‘군자山 약속’ 현실화

박상기 기자 2024. 3. 1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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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비례 당선권 대거 꿰차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석기, 이정희, 강성희, 양경수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후보 명단에서 친북·종북 성향 후보들이 대거 당선권에 들 것으로 예측되면서 이재명 대표가 이들의 국회 제도권 입성에 길을 터 줬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친북·종북 세력은 북한 김정은이 작년 말 ‘통일 노선 포기’를 선언하면서 국내 활동에서 사실상 길을 잃은 상태였는데 이 대표와 민주당이 위성정당으로 ‘동아줄’을 내려줬다는 것이다.

현 상황을 두고, 친북·종북 세력의 지난 활동에 밝은 이들 사이에선 “23년 전 ‘군자산의 약속’이 떠오른다”는 말이 나왔다. 군자산의 약속 이전까지 친북·종북 성향의 NL(민족해방)은 주로 거리 투쟁에 골몰했지만, 그 이후엔 기존에 있던 합법적 정당을 ‘숙주’로 한 제도권 진입을 시도하게 된다. 군자산의 약속이 떠오른다는 말은, NL이 민주당을 매개로 ‘군자산의 약속 실현’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NL은 군자산에 모인 뒤 민노당에 대거 입당해 당권을 장악했다. 민노당 주축이던 심상정·노회찬 등은 당 밖으로 밀려났다. 이 과정에서 민노당 실세로 군림하며 ‘당권파’로 불린 세력이 NL의 한 분파인 경기동부연합이다. 경기동부연합의 본거지는 경기 성남이다. 이재명 대표가 경기동부 인사들과 가깝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지역적 연고에서 출발한다.

NL이 접수한 민노당은 2006년 ‘일심회 간첩 사건’이 터져 종북 정체성이 드러났고 이후 대중의 외면 속에 고사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으로 이름을 바꿔 화려하게 부활했다. 민주당이 통진당과의 ‘야권 연대’에 매달린 덕에 통진당은 13석을 얻었다. 13명 중 한 명이 경기동부 수장인 이석기 전 의원이다.

그래픽=이철원

2013년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선동 사건’이 터졌고, 2014년엔 헌법재판소가 통진당 해산을 결정했다. 하지만 NL과 그 주축인 경기동부 등의 세력·조직은 흩어지지 않았다. 정치권 관계자는 “경기동부 출신들은 각 지역에 흩어져 공부방을 열고 청소 업체를 운영하는 식으로 지역에 밀착해 세를 유지하고 불려갔다”며 “헌재 해산 명령에도 끄떡없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NL은 2017년 민중당을 창당, 2020년엔 진보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2020년 12월엔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경기동부 출신의 양경수 위원장이 당선됐다. 양 위원장은 이석기 전 의원이 졸업한 한국외대 용인 캠퍼스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경기동부가 통진당 해산 이후 택배 노조 등을 발판으로 세력을 키워 민노총을 장악한 것이다. 양 위원장은 작년 말 연임에도 성공했다. 그러는 사이 진보당은 작년 4월 전북 전주을 재선거에서 강성희 의원이 당선되며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민주당은 당시 텃밭인 호남 선거인데도 후보를 내지 않았다.

NL을 비롯한 국내 친북·종북 세력은 작년 말 북한 김정은이 “대한민국 것들과는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며 갑작스럽게 노선을 전환한 뒤 우왕좌왕하는 상황이었다. 북이 대남 공작을 위해 조직한 대표적 친북 단체인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은 해산했다. 이들이 충격과 혼란에 빠져있을 때, 민주당이 비례 위성정당의 명분으로 야권 연합을 내걸고 국회에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에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진보당에 3석을 약속했고, 시민 단체 측이 추천한 후보에도 진보당 계열 인사가 포함됐다. 시민단체 측 후보를 심사한 상임심사위원단에는 범민련에서 실무회담 대표를 했고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구속된 적도 있는 조성우씨가 포함됐다. 윤희숙 진보당 대표는 지난 3일 더불어민주연합 창당식에서 “진보당이 수권 정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시민단체의 탈을 쓴 종북 세력이 민노총을 장악하고, 국회 접수까지 노리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 안에도 “우리가 왜 종북 세력에 호흡기를 달아줘야 하나”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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