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상품” 말 믿었다 반토막.... 홍콩 ELS 손실 몇 % 배상 받을 수 있나

최형석 기자 2024. 3. 1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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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실 몇 % 배상 받을 수 있나
그래픽=백형선

2021년 1월 예·적금에 가입할 생각으로 은행 지점을 찾은 80대 A씨는 창구 직원 권유에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2500만원을 넣었다. 은행 직원은 “안전한 상품”이라고 강조했지만, 3년 만기가 지난 올 1월에 받아 든 결과는 수익은커녕 1250만원으로 반 토막 난 원금이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A씨는 은행에서 원금 손실액의 75% 정도를 배상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설명 의무 위반 등 은행의 과실에 의한 배상 비율이 50%이고, 80세 이상 초고령자(15%포인트), 원금 보장 상품 가입 목적(10%포인트) 등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11일 발표한 H지수 ELS 분쟁 조정 기준안은 판매자와 투자자 책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상 비율을 0~100%까지 차등화했다. 경우에 따라 1원도 배상받지 못하거나 손실액 전액을 배상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부분 손실액의 20~60% 범위에서 배상될 것으로 금감원은 전망했다.

그래픽=백형선

◇판매사 과실 배상 비율은 최대 50%

금감원은 판매사 과실이 있을 경우 배상 비율을 최대 50%로 정했다. 우선 ①투자 목적, 재산 상황, 금융 상품 이해도 등을 사전에 확인하는 절차(적합성 원칙)를 지켰는지 ②설명 의무를 다했는지 ③부당 권유를 하지 않았는지 등 세 요소를 따져 손실의 20~40%를 배상하도록 기본 배상 비율을 정했다. 적합성 원칙만 어겼으면 20%, 설명 의무 위반과 부당 권유까지 했으면 최대 40%가 부과되는 식이다.

여기에 회사의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을 경우 배상 비율이 높아진다. 대면 영업을 하면서 판매 목표를 과다 설정했거나 위험(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하는 등 내부 통제 부실이 확인되면 은행은 10%포인트, 증권사는 5%포인트의 배상 비율이 추가된다. 그만큼 은행이 고위험 상품을 팔 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온라인 판매는 통상 투자자들이 주도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감안해 대면 영업보다는 판매사 책임을 덜 물었다. 온라인상 내부 통제가 소홀한 것이 적발되면 은행은 5%포인트, 증권사는 3%포인트를 기본 비율에 더한다.

그래픽=백형선

◇80세 이상은 10%P 추가, 과다 투자는 10%P 차감

판매사 과실 비율이 정해진 뒤 다음 절차는 투자자별 상황에 따라 배상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다. 최대 ±45%포인트까지 배상 비율이 더해질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

만 80세 이상 초고령자이거나 의사소통 장애인 사람은 10%포인트를 더 받는다. 만 65세 이상 고령자, 은퇴자, 주부 등 금융 취약 계층도 5%포인트가 가산된다. ELS에 처음 투자한 사람도 5%포인트를 추가 배상받는다. 금융사가 예·적금에 가입하려 지점을 찾은 고객을 ELS 상품에 가입시킨 경우도 배상 비율에 10%포인트를 더한다. 금감원이 1∼3월 초까지 판매사들을 검사한 결과, 작년 말까지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 18조8000억원(39만6000좌) 중 92%인 17조3000억원이 개인에게 판매됐다. 또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판매된 비중은 21.5%에 달했다. 최초 투자자 비중은 6.7%였다.

반면 배상 비율이 깎이는 경우도 있다. 20회를 초과해 투자 경험이 있으면 2~10%포인트만큼 배상 비율이 차감된다. 20회 투자까지는 배상 비율을 차감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금감원은 “은행 정기예금처럼 소액으로 여러 ELS 상품에 투자했다가 6개월 단위로 조기 상환돼 재투자를 해온 개인 투자자 숫자가 매우 많다”고 설명했다.

가입액이 5000만원을 초과해도 금액 규모에 따라 5~10%포인트 배상 비율이 깎인다. 과거 투자했던 ELS에서 벌어들인 누적 이익이 이번 ELS 손실을 초과한 경우에는 배상 비율에서 10%포인트를 뺀다. 금융사 임직원처럼 금융 상품 이해력이 높은 가입자도 10%포인트까지 배상 비율이 깎일 수 있다.

☞ELS(주가연계증권)

ELS는 주가지수 등의 등락에 따라서 수익률이 결정되는 금융 상품이다.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일정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면 약속한 이자를 받을 수 있지만, 주가가 범위를 벗어나 폭락하면 원금을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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