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캔 기술, 전기車 배터리캔에 접목… 차세대 캔 국내 첫 양산”

박현익 기자 2024. 3. 1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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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점근 동원시스템즈 대표
미래먹거리 이차전지 사업 위해
3년前 배터리캔 제조사 인수해
“46mm 원통형 8월부터 본격 생산… ‘日 독점’ 셀파우치도 내년 상용화”
조점근 동원시스템즈 대표가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서 지름 46mm 크기의 원통형 배터리 캔을 소개하고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8월부터 국내 최초로 46mm 배터리 캔을 본격적으로 양산해 배터리 제조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동원시스템즈 제공
“올해 8월부터 46mm 원통형 배터리 케이스를 국내 최초로 양산할 예정입니다. 2019년에 뛰어든 이차전지 사업이 5년 만에 본격 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에서 7일 만난 조점근 동원시스템즈 대표는 이같이 말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동원시스템즈가 만드는 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 캔은 국내 주요 배터리 제조사인 A사에 공급돼 글로벌 전기차 모델에 탑재될 전망이다.

동원시스템즈는 ‘동원참치’를 포장하는 참치 캔을 만드는 회사다. 캔뿐 아니라 페트병, 유리병, 알루미늄, 산업용 필름 등을 소재로 하는 국내 1등 종합 포장재 기업이다. 2019년 이차전지에 미래 먹거리가 있다고 보고 배터리 케이스 제조를 위한 연구개발(R&D)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그 결과 테슬라가 표준 규격으로 채택하기로 한 차세대 배터리인 46mm용 캔을 국내 최초로 양산하는 기술력에까지 이르렀다.

● 참치캔 만들다 보니 배터리 캔까지 만들어

46mm 배터리 캔은 현재 시장에서 주로 쓰이는 지름 21mm, 높이 70mm의 ‘2170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주행 거리는 16% 늘어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불린다. 동원시스템즈는 8월부터 충남 아산사업장에서 46mm 배터리 캔을 생산한다. 연간 생산 규모는 60kWh(킬로와트시)급 전기차 70만 대에 탑재될 수 있는 규모다.

이를 위해 회사는 2022년 아산사업장에 700억 원을 투자해 신공장 증설에 나섰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규격의 원통형 배터리 캔을 연간 5억 개 이상 생산할 수 있다. 조 대표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잇따라 원통형 배터리 사업에 뛰어들고 있어 앞으로 수주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1993년 설립된 동원시스템즈는 참치 통조림과 음료수 캔 등을 생산하며 쌓은 전문성을 살릴 최적의 분야로 이차전지를 낙점했다. 배터리 케이스에는 스틸 강판, 알루미늄 등 원재료를 다루는 기술부터 내부 내용물을 안정적으로 보관하는 패키징 기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2021년에는 원통형 배터리 캔 제조사 엠케이씨(MKC)를 150억 원에 인수했다.

조 대표는 “MKC는 설계부터 제조, 가공, 표면 처리까지 배터리 캔의 모든 공정 기술을 보유했지만 중소기업으로서 투자 여력에 한계가 있었다”며 “MKC를 통해 신사업 관련 인허가를 빠르게 처리하면서도 우리가 가진 캔 포장 기술을 접목하면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돼 인수합병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 일본 독점하는 셀 파우치 시장에 도전장

동원시스템즈는 ‘알루미늄 양극박’과 파우치형 배터리 외장재인 ‘셀 파우치’ 사업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각형, 원통형 배터리와 달리 형태를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어 공간 효율이 높고 에너지 밀도가 높다는 게 장점이다.

특히 셀 파우치 시장은 일본의 점유율이 90% 이상으로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에 동원시스템즈는 2021년 본격 투자를 시작해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R&D 및 시제품 생산을 진행 중이다. 동원시스템즈는 레토르트 식품 포장 용기를 생산하면서 습득한 기술을 접목했다. 조 대표는 “레토르트 식품 포장 용기는 내부로 공기가 들어가서는 안 되고, 외부 환경에 의해 열을 받거나 빠르게 식더라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며 “이러한 동원의 노하우가 ㎛(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단위의 작은 흠집도 있어선 안 되는 셀 파우치 경쟁력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동원시스템즈의 배터리 부품소재 사업은 매년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50% 성장한 데 이어 올해는 지난해의 두 배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 대표는 “수주 사업인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성과가 가시화될 것”이라며 “올해 46mm 배터리 캔에 이어 내년 셀 파우치 사업까지 실적이 본격화되며 고성장할 예정”이라고 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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