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전 소설의 다시 맞은 전성기… 변치 않는 ‘메시지의 힘’
2015년 최진영의 ‘구의 증명’도 유튜브 등 입소문 타고 2위 올라
역주행을 넘어선 재탄생. 최근 서점가 베스트셀러는 이렇게 요약된다. 출간된 지 한참 된 이야기가 표지 등 새로운 외형을 만나 유례없는 인기를 끄는 사례가 잇따른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3월 1주 한국 소설 1위와 2위는 양귀자 장편 ‘모순’(쓰다)과 최진영 장편 ‘구의 증명’(은행나무)이다. 각각 초판이 1998년, 2015년 출간됐다. ‘모순’은 살림출판사에서 처음 출판돼 15년간 132쇄 100만부가 팔린 스테디셀러지만, 2013년 지금의 출판사에서 나온 개정판이 최근 전성기를 맞았다. 올해 1월 2주부터 가장 최근 집계된 3월 1주까지 8주째 한국 소설 1위. 출간 직후를 제외하면 최장 기간이다. 쓰다 출판사 관계자는 “연도별로 조금씩 판매량이 늘어, 2013년 발행된 ‘모순’ 개정판이 약 100쇄를 찍었다”며 “흥행 이유는 소설의 힘으로 막연하게 추측하고 있다”고 했다.
이 책들의 공통점은 계속해서 새로 태어나고 있다는 것. ‘모순’은 2021년엔 ‘리커버(표지갈이)’를 했고, 지금도 2쇄를 주기로 표지를 바꾸고 있다. 2015년 ‘노벨라’ 시리즈로 출간돼 42쇄를 찍은 ‘구의 증명’은 작년 ‘시리즈 N’으로 출간된 지 1년 만에 23쇄를 추가로 찍었다. 총판매 26만부. 교보문고 관계자는 “’모순’의 경우 유튜브 추천과 2021년 리커버판 출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흥행 이유는 단정 짓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광고·매체 노출·유명인 추천 등보다는,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독자 입소문이 나고 있는 것. 지난 2월 격월간 문예지 ‘릿터’의 ‘당신이 모르는 베스트셀러’란 특집에 은행나무 편집자 김서해씨는 “’구의 증명’ 역주행은 관계자인 우리 또한 그 이유를 추측만 하고 있다”고 썼다. 소셜미디어에 독자 감상 후기가 잇따라 올라오는 것과, ‘맹목적인 사랑 이야기’란 책의 메시지도 그 이유로 덧붙였다.
작품의 메시지가 지닌 보편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불확실한 시대지만, 책에서 변하지 않는 지혜를 얻거나 크게 공감했다는 독자 평이 많다. 미국 가족심리학자 버지니아 사티어의 ‘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포레스트북스)는 지난 1월 말 출간 직후 예스 24 가정·살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지금까지 11쇄·3만 8000부를 찍었다. 1988년에 미국에서 처음 출간됐고, 국내에는 ‘가족 힐링’이란 제목으로 2012년 출간됐다 절판됐던 책. 포레스트북스 관계자는 “양육 방법이 트렌드에 따라 많이 흔들리는 요즘,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권위자가 수십 년간 이어온 양육 불변의 법칙을 이야기하는 것에 호응하는 독자가 많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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