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한국보다 日 판매 신라면에 건더기 더 많은 이유

최연진 기자 2024. 3. 1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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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한국보다 싸고 건더기 더 많다” 주장

‘일본에서 파는 농심 신라면 컵라면이 한국에서 파는 같은 제품보다 싸고 건더기도 많다’는 한 유튜버 주장이 1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한국과 뉴질랜드·일본·중국의 신라면 내용물을 비교한 사진도 함께 퍼졌다. 한국 소비자들은 “원조인 한국 신라면이 다른 나라보다 부실한 거냐”며 배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과 뉴질랜드, 일본, 중국에서 파는 농심 신라면 컵라면의 내용물을 비교한 사진. 11일 '일본에서 판매하는 컵라면이 내수용보다 건더기가 많고 값도 싸다'는 내용의 동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각국 신라면 비교 사진'도 함께 퍼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라면은 K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품이다. 특히 농심 신라면은 ‘K라면’의 대표 주자로 전 세계 100여 국에 수출되고 있어 국가별 차이에 소비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렇다면 유튜버 주장대로 신라면은 일본에서 사 먹는 게 나을까. 사실을 확인해 봤다.

그래픽=김하경

◇건더기, 일본 제품이 3g 많아

화제가 된 ‘한국 신라면 VS. 일본 신라면’이라는 영상은 작년 12월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것이다. 일본에서 판매하는 수출용 신라면 소(小)컵과 내수용 신라면의 가격, 건더기 양, 맛을 비교한 내용이다.

영상에선 일본 신라면 건더기가 훨씬 많아 보인다. 네티즌들이 “왜 일본에서 파는 제품을 더 잘 만들었느냐”며 분노하는 이유다.

일본 신라면의 건더기 양이 내수용보다 많다는 논란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일본에서 파는 신라면은 국내 공장에서 만들어 수출한다. 건더기 중량은 내수용 신라면보다 3g 많다. 면 중량은 같기 때문에 일본 제품은 총 68g, 한국 제품은 총 65g이다. 농심은 일본 수출용이 건더기가 많은 데 대해 현지 경쟁력 확보를 이유로 들었다. 라면 원조 일본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라면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일본의 다른 컵라면과 경쟁하기 위해서 건더기 크기와 중량을 늘렸다”며 “가격과 내용물이 다르기 때문에 수출용과 내수용을 같은 제품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했다.

◇맛 차이는 ‘글쎄’

이 유튜버는 맛에 대해서는 사실상 한국 신라면의 손을 들어줬다. 처음엔 “일본은 건더기 양이 사기 수준”이라고 했지만, 결국엔 “(한국 제품이) 면발도 더 쫄깃했고 국물에서 소고기 육수 맛이 진하게 느껴졌다”며 “(한국) 신라면이 근본을 지켰다”고 했다.

실제 내수용과 수출용의 맛은 다를까. 나라마다 신라면 성분은 같지 않다. 허용하는 식품 첨가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에서 파는 컵라면에는 육류에서 뽑아낸 첨가물을 넣을 수 없기 때문에 대체 첨가물을 개발해 넣는다는 게 농심 설명이다. 일본 신라면에도 일부 다른 성분이 들어간다. 다만 농심은 “성분이 달라도 세계 어디서나 같은 맛을 내는 게 신라면 연구진의 목표”라며 “실제 맛은 거의 같다고 판단하는데, 미각이 예민한 고객은 차이를 느낀다고 한다”고 했다.

◇일본이 더 싸다? ‘가격 논란’은

유튜버는 일본 제품엔 ‘850원’, 한국 제품엔 ‘900원’이라고 자막을 달아 일본 제품이 더 싸다고 했다. 이에 대해 농심은 “공식 가격은 일본이 더 비싸다”고 했다. 농심에 따르면 신라면 컵라면의 일본 공식 소매가는 148엔(약 1320원)이고 한국은 1150원이다. 일본 제품이 약 170원 비싼 것이다. 다만 실제 소비자가 내는 가격은 유통 채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유튜버는 라면을 할인 판매하는 소매점을 이용했거나 대량 묶음 판매 제품을 싸게 샀을 가능성이 있다. 농심 관계자는 “100여 나라에 수출하는데, 제품 가격이 같을 수는 없다”고 했다.

실제 수출 제품은 현지 물가와 환율에 따라 국가별로 가격 차가 생긴다. 또 현지화 전략, 경쟁 업체 가격, 제조 공정과 방식 등에 따라 제품 가격을 다르게 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맥도널드와 같이 현지 프렌차이즈가 있는 경우에도 국가별 가격이 다르다. 이 때문에 ‘빅맥 지수’가 현지 물가 수준을 판단하는 지표로 쓰인다. 전 세계에서 동시에 출시하는 국제 기업의 상품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출시한 애플의 아이폰15도 미국에선 799달러(세금 포함 약 117만원)지만 한국 출시 가격은 125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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