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라운지] “빙판은 나의 놀이터… 점프보다 기본기와 표현력 다졌죠”

최수현 기자 2024. 3. 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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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세계선수권 金 서민규
지난 2일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세계선수권 남자 싱글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따낸 서민규는 11일 서울 태릉 빙상장에서 "쇼트 프로그램 경기 때는 많이 떨렸는데 프리 스케이팅 경기는 쇼트 1위 성적만으로도 만족스러워 편안하게 했다"고 말했다./고운호 기자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최초로 주니어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따낸 서민규(16)는 11일 서울 태릉 빙상장에서 여전히 훈련 중이었다. 주니어 선수들의 올 시즌은 이미 끝이 났지만, 그는 곧장 고난도 4회전 점프 훈련에 돌입했다. “저에게 맞는 점프를 찾고 있어요. 올해 안에 하나는 완성하고 싶어요. 길게 봐서 4회전 점프를 적어도 세 종류는 뛰면 좋겠어요.”

서민규는 처음 나가본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지난 2일 덜컥 우승을 차지했다. 그전까지 한국 남자 선수의 이 대회 최고 성적은 2017년 차준환(23)의 5위였다. 여자 선수를 합쳐도 2006년 김연아(34) 이후 18년 만의 우승이었다. 서민규는 올 시즌 트리플 악셀(공중에서 3회전 반) 점프를 완성하며 크게 성장했지만, 4회전 점프는 아직 시도하지 못했다. 게다가 이번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선 트리플 악셀을 싱글 악셀로 처리하는 실수가 나왔다. 그런데도 4회전 점프를 시도한 일본 선수를 총점 1.44점 차로 제쳤다.

잘 다져진 기본기와 풍부한 표현력 등 그의 강점이 빛났다. 서민규는 프리 경기 채점 요소 중 ‘스케이팅 스킬’에서 출전 선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는 “피겨에서 스케이팅 스킬이란 빙판을 넓게 잘 활용하면서 부드럽게 이동하는 능력”이라며 “어머니가 스케이팅 스킬은 어릴 때부터 잘 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셔서 점프보다 스케이팅 스킬에 더 중심을 두고 훈련했다”고 말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그의 어머니는 선수 출신으로 대구에서 20년 넘게 피겨 코치로 활동해온 김은주씨다. 현재 서민규의 코치 3명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서민규는 “네 살 때부터 어머니가 수업하는 링크장을 놀이터 삼아 스케이트 신고 놀았다”며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다른 선생님에게 본격적으로 피겨를 배우기 시작했고, 어머니도 쭉 가르쳐 주셨다”고 했다.

서민규는 줄곧 대구에 거주하며 훈련해왔고, 한 달에 한두 번씩은 서울에 와서 훈련한다. 중학교에 진학할 무렵 어머니가 피겨를 계속 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는데 서민규는 “그때까지 해온 게 아까워서 계속 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회사원인 아버지는 피겨 선수에게 필요한 장비와 시설을 모아 외동 아들이 체력 운동 등을 할 수 있는 작은 실내 공간을 대구에 마련해줬다.

지난달 29일 대만에서 열린 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에 나선 서민규. '플라워 댄스'를 배경 음악으로 "흩날리는 행복한 꽃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그는 쇼트 개인 최고점을 새로 쓰며 1위에 올랐다. /EPA 연합뉴스

그는 올 시즌 쇼트 프로그램에선 흩날리는 행복한 꽃을, 프리 스케이팅에선 ‘노트르담 드 파리’ 속 비극적 캐릭터를 풍부한 표정과 손짓, 몸짓으로 표현해냈다. “감수성이 풍부해서 영상을 보다가도 남들보다 쉽게 눈물이 난다”며 “어릴 때부터 영화를 많이 보고 음악을 계속 들으며 감성을 키웠다”고 했다. “영화를 볼 땐 중요한 장면이나 감정이 몰입되는 장면에서 배우가 어떻게 표현하는지 중점적으로 봐요. 감성적인 영화를 좋아하고 무서운 영화는 잘 못 봐요.”

올 시즌 서민규와 김현겸(18) 등 한국 주니어 피겨 선수들이 뛰어난 성과를 거둔 것에 대해 그는 “한 선수가 점프에 성공하면 다른 선수들도 자극을 받아 서로 더 열심히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국 남자 피겨의 독보적 스타 차준환을 이을 유망주란 평가에 대해선 “아직 과분하고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2008년생인 서민규는 올림픽 출전 연령 기준 때문에 2026년 동계 올림픽에는 나서지 못한다. 2030년 올림픽을 바라보는 그는 “올림픽 나가 금메달 따는 게 목표다. 다른 길은 생각 안 해봤다”고 했다.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세계선수권 우승자 서민규는 11일 서울 태릉 빙상장에서 "고난도 점프를 장착하려면 더 열심히 운동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계속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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