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시 저출생 대책, 절박함도 실속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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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저출생 극복 예산 중 상당액이 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업에 쓰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부산시가 올 초 발표한 '2024 부산시 저출산·고령사회정책 시행계획(약 4조7490억 원)'을 들여다 보면 동래부사 집무 재현 마당놀이, 여권 우송 서비스, 청소년 교류캠프, 4차 산업 소프트웨어 교육 등이 포함돼 있다.
시행계획 세부사업의 부적절성은 결국 구·군의 안일한 행정과 부산시의 관성적인 업무 처리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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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버둥치는 거창·인천 사례 안 보나
부산의 저출생 극복 예산 중 상당액이 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업에 쓰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부산시가 올 초 발표한 ‘2024 부산시 저출산·고령사회정책 시행계획(약 4조7490억 원)’을 들여다 보면 동래부사 집무 재현 마당놀이, 여권 우송 서비스, 청소년 교류캠프, 4차 산업 소프트웨어 교육 등이 포함돼 있다. 인구 대책과 크게 상관 없는 사업들이다. 심지어 공무원 복지포인트 21억 원이 저출생 예산으로 잡혔는데, 실상은 출산 축하 포인트 1000만 원이 전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부산시의회가 부산시와 일선 구·군의 관련 예산을 분석한 결과다. 똑같은 사안을 지적받고도 개선은커녕 매번 반복되는 점은 더 큰 문제다.
저출생 대책은 정부가 2006년부터 5년 단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지자체가 시행계획을 만드는 구조다. 부산시도 이에 맞춰 2021~2025년에 적용하는 제4차 저출산종합계획과 연단위 시행계획을 만들고 있다. 부산의 경우 일선 구·군이 관련 사업을 올리고 부산시가 이를 취합한다. 시행계획 세부사업의 부적절성은 결국 구·군의 안일한 행정과 부산시의 관성적인 업무 처리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시의회의 거듭된 지적에도 소 귀에 경 읽기 수준이다. 지자체 단위 사업과 예산이 잘못되면 국가 전체 정책이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소멸 직전의 인구 위기에 몰려 무려 380조 원 예산을 퍼부었는데도 효과가 없다는 말을 하기 전에, 실제 이 돈이 적재적소에 쓰이는지를 먼저 점검해봐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급기야 0.6명대로 떨어졌다. 부산은 0.59명에 불과하다. 16개 구·군 중 생활인구가 적은 중구는 0.31명을 기록했다. 부산에서 신입생이 10명도 안 되는 초등학교는 지난 1년 새 5곳이나 늘었다. 거의 재앙 수준이다. 인구 격감으로 인한 지역과 국가의 소멸 위기는 우리가 한번도 겪어보지 않은 현상이긴 하지만, 이미 그 징후가 20년 전부터 시작된 이상 지금쯤은 특단의 대책이 나왔어야 한다. 한시라도 빨리 출산율을 높이고 인구를 늘릴 아이디어를 짜내도 부족한 판에 아무 상관 없는 사업을 저출생 대책에 슬쩍 끼워 넣고 포장만 그럴 듯하게 꾸미는 건 아직 위기감이나 절박함이 없다는 증거다. 지금 부산시에 그럴 만한 여유가 없다.
인천시는 올해부터 출생 아동 1인당 1억 원을 준다. 1억1000만 원(경남 거창군) 1억2400만 원(충북 영동군) 짜리도 있다. 그만큼 지자체마다 인구 늘리기에 안간힘이다. 이런 예산은 온전히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게 아니다. 기존 정부 지원금에 지자체가 2000만~3000만 원 정도 더 얹었을 뿐이다. 현금성 지원이 출생률 제고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아직 명확히 규명된 건 없다. 하지만 다른 시·도는 뭐라도 하려고 발버둥친다. 이러니 출생률 꼴찌에 청년 이탈 전국 최고 수준인 부산은 도대체 뭐 하느냐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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