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에서 일어난 일 운동장에서 풀자”

이영빈 기자 2024. 3. 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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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감독 이강인 대표팀 소집

“이강인을 부르지 않고 다음으로 넘어가면 위기를 넘길 수는 있다. 하지만 그때라고 해서 이 상황이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든 맞닥트려야 하는 문제다.”

축구 국가대표팀 황선홍 임시 감독이 11일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황선홍(51) 축구 대표팀 임시 감독이 11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4차전에 “이강인을 소집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어 황 감독은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강인은 선배들을 직접 만나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길 원했다. 손흥민은 이강인을 보듬어 안아야 한다고 했다”며 “비단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시 대표팀 모든 구성원, 더 나아가 저 같은 축구인의 잘못도 있다. 이번 2연전은 속죄하는 마음으로 치를 것”이라고 했다.

이날 명단엔 주장 손흥민(32·토트넘),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 황인범(28·즈베즈다) 등 대표팀 주축이 전부 포함됐다. 하지만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 선발은 발표 직전까지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고 한다. 지난달 요르단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전 전날 주장 손흥민과 물리적으로 충돌했던 일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강인은 이후 영국 런던으로 찾아가 손흥민을 만나 직접 사과했다. 대표팀 선배들에게도 일일이 연락해 사죄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에 당사자끼리 갈등을 봉합했기 때문에 선발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반면 이강인을 부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대표팀 위계 질서를 무너트린 만큼 상응하는 조치(징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명단 발표 전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전국 18세 이상 남녀 5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강인 소집에 반대하는 응답자 비율은 40.7%로, 찬성 46.9%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황 감독은 “어려울 때는 피해 가고 쉬울 땐 하는 식으로 축구를 하지 않았다”며 “이강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알고 있다. 하지만 선수단 내 문제는 언제나 있다.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푸느냐다. 운동장에서 일어난 일은 운동장에서 푸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더욱 단단해지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강인은 논란 이후에도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에서 본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6일 레알 소시에다드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선 날카로운 패스로 킬리안 음바페의 득점을 도왔다. 10일 랭스와의 리그 홈경기에선 선발로 출전해 맹활약했다.

이번 태국과 2연전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월드컵 지역 예선. 이강인 왼발 정확도와 돌파력은 대표팀 공격 필수 요소다. 황 감독은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이강인과 함께 금메달을 따냈다. 이강인 활용법을 잘 아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이날 명단엔 지난 아시안컵 대표 선수 중 12명이 제외됐다. 황희찬(28·울버햄프턴)과 김승규(34·알 샤바브)는 부상이었고, 김지수(20·브렌트퍼드)와 양현준(22·셀틱)은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했다. 김태환(35·전북), 이기제(33·수원) 등 8명이 빠졌다. 주민규(34·울산) 등 3명이 첫 태극 마크를 달았다. 이강인 대체 자원으로 평가받던 이승우(26·수원FC)는 낙마했다. 황 감독은 “선수들끼리 조합 등을 고려한 끝에 선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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