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황제 가족, ‘우리집’ 생겼다...“12년 소망 진서가 풀어줬어요”
신진서 아버지 신상용씨 “하왕십리 소재 아파트 매입… 전세 벗어나 5월 이사 예정”
세계 ‘바둑 황제’로 발돋움 중인 신진서(24) 9단 가족이 12년 만에 ‘내 집’에서 살게 됐다. 신진서의 아버지 신상용(62)씨에 따르면 이 가족은 최근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 34평형 아파트 구입 계약을 완료, 오는 5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신진서 가족에게 ‘내 집’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부산에서 태어난 신진서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각종 대회 출전 차 서울에 다녀올 때마다 힘들어했다. 이를 보다 못한 신씨는 20여 년간 삶의 터전이던 부산 자택과 바둑 교실을 과감히 정리, 가족을 인솔해 상경했다.
서울로 옮겨온 뒤 이 가족은 여러 사정으로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곳저곳 옮겨 다녀야 했다. 응암동에서 3년, 장안동에서 3년을 살았다. 현 거주지인 하왕십리 아파트(한국기원 건물에서 도보 5분 거리) 에선 6년째 살고 있다. 부산 시절과 달리 서울 생활 12년은 모두 전세였다.
2023년 8월, 우승 상금 40만달러(약 5억3000만원)가 걸린 잉씨배를 안고 금의환향한 신진서가 식사 자리에서 부모에게 제안했다. “우리도 이젠 전세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집을 장만하면 좋겠어요.” 그는 이후 LG배와 농심배(단체전)까지 휩쓸면서 가족의 오랜 꿈을 현실로 이끌었다.
새로 입주할 아파트는 한국기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5분가량 멀다. 공식 대국 대부분을 치르는 한국기원은 기사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는 곳이다. 신진서가 6년 전 기원 부근에 처음 똬리를 튼 시점과, 폭발적 성장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시점이 놀랍게 일치한다.
신씨는 “진서가 12년 만에 전세 생활에서 벗어나 ‘마이 홈’으로 옮겨 간다는 사실에 잔뜩 부풀어 있다”고 전했다. 단 마포에서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는 형(28)과, 농심배 기간이던 지난달 별세한 할머니가 함께 못 하는 점은 몹시 아쉬워한다.
신진서는 소유 차량이 없다. 아에 운전면허를 따지 않았다. 꼭 필요할 때는 부모가 번갈아 데려다 준다. “극도의 섬세함과 안정감이 필요한 직업인 만큼 서른 살까지는 운전대를 잡지 말기를 권했고 본인도 공감했다.” 아버지 신씨의 귀띔이다.
신진서는 2012년 입단 후 13년 동안 국내외서 총 36회 우승했다. 한국기원에 따르면 그의 누적 수입 총액은 78억원 정도. 하지만 신씨는 “세금 등 이것저것 떼고 나면 절반 정도”라고 했다. “평소 검약(儉約)하면서도 필요할 때 아낌없이 기부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해요.” 신진서는 지난 5년간 10여 차례에 걸쳐 총 9000만원가량을 쾌척, ‘바둑계 기부왕’ 소리를 듣는다.
물론 자신에 대한 투자에도 인색하지 않다. 최근 거금을 들여 인공지능(AI) 장비를 최고급 사양으로 교체했다. 바둑에서 가장 핵심적 개념인 ‘집’을 확보한 세계 최강자 신진서의 궁극적 소망은 갈수록 더 강한 기사로 진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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