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행사 진행 중에는 정치적 고함 치지 마”
“일하는 시간이 아닐 때는 정치인에 대해 원하는 대로 생각하십시오. 투표도 하고 항의도 하십시오. 그것은 당신 권리입니다. 다만, 근무시간이나 다른 구성원들을 위한 시간에 하지 말고 자기 시간에 하십시오.”
10일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뉴욕시 소방국(FDNY)은 이날 산하 소방서에 이런 내용을 공지했다. FDNY는 “근무시간이나 다른 구성원들을 위한 시간, 가족들 시간에 (정치 행위를)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FDNY가 이런 메시지를 전한 것은 지난 7일 발생한 사건 때문이다.
그날 뉴욕 브루클린의 기독교문화센터에선 FDNY 승진 임용식이 열렸다.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州) 법무장관의 친구인 패멀라 홈스가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소방서 군목(軍牧)으로 승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보도하며 ‘(인종과 성별의) 장벽을 허무는 소방서 군목’이라고 했다. 이날 임용식에 참석한 제임스 장관은 승진자들을 축하하기 위해 강단에 섰다. 그런데 관객 일부가 갑자기 “우~” 하며 야유를 퍼붓기 시작했다. 제임스는 “여기는 하나님의 집입니다. 진정해주세요”라고 했고, 소리가 줄어들자 “감사하다”고 했다. 하지만 제임스가 발언하는 도중 계속해서 일부가 큰 소리로 “트럼프! 트럼프!”라고 연호했고, 제임스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연설을 이어나가야 했다.
이들이 제임스의 발언을 방해한 이유는 정치적인 견해차였다. 제임스는 2022년 은행 대출을 쉽게 받기 위해 자산 가치를 부풀렸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기업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1심 법원은 트럼프에게 벌금 3억5500만달러(약 4700억원)를 내라고 결정해 제임스 손을 들어줬다. 트럼프는 2018년 민주당 소속으로 뉴욕주 검찰총장 겸 법무장관에 당선된 제임스를 향해 “정치 검사”라고 공격해 왔다. 이날 임용식 장소에 있던 트럼프를 지지하는 일부 소방관이 정치적 신념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임스의 연설을 방해하고 야유를 퍼부은 것이다.
FDNY는 당시 촬영한 영상을 바탕으로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일부 FDNY 대원은 “아무리 법무장관에게 야유했다고 해도 수정 헌법 1조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면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FDNY는 “(야유를 보낸) 대원들이 스스로 앞으로 나오기를 바란다. 그들은 본부로 가서 자신들의 행동이 왜 용납받을 수 없는지 교육받게 될 것”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밝혔다.
이런 대응은 민주당 소속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이 임명한 로라 캐버나 뉴욕시 소방국장이 주도하고 있다. 캐버나는 이날 사건이 벌어진 기독교문화센터를 찾아 “뉴욕시 소방서는 목요일(지난 7일)에 명성을 떨어뜨렸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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