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신경세포 시냅스처럼… 빌딩·인터넷 다음의 밀도 혁명은 AI다
도시 인구가 2배가 늘어나면 특허 출원 수는 2배보다 많은 2.15배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회 구성원끼리 연결이 늘어날수록 그 사회는 더 창의적이 되고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 사회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은 도시의 규모와 인구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인구밀도를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고층 건물을 짓는 것이다. 가장 잘한 도시가 뉴욕이다.
20세기 초반 뉴욕은 철근 콘크리트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30층짜리 고층 건물을 지었다. 당시 경쟁 도시인 파리는 돌로 건축해서 7층 정도 건물이 많았다. 뉴욕은 파리보다 밀도가 4배 높은 도시를 만든 것이다. 덕분에 뉴욕 사람들은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뉴욕 시민끼리 연결된 고리인 ‘시냅스’가 늘어났고 경쟁력이 생겼다. 이런 뉴욕의 방식을 후발 주자인 아시아 도시들이 따라 했다. 도쿄, 서울, 상하이는 철근 콘크리트와 엘리베이터로 고층 건물 도시를 만들었고 경쟁력을 키웠다. 서울은 70년대부터 철근 콘크리트와 엘리베이터로 아파트를 지었다.
철근 콘크리트와 엘리베이터 기술로 시냅스를 늘리는 약발은 1990년대에 한계점에 다다른다. 서울 인구도 1000만명까지 성장하다 90년대부터 정체되었다. 시냅스 증가의 한계점을 돌파하고자 인류는 또 다른 기술 혁명을 했다. 바로 인터넷이다. 인터넷이 만들어지자 온라인 가상 공간이 만들어졌다. 인류는 이제 오프라인 공간뿐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도 사람과 정보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시냅스의 양이 빅뱅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러한 인터넷 시냅스의 빅뱅을 가장 잘 이루어낸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오프라인 공간으로만 보면 서울은 평균 용적률이 160%이고, 파리는 250%이다. 서울은 200년 전의 도시 파리보다 밀도가 낮은 도시였다. 그만큼 경쟁력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서울은 90년대에 세계 최초로 초고속 인터넷망을 깔았다. 이로써 당시 서울은 전 세계에서 연결 시냅스의 양이 가장 많은 사회가 되었다. 덕분에 우리는 ‘싸이월드’를 ‘페이스북’보다 6년 앞서 만들 수 있었고, 아이팟이 나오기 전부터 MP3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었다.
80년대 도쿄는 인구 규모와 밀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였다. 덕분에 시냅스의 총량도 가장 앞섰고 창의력도 최고였다. 일본은 워크맨을 만들었고 전 세계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했다. 우리는 초고속 인터넷망을 처음으로 도입하여 시냅스 혁명을 이루었고 덕분에 90년대에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할 수 있었다. 아이리버 MP3플레이어는 소니 워크맨을 대체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당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시냅스가 가장 높은 사회였기에 가장 앞선 혁신을 만들 수 있는 사회였던 것이다. 만약에 우리가 그것을 자각해서 싸이월드를 영어 버전으로 세계화했다면 세계적 기업을 하나 더 가지게 되어 지금 우리는 소득 5만달러 시대를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현재 나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류는 20세기 초 고층 건물, 20세기 말 인터넷, 21세기 스마트폰으로 시냅스의 혁명적 진화를 이루었다. 2024년 현재 제4 시냅스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이다. 종전 인터넷에서는 정보를 찾으려면 일일이 검색해야 했다면, 인공지능에는 말로 물어보면 수만 가지 정보를 종합해서 알려준다. 단위 시간당 정보 접촉이 수천 수만 배 빨라진 것이다. 이 시대에는 인공지능을 가장 잘 개발하고 사용하는 사회가 가장 많은 시냅스의 양을 가진 사회가 될 것이고, 그 사회가 세계를 선도할 것이다. 현재는 미국이 압도하고 있다. 인터넷 정보 대부분이 영어로 되어있다는 점도 인공지능을 교육하기에 유리하다.
우리 사회는 아파트, 인터넷에 이어서 인공지능을 통한 시냅스 공간 혁명을 성공시켜야 한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전 세계 몇 안 되는 나라다. 엔비디아보다 효율적인 반도체, 챗GPT보다 매력적인 인공지능을 만드는 데 국가의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20세기 말 인류 최초로 인터넷 가상 공간이라는 신대륙에 도착했다면, 지금은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이민자를 적극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다. 다음 시대에는 국민과 인공지능을 융합한 나라가 일등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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