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재명과 경기동부연합의 네 번째 선거 합작
종북 세력이 제도권 정치에 진입한 계기는 2012년 총선으로 알려져 있다. 국보법 폐지, 한미 동맹 파기를 강령으로 삼는 통진당은 민주당과 정책 연합 및 후보 단일화를 통해 무려 13석이나 얻는 약진을 했다. 그러나 이런 정당 대 정당의 대연합을 가능하게 한 예비 실험은 그보다 2년 전 지방선거에서 이뤄졌다.
2010년 민주당 성남시장 후보로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나라당 후보와 박빙 접전을 벌이던 중 민주노동당 김미희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면서 결정적 승기를 잡았다. 이 대표는 시장 당선 후 김 후보를 인수위원장에 임명했고 그 인수위원회에 종북 세력인 경기동부연합 출신이 대거 포진한다. 성남시는 다음 해 청소 용역 업무를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이 주요 간부로 활동했던 업체에 맡겼으며, 이후 몇 년에 걸쳐 56억원 규모의 수의계약 6건을 체결했다. 당시 정치권 인맥이 빈약했던 이 대표에게 경기동부연합은 든든한 배후 지원 세력으로 자리 잡았고, 경기동부연합은 이 대표를 통해 제도권과 연결되는 고리를 마련하는 한편 재정적 수입원까지 챙기는 혜택을 봤다. 이 대표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김미희씨는 2년 후 총선에서 경기 성남 중원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서 국회의원이 된다.
민주당을 숙주 삼아 만개하는 듯했던 종북 전성시대는 2년 만에 통진당 위헌 정당 심판으로 철퇴를 맞는다. 통진당이 국가의 상징인 애국가와 태극기를 부정하고 국가 기간 시설 타격을 모의했다는 사실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렇게 통진당은 해산됐지만 그 핵심 구성원들은 진보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며 재기를 노린다.
통진당 세력이 정치권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준 사람 역시 제1 야당 대표로 옷을 갈아 입은 이재명이었다. 작년 4월 전북 전주 을 재선거에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의 대학 후배인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출마했다. 민주당은 자기 당 소속 이상직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열리는 선거라는 이유로 후보를 내지 않았고, 민주당 출신이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자 “당선돼도 복당시키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강 후보는 “고맙습니다. 민주당”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선거운동을 벌인 끝에 당선됐다. 국회 입성 후 강 의원은 민주당 강성 친명계 모임인 처럼회에 다른 당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가입했다 탈퇴했다.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씨가 경기동부연합 출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정씨는 1990년대 중반 이재명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씨가 이 대표를 경기동부연합에 연결해 준 매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정씨는 모든 사법 리스크의 마지막 불길이 이 대표에게 옮겨붙지 않도록 차단하는 마지막 방화벽 구실을 하고 있다. 이 대표가 법정에서 마주친 정 씨를 “한번 안아주고 싶다”고 판사에게 청한 것은 마지막까지 자신을 보호해 달라는 당부를 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민노총의 산파역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준용 국민노동조합 사무총장은 작년 말 유튜브 방송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정씨가 끝까지 입을 다무는 조건으로 경기동부연합의 요구 사항을 들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예언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비례 연합 정당을 통해 진보당에 당선권 3석을 배정했고 좌파 진영 텃밭인 울산 북구의 자기 당 현역 의원을 배제하고 진보당에 단일 후보 자리를 내줬다. 진보당은 민주당 도움으로 최소 4석을 손쉽게 확보한 셈이다. 이재명 대표는 올 1월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우리 북한의 김정일, 김일성 주석의 노력이 폄훼, 훼손되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지난 14년간 종북 세력 경기동부연합과 끈끈히 연대해 그들의 정치권 진입을 도와 온 것은 그 노력의 하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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