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와인의 ‘숨겨진 보석’ 파소 로블스 와인 마셔 봤나요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최현태 2024. 3. 12. 03: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찾은 파소 로블스 생산자연합 대표 조엘 피터슨 단독 인터뷰/프랑스·이탈리아와 비슷한 기후·토양 지녀/백악질·석회질 토양 덕분 우아한 산도 지닌 와인 탄생/“품종 다양하고 가성비 뛰어나 한국 소비자들에게 인기 끌 것’’/파소 로블스 와이너리 10곳 관계자도 방한 세미나·시음행사 열어/캘리포니아와인 얼라이브 테이스팅도 역대급 규모
DAOU Family Estates 와인을 소개하는 관계자.
방금 짜낸 듯 한 신선한 과일향. 침이 고이지만 날카롭게 찌르지 않는 우아한 산도. 마치 바닷가에서 서서 바람을 맞는 듯한 짭조름한 미네랄. 어떻게 한 잔의 와인에서 이런 맛과 향이 피어날까. 역시 ‘캘리포니아 와인의 숨은 보석’이란 별명이 잘 어울린다. 한낮의 뜨거운 햇살이 당도를 끌어 올리고 서늘한 밤공기가 신선한 산도를 더해 완벽한 밸런스를 지닌 포도가 태어나는 천혜의 와인산지 미국 캘리포니아 파소 로블스(Paso Robles). 한국을 찾은 파소 로블스 와인 생산자 연합(Paso Robles Wine Country Alliance) 조엘 피터슨(Joel Peterson) 디렉터와 함께 ‘가성비 갑’ 파소 로블스 와인의 매력을 따라간다.
Joel Peterson 디렉터(오른쪽)과 Christopher Taranto 디렉터.
◆캘리포니아 와인의 ‘숨은 보석’
파소 로블스 와인 생산자 연합 대표격인 피터슨 디렉터는 커뮤니케이션 담당 크리스토퍼 타란토(Christopher Taranto) 디렉터, 파소 로블스 와이너리 10곳 오너, 와인메이커 등과 함께 지난달 한국을 찾았다. 파소 로블스 산지 관계자들이 대거 한국을 찾은 곳은 이번이 처음이다. 캘리포니아와인협회(CWI)는 매년 한국에서 대규모 시음행사인 ‘캘리포니아 와인 얼라이브 테이스팅(California Wines Alive Tasting)’을 여는데 테마 산지가 해마다 바뀐다. 2022년 로다이(Lodi), 2023년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West Sonoma Coast)에 이어 올해는 파소 로블스가 선정됐다.
한국을 찾은 파소 로블스 와인 생산자들.
캘리포니아 주요 와인 산지. 협회 제공 
파소 로블스 위치. 
파소 로블스는 북쪽으로 샌프란시코, 남쪽으로 로스엔젤레스와 차로 각 3시간30분 거리인 중간쯤에 있다. 미국 와인은 나파밸리 정도만 알고 있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파소 로블스는 다소 생소하다. 어떤 매력을 지닌 곳일까. “파소 로블스는 스페인어로 ‘오크의 길’이란 뜻이에요. 그만큼 이곳에 오크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기 때문이죠. 아주 오래전부터 와인 산업이 발전할 수밖에 없던 배경이랍니다.”  지역 이름 유래처럼 파소 로블스는 18세기 후반 스페인 선교사들이 포도나무를 심으면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미국 포도재배 및 와인생산 규정 AVA(American Vitcultural Areas)가 도입된 1983년 나파밸리, 소노마와 AVA에 선정됐고 2014년 최종 승인된 세부 산지는 11개다. 세부 산지가 있어도 파소 로블스 명칭을 알리기 위해 와인 레이블에 파소 로블스를 세부 산지와 함께 표기한다.
Tablas Creek Vineyard.
파소 로블스 포도밭. 
파소 로블스 AVA.
피터슨 디렉터는 파소 로블스의 와인의 매력으로 가성비가 뛰어나고 다양한 품종을 잘 만든다는 점을 꼽는다. “파소 로블스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구대륙 와인산지의 토양, 기후와 매우 흡사해요. 따라서 보르도 대표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무르베드르, 쁘띠베르도는 물론, 부르고뉴를 상징하는 샤르도네도 잘 자라죠. 특히 프랑스 론밸리의 레드 품종인 시라, 그르나슈와 화이트 품종 비오니에, 마르산, 루산이 유명하고 이탈리아를 상장하는 네비올로, 바르베라도 뛰어납니다. 파소 로블스에서 한 곳에서만 프랑스와 이탈리아 대표 품종을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아주 큰 매력입니다. 여기에 캘리포니아에서 유명한 진판델이 더해지고 가격까지 착해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답니다.” 보통 와인산지를 포도 품종으로 정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파소 로블스는 이처럼 다양한 품종을 잘 만들어내는 곳이라는 점에서 카베르네 소비뇽과 샤르도네 일변도인 나파밸리에서 찾을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
Peachy Canyon Winery.
파소 로블스 주요 토양.
◆파소 로블스 토양과 기후
동~서 67km, 남~북 56km에 달하는 파소 로블스는 태평양판이지만 북쪽의 나파밸리와 소노마와는 북미판으로 지각 판 자체가 굉장히 다르다. 따라서 파소 로블스만의 특별한 기후와 토양 조건을 지녔다. 타란토 디렉터는 이런 뛰어난 토양과 기후도 큰 몫을 차지한다고 강조한다. “파소 로블스 토양은 수백만년동안  조개껍데기, 해조류, 산호 등이 층층이 쌓인 깊은 해저지반이 융기한  백악질(쵸크) 토양이에요. 샴페인 본고장인 프랑스 상파뉴가 바로 이런 토양으로 유명하죠. 석회질은 포도가 자연스러운 산도를 얻는 가장 뛰어난 토양입니다.  파소 로블스는 물 공급을 거의 하지 않는 드라이 파밍(건지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하는데 쵸크 토양은 약간 축축할 정도로 습기를 머금어 매우 건조한 여름에도 포도나무에 적당한 수분을 공급합니다. 또 포도나무 뿌리가 땅 속 깊숙하게 파고들기 쉬워 우아한 산도와 미네랄을 움켜쥐면서 와인에 섬세하고 우아한 풍미와 뛰어난 구조감을 선사한답니다.”  
파소 로블스 석회질과 점토 토양.
파소 로블스 토양 구조.
파소 로블스에는 30개 이상의 ‘부모 토양’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데 크게 구분하면 4가지 타입이다. 가장 기본 토양이 백악질과 석회질로 고대 해저지대가 융기하면서 생긴 토양이다. 특히 파소 로블스 서쪽에선 표층토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한 석회질로 이뤄졌다. 고도가 높아지면 석회질 함량이 좀 더 많아진다. 해발고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구릉지의 발치에선 좀 더 유기질이 많이 섞여 있는 점토질이나, 미사점토가 많이 발견된다. 구릉지가 많은 동쪽은 점토질이 메인토양이며 표층토에서 좀 더 깊게 들어가게 되면 칼슘을 많이 함유한 석회질 토양도 볼 수 있다.
파소 로블스 포도밭.
파소 로블스 기후.
타란토 디렉터가 현지에서 가져온 칼슘이 함유된 돌을 물에 담가 보이자 물을 흡수하며 버블이 발생한다. “칼슘 토양은 굉장히 가볍고 물을 잘 흡수해요. 파소 로블스 와인 산지를 걷다보면 하얗게 보일 정도로 백악질 토양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석회질은 백악질과 조금 다릅니다. 훨씬 밀도가 강하고 미네랄이 많죠. 압착이나 열에 견디면서 진화된 형태로 굉장히 얇은 표층토 아래 단단한 석회질 토양으로 이뤄진 포도밭이 많답니다. 포도나무가 뿌리가 깊게 내려간 흔적인 세로 줄 무늬도 찾을 수 있어요.”
Joel Peterson. Christopher Taranto.
Christopher Taranto. 
Santa Lucia Range.
일교차도 뛰어나다. 파소 로블스는 서쪽 산타 루시아 산맥(Santa Lucia Range)과 동쪽 쇼람 힐스(Cholame Hills)·라 판자 산맥(La Panza Range)으로 둘러싸인 독특한 지형으로 낮에는 포도가 잘 익지만 밤에는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큰 일교차(15~25도) 덕분에 당도와 산도의 밸런스가 좋은 포도가 생산된다. 산타 루시아 산맥의 템플턴 골짜기 사이로 태평양의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는  ‘템플턴 갭 효과(Templeton Gap Effect)’ 덕분이다. 또 동쪽 산맥에서도 냉각 효과를 주는 다운 슬로프 윈드가 불어와 여름에도 아침에 해가 뜨기 전까지 서늘한 기후가 오래 유지되고 북쪽에서도 서늘한 바람이 살리나스 밸리까지 내려온다. 이 때문에 공기 순환도 잘 된다.  “따뜻한 포도 생장기 동안에 거의 매일 오후 2시쯤 찬공기와 더운 공기가 순환되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포도밭에서 서 있으면 머리카락이 공기 때문에 계속 밀려 올라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정도랍니다.”
DAOU Family Estates.
Hope Family Wines.
Peachy Canyon Winery, Tablas Creek Vineyard.
◆미래 세대를 위한 건강 포도밭
파소 로블스 생산자 연합은 비영리 단체로 와이너리의 마케팅을 돕고, 파로 로블스 와인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전세계를 돌며 미디어, 수입사, 와인전문가들을 상대로 다양한 교육, 시음행사를 마련한다. 와인업계 관계자를 현지로 초대하는 행사도 진행중이다. 피터슨과 타란토를 포함 이사 9명이 각자의 분야를 맡아 단체를 이끌고 있다. 피터슨 이사는 최근 파소 로블스의 가장 큰 화두는 ‘지속가능성’이라고 소개한다. 
JUSTIN Vineyards & Winery, The Big Red Monster.
Giornata, L'Aventure.
Villa Creek Cellars, J. Lohr Vineyards & Wines.
“전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와인 메이킹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미래 세대도 계속 포도를 재배해야 하기 때문에 건강한 포도밭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그래서 오가닉과 바이오다이나믹 등 친환경 농법으로 바꾸고 있어요. 이를 위해 현재 와이너리들이 적극적으로 재생유기농인증(Regenerative Organic Certified)을 추진중입니다. 이는 기존 유기농 인증보다 한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단순히 화학 물질 사용을 금지하는 것을 넘어서 토양 건강 개선, 동물 복지 증진,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 공정한 임금 보장까지 고려합니다. 현재 4개 와이너리가 인증을 받았고 40여개 와이너리가 인증을 추진중입니다. 미국 와이너리중 최초로 이 인증을 2020년에 받은 와이너리가 바로 파소 로블의 타블라스 크릭 빈야드(Tablas Creek Vineyard)랍니다.”  
Joel Peterson.
피터슨 디렉터는 이처럼 파소 로블스 와인이 다양한 매력으로 중무장한 만큼 이제 세계무대를 장식할 때가 됐단다. 한국 와인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면서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 자신한다. “파소 로블스 와이너리 80%가 연간 생산량이 8000 케이스(한 케이스 12병 기준 9만6000병) 미만일 정도로 양보다 품질에 집중해요. 대부분 오너가 직접 경영하며 와인 양조에 열정 갖고 본인이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죠. 그런 개성이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되면서 파소 로블스 와인은 지금도 성장중입니다. 파소 로블스 와인은 다양성이 뛰어나면서도 가성비가 뛰어나답니다.”
Christopher Taranto.
파소 로블스 와인 테이스팅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는 캘리포니아와인협회 북아시아 공동대표 히로 테지마(Hiro Tejima).
가성비가 뛰어난 점도 파소 로블스 와인의 큰 매력이다. 미국 소비자 가격 기준으로 20~50달러에 굉장히 좋은 와인을 만들고 있어요. 프리미엄 와인도 75~100달러 정도에요. 이에 소비자들이 보이면 무조건 살 정도로 파소 로블스 와인이 세계적으로 인기가 굉장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 파소 로블스라는 매력적인 와인 산지가 있다는 사실도 다양한 와인 산지에 관심이 많은 한국 애호가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있답니다. 신선한 과일향과 산도가 좋아 한국 음식과도 굉장히 잘 어울려요. 소금기가 약간 있는 구운 돼지고기를 쌈장을 곁들여 시라, 진판델 품종 와인과 함께 먹었는데 환상적인 궁합이더군요. 한국 소비자들도 꼭 한번 페어링해보세요. 금세 파소 로블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라 자신합니다.”
DAOU Family Estates.
캘리포니아와인 얼라이브 테이스팅 2024 현장.
◆역대급 캘리포니아 얼라이브 테이스팅 2024
매년 열리는 캘리포니아 와인 대규모 시음행사인 캘리포니아 얼라이브 테이스팅 행사장에는 파소 로블스 부스가 따로 마련돼 다양한 와인을 선보였다. 올해 한국을 찾은 파소 로블스 와이너리는 10곳으로 다우 패밀리 에스테이츠(DAOU Family Estates), 지오르나타(Giornata), 호프 패밀리 와인즈(Hope Family Wines), 제이 로어 빈야즈 & 와인즈(J. Lohr Vineyards & Wines), 저스틴 빈야즈 & 와이너리(JUSTIN Vineyards & Winery), 라방츄어(L'Aventure), 피치 캐년 와이너리(Peachy Canyon Winery) 더 빅 레드 몬스터(The Big Red Monster), 타블라스 크릭 빈야드(Tablas Creek Vineyard), 빌라 크릭 셀라(Villa Creek Cellars)이다. 
파소 로블스 세미나.
파소 로블스 세미나 와인.
타란토 디렉터는 생산자들게 함께 ‘생각보다 더 멋진 와인 산지, 파소 로블스’라는 주제로 세미나도 진행했다. 캘리포니아 전역의 와인을 선보이는 얼라이브 테이스팅에는 139개 브랜드가 501종의 와인을 선보여 국내에서 열린 캘리포니아 와인 시음회 중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등을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루아르, 알자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