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중국 신생아도 어느덧 절반으로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에서 어린이 자전거의 미래란 뻔하지 않습니까.”
지난달 찾아간 중국 허베이성 싱타이시 ‘어린이 자전거의 성지’ 핑샹현(縣)에서 이런 하소연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지역에 위치한 4800여 곳의 공장에서는 중국 전체 연간 어린이 자전거 생산량의 절반인 6000만대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현재 핑샹현의 자전거 공장 상당수는 가동 시간을 단축했고, 부품 단지의 일부 점포는 아예 발마사지 가게로 바뀌어 있었다. 참고로 중국 신생아 수는 지난 7년간 절반으로 줄었다.
한국의 작년 합계 출산율이 사상 최저인 0.72명으로 떨어졌지만 옆 나라 중국의 사정도 만만치 않다. 중국의 작년 합계 출산율은 1.0명으로 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2.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호주 빅토리아대 연구팀은 14억명 수준인 중국 인구가 2100년에는 5억8000만명으로 급감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출생률은 젊은이들이 자국의 미래에 매기는 성적표다. 거칠게 말하면 나라가 발전하고 개인의 삶이 좋아질 것이라 믿으면 높아지고 반대면 낮아진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1990년대 들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해온 중국은 불과 10여 년 만에 자국 젊은이들의 믿음을 잃고 있다.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5%조차 달성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고, 지난해 6월엔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인 21.3%를 기록해 한동안 실업률 발표가 중단됐다. 대학 졸업만 하면 부동산·IT·금융·사교육 분야에서 고연봉을 받고, 창업만 하면 투자자가 줄줄이 붙었던 시절은 지나갔다. 초(超)장기 코로나 방역, 만리방화벽, AI(인공지능) 사회 감시망에 대한 경험은 수많은 청년들의 DNA에 소극적인 태도를 심었다.
중국 지도부는 필사적이다. 당장 미·중 경쟁에서 크게 불리해진다. 이 때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저출생을 시급한 국가 과제로 지목하며 여성의 출산·육아 의무를 강조하고, 1가구 1자녀 정책은 지난 몇 년 동안 빠르게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2021년부터는 사교육을 금지시켜 학부모들의 교육비 절감 효과를 노렸다. 최근 중국 관영 매체들은 올해가 상서로운 용의 해라면서 룽바오바오(용띠 아이)를 낳으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저출생은 선전과 규제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사교육 금지는 ‘지하 과외’ 성행을 불러 교육비 부담을 증가시켰고, 출산 독려 문구는 소셜미디어에서 젊은이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국가가 저출생을 진심으로 해결하고 싶다면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와 폐쇄 정책을 전면 해제해 젊은이들의 ‘긍정 회로’를 되살려야 한다. 대부분의 중국 젊은이들은 후세에 미안하지 않을 수 있다면 기꺼이 자녀를 낳을 것이다. 중국에서 신생아는 줄어드는데 반려동물 수는 역대 최다인 2억 마리를 넘어선 사실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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