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낳을 결심’ 후벼파는 ‘럭셔리 이유식’ 열풍
요즘 아기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선 ‘유기농’ ‘친환경’을 앞세운 프리미엄 영유아식이 큰 인기라고 합니다. 주요 백화점 식품관에 입점해 있는 A 업체의 이유식은 ‘강남 엄마 이유식’으로 유명합니다. 반찬·국·이유식이 150~200g에 5300~6300원으로 타 브랜드보다 1000~2000원쯤 비싸지만, 오후면 인기 상품은 동난다고 합니다. 유기농 쌀과 솔잎 한우, 남해 달고기, 초석잠, 지리산 봄동 등 이름도 생소하고 흔히 볼 수 없는 재료를 사용했다는 게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합니다. ‘유리병 이유식’을 내세운 B업체 제품도 온라인과 주요 백화점 매장에서 불티나게 팔린다네요. 대부분 이유식이 플라스틱 그릇에 담겨 있는데, 이 업체는 유리병에 담아 ‘환경호르몬 걱정 없는 이유식’으로 어필했다고 합니다. 백화점 관계자는 “’100% 국산’과 같은 수식어가 붙은 영유아식은 값이 비싸더라도 제일 먼저 팔려나가는 게 요즘 분위기”라고 말합니다.
저출산 쇼크로 영유아식 시장은 매년 쪼그라드는 추세입니다. 태어나는 아기가 줄고 있으니 아기 먹거리 생산이 감소하는 건 당연하겠지요. 근데 분유를 제외한 영유아식 시장 규모는 2016년 1320억원에서 2022년 2534억원으로 수직으로 상승했습니다. ‘프리미엄’ 상품 덕분이라고 합니다. 태어나는 아기는 줄었지만, 아기들에게 예전보다 더 비싼 이유식, 더 좋은 간식을 먹이는 트렌드가 시장 규모를 키운 겁니다.
영유아식 시장에까지 불어닥친 프리미엄 열풍은 한편으로 씁쓸함을 남기기도 합니다. 합계출산율이 0.72에 불과한 요즘, 젊은 부부들은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초고가 유모차, 명품 아기 옷을 과시하듯 사는 분위기에서 먹거리까지 프리미엄을 찾아야 한다면 아이를 낳겠다는 결심은 더욱 힘들어지겠지요. 아이에게 좀 더 안전하고, 몸에 좋은 영유아식을 먹이고 싶은 건 부모 입장에선 인지상정이겠지요. 하지만 영유아식 업체들이 이런 부모 마음을 상술에 활용해 프리미엄 영유아식 소비를 부추기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드는 건 저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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