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22] 청년 화가의 ‘꿈의 색’
스페인 화가 후안 미로(Joan Miró·1893~1983)의 꿈은 카탈루냐의 하늘색을 닮았다. 고운 색이지만 그 꿈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은 혹독했다. 장인 집안에서 태어난 미로는 부모를 닮아 일찍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었지만, 돈 버는 직업을 구하라는 부모의 압박 때문에 미술학교를 포기하고 상업학교를 나와 상점에서 일해야 했다. 미로가 오롯이 미술가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된 건 신경증과 심각한 장티푸스를 앓는 등 온몸으로 거부 반응을 보이고 난 뒤다. 부모는 미로를 바르셀로나 외곽의 작은 농가로 보내 몸을 추스르게 했고, 그는 거기서 비로소 그림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때 그린 미로의 동네 풍경화에는 파란 하늘과 맑은 햇빛이 가득하다.
1921년, 청년 미로가 마침내 미술의 성지 파리에 입성했다. 그는 ‘마치 어린애가 울음을 터뜨리듯 그림을 터뜨렸다’고 회상할 정도로 게걸스럽게 새로운 그림을 그려댔지만, 실제로는 먹을 게 없어 굶주렸다.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방으로 돌아온 밤이면 침대에 누워 천장만 올려다 봤는데, 그럴 때도 천장 위에 온갖 사물과 형태가 떠올라 노트에 그리곤 했다. 그러고 보니 텅 빈 캔버스가 미로가 바라보던 멀건 천장이 아니었나 싶다. 낡은 천장 한 구석에서 빗물이 고여 뚝뚝 떨어지듯, 어느 날 작은 구멍이 뚫리더니 고향의 파란 하늘이 쏟아져 들어오는 장면 같지 않은가. 왼쪽 상단에 공들여 쓴 ‘포토(photo)’는 ‘사진’이 아니라 ‘빛’의 의미다.
이후 미로는 초현실주의에 합류해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화폭에 담았다. 원색의 향연 속에 알 수 없는 형상들이 떠다니는 환상적인 그림 속에도 그의 고향 카탈루냐 풍경과 닮은 구석이 반드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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