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75] 무기력 팬데믹
최근 상담을 하다 보니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었다. 필자도 아침에 의욕이 넘쳐 출근한 건 아니라며 주변에 의욕이 넘치는 분을 찾아 오면 사례하겠다는 우스개로 다독이는 상황이다. 무기력 팬데믹이 지구를 감싼 느낌이다.
한 리더가 번아웃과 게으름을 감별하는 방법을 질문한 적이 있다. 자기가 보기에는 팀원이 게으른 것 같은데 본인은 번아웃으로 무기력하다고 한다는 것이다. 농담으로 그건 그냥 게으름이라고 답했더니 청중이 모두 웃었지만 그야말로 ‘웃픈’ 상황이다. 번아웃 뒤에 게으름을 숨긴 것인지 정말 무기력한 것인지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무기력감이 유행하는 것이다. 무기력한 사람과 있으면 함께 무기력해짐을 느낀다. 무기력이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 질환은 아니지만 감정도 전염성이 있다. 무기력한 구성원이 많아지면 시스템 전체의 무기력감이 찾아오게 된다.
2023년 말 유명 경영 자문 회사가 30국 직장인 3만명 이상을 조사해 보니 번아웃 현상 중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직장인이 모든 국가에서 가장 많았다. 가장 비율이 높은 나라는 인도로 62%가 무기력감을 호소했고, 우리나라도 51%로 높은 쪽이다. 무기력감은 정신적 피로뿐 아니라 신체적 피로까지 느끼게 하는 에너지 저하 상태이다. 참고로 다른 번아웃 현상 비율은 우리나라에서 집중력 및 기억력 저하 등 인지 기능의 불편을 느끼는 경우가 21%, 우울·분노·불안 등 감정적 불편을 느끼는 경우가 20%, 현재 여기가 싫고 어디론가 멀리 떠나 거리를 두고 싶은 심리적 회피(mental distance)가 18%였다.
요즘 신입 사원들도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리더들에게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신입 사원이 얼마나 될 것 같냐’고 질문하면 많아야 평균 30% 정도로 예상한다. 하지만 그 예상과 달리 신입 사원 3분의 2 이상이 무기력감을 호소한다.
무기력 팬데믹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포스트 팬데믹 번아웃이다. 코로나로 거의 전쟁 수준 에너지를 소모한 후유증이다. 거기에 산업 기술, 정치, 사회 등 모든 영역이 대전환 시기다. 변화는 기회이지만 뇌에는 스트레스다. 에너지의 소모가 극심한 것이다.
개인 차원에서 무기력에 대응하는 첫 전략은 나를 비판하지 않고 격려해 주는 것이다. 허약해서 무기력한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뛰고 있기 때문에 지친 것이다. 봄이다. 하루에 10분이라도 내 마음에 봄 햇살을 비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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