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황제’ 과시한 中양회… ‘2인자 지우기’ 法 명시
총리 책임제 무력화 내용 담아
국무원 조직법 42년만에 개정… 중앙은행도 黨통제 국무원 산하
FT “시 1인통치 불투명성 심화”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 및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11일 폐막했다. 4일 시작한 이번 양회에서는 지난해 취임한 권력 서열 2위인 리창(李强) 총리의 권한 및 위상이 대대적으로 약화된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1인 통치 체제’가 완성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993년 이후 31년간 리 총리의 전임자들은 양회 폐막일마다 내외신 기자회견을 주재했다. 그러나 올해 리 총리는 이 회견을 개최하지 않았다. 또 개혁개방을 주도한 덩샤오핑이 1982년 “총리가 국무원(행정부) 업무를 지도한다”는 취지로 만든 국무원 조직법 또한 총리 대신 중국공산당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됐다. 공산당과 국무원의 기능을 분리하고 총리에게 경제 전권을 부여했던 관행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독립적 통화 정책을 수행해야 하는 중앙은행 런민(人民)은행 또한 당 통제를 받는 국무원 산하로 포함시켰다.
양회 기간 당국의 여론 검열 또한 부쩍 강화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 주석 등 최고 지도부가 거주하는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를 거론하며 “중난하이가 ‘블랙박스’처럼 변했다”며 시 주석의 1인 체제 강화, 권력 쏠림에 따른 불투명성 심화 등을 우려했다.
● 당정분리 종언… 사라진 리창
전국인민대표회의(전국인대)는 11일 폐막식에서 국무원 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1982년 개혁개방 시대가 시작될 때 제정된 이 법이 개정된 건 42년 만에 처음이다.
개정안은 “국무원이 중국공산당의 이념과 지시를 더 철저히 따라야 한다”며 시 주석의 국무원 장악을 명문화했다. 공산당 지도 이념으로 기존의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에 더해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도 포함시켰다. 당정 분리의 근간이었던 ‘총리 책임제’를 완전히 무력화한 셈이다.
런민은행을 국무원 조직에 편입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금융 관련 문제는 반드시 당 중앙의 통일된 영도를 받으라”고 지시했다. 시 주석이 통화정책에도 깊숙하게 관여하며 부동산 시장 부실 등에 시달리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각종 부양 정책을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리 총리 또한 5일 업무보고에서 “(우리는) 당 중앙의 결정과 배치를 관철하는 집행자, 실천자가 되어야 한다”며 스스로를 바짝 낮췄다. 이후 양회에서 그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 대신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시 주석에게 집중됐다. 특히 관영매체는 시 주석의 인민해방군 대표단 회의 참석, 시 주석의 ‘신품질 생산력’ 강조 언급 등을 대서특필했다.
‘신품질 생산력’은 국방 및 첨단기술 분야의 혁신으로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 맞서겠다는 뜻이다. 중국이 올 국방예산을 전년 대비 7.2% 늘어난 1조6700억 위안(약 309조 원)으로 책정해 사상 최초로 300조 원을 넘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행보로 풀이된다.
● 中 폐쇄성 우려 고조
양회 기간 사회 전반에 대한 통제 또한 대폭 강화됐다. AFP통신은 행사가 열린 베이징 인민대회장 일대의 경계가 삼엄했고 가상사설망(VPN) 서비스에 대한 검열이 심해져 해외 소셜미디어가 종종 차단됐다고 전했다. 국산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서도 ‘리창 총리의 기자회견 취소’ 같은 민감한 주제의 검색어를 사용할 수 없다.
양회 폐막 전날 발생한 차량 돌진 사건 또한 중국 내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만 쯔유(自由)시보 등은 10일 새벽 중난하이 남쪽 문으로 검은색 차량 한 대가 돌진했다고 보도했다.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라온 관련 영상에 따르면 해당 차량의 차 안에서 한 남성이 경호인력 등에 의해 끌려 나왔다. 중국 매체는 이 소식을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
FT는 중국 경제의 둔화 우려가 고조된 와중에 이번 양회를 계기로 중국의 불투명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져 해외 자본이 중국에 장기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이 힘들어졌다고 진단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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