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청년들 모르는 지역 문화원
최근 취업을 앞둔 학생들과 문화기관의 역할에 대해 토론을 하는데 깜짝 놀랄 일이 있었다. 근로 여건, 교통 접근성 혹은 진행 중인 사업들의 매력도 등 경기도의 주요 공연장과 문화기관을 이야기하는데 문화원을 모르는 청년들이 많았다. 각 문화재단이 문화원인 줄 알고 있었고, 그나마 아는 친구들은 문화재단과 뭐가 다른지 구분하지 못했다. 따지고 보면 문화원이야말로 지역 문화재단의 전신이라 할 수 있고 훨씬 오랜 역사를 지녔음에도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현재 전국 기초자치단체는 226곳, 광역자치단체는 17곳으로 총 243개의 지자체 중 문화원이 있는 지자체는 무려 232곳이다. 사실상 전국의 모든 도시에 문화원이 운영 중인데, 다음 세대를 이끌 청년들에게 이토록 존재감이 없는 이유가 뭘까.
자세히 보면 지역에는 잘 운영되는 문화원도 꽤 많다. 예를 들어 춘천, 함양, 밀양, 강릉, 부천 등 지역문화진흥원이나 문화재청의 다양한 공모사업에서 좋은 기획과 실행력으로 중앙의 지원예산을 척척 받는 곳이 있는가 하면 인천 서구문화원의 경우 지역 청년들의 관계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인턴이나 계약직으로 왔던 청년들이 일이 너무 재미있다며 정규직으로 전환돼 일자리 창출로까지 이어지는 모범적인 사례도 있다. 또 춘천문화원의 경우 춘천학연구소를 별도로 설치해 지역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책임지고 있다. 부천문화원은 무기력에 빠진 문화원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부가 수익사업을 고민하는 등 문화원의 근본적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이는 곳이다.
그러나 이는 극히 일부일 뿐이다. 전국의 문화재단들이 시민을 위한 문화사업을 실행하고 집중하는 데 비해 지역 문화원의 고민은 늘 내부를 향해 있다. 원사 마련이다. 전국 어딜 가도 문화원들은 오직 원사 건립에만 치중된 모습이다. 또 경영진의 고령화와 약한 기획력도 아쉽다. 전반적인 기획역량이 약하다 보니 홍보도 안 되고 자연히 존재감이 약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전국의 문화원은 지금의 청년세대에게 잊혀지는 것 같다. 며칠 후면 제32대 한국문화원연합회 회장(김대진 전 성남문화원장)이 취임을 앞두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늦출 시간이 없다. 문화원끼리만 모여 친하게 지내는 것도 소용없다. 대중과 소통하고 청년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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